내용보기

철민이의 말에 정미희가 말했다.

 

“아 그래요?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사장님! 그러니 우리 함께 가서 한잔씩 하면서 좀 더 놀아요?”

 

 “그럼 그렇게 해 볼까요?”

 

진옥경이가 약간 재촉하는 듯, 하는 말에 철민이는 마치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따라갔다.

 

대리 운전기사가 왔다는 전화 연락이 오자 이들은 노래방을 나와서 함께 차를 타고 정미희가 안내를 하는 대로 갔다. 저번에 만났던 뚱뚱한 중년 여자운전 기사는 원룸 건물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철민이가 주는 수고비를 받고는 한길로 나갔다. 

 

“저 아줌마 기사를 사장님이 잘 아시는 가 봐요?”

 

돌아서 가는 여자 대리운전 기사를 보면서 진옥경이가 물었다.

 

“내 지갑에 명암이 들어있는 유일한 여자 대리운전기사 입니다. 저번에 한 번 불러서 집에 가는데 아주 운전을 침착하게 잘 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늘 밤 노래방에서 맥주를 마시고 나서 약간 취기가 있는 지라 내가 저 여자 분을 연락해서 불렀습니다.” 

 

 “아 그랬군요. 운전을 참 편안하게 하시네요.” 

 

철민이의 말에 정미희도 신뢰감이 간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철민이가 그녀들의 방에 들어서니 여자의 진한 향기가 났다. 노래방에서 모두 캔 맥주를 마시고 온 지라 더 이상 술은 마시고 싶지를 않았다. 

 

“사장님! 시원한 과일 야채주스를 드시는 게 좋겠지요.” 

 

 “그러지요 술은 노래방에서 마셨으니까”

 

진옥경이의 말에 철민이는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그럼 이제부터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면 저희가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정미희가 주방에서 야채 과일주스를 만들어 가지고 나와 철민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응? 뭐든지 말하면 다 해주는 겁니까?” 

 

정미희의 말에 철민이는 약간 농담이 섞인 말로 물었다.

 

“그럼요. 뭐든지. 제가 보장을 합니다. 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말씀하세요. 요청은 저희 둘 중 한 사람에게만 할 수 있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합니다.”

 

 “그래요?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늘 밤 우리 함께 아무 허물없이 마음껏 놀아 봅시다.”

 

정미희의 말에 철민이는 가지고 온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말했다. 

 

철민이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정미희가 진옥경이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무언가 눈짓을 하자 둘이서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을 한 듯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순간

 

 갑자기 철민이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워 졌다. 왜 자기가 정미희와 진옥경이를 따라서 지금 이곳에 왔는지? 또 왜 이런 제안을 하면서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받아 드렸는지 자기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되었다. 물론 정미희나 진옥경이가 자기를 좋아해서 그랬을 거라고 추측은 해 보지만 그렇다고 여자 둘이서 살고 있는 이곳에 자기가 섞여 있다는 사실이 좀 그랬다.

 

밤이 점점 깊어가자 철민이는 자기도 모르게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원룸이란 곳이 방 한 칸에 모든 부대시설이 다 들어있는 곳이라 자연히 세 사람은 함께 몸을 기대고 있는 처지가 됐다.

 

“사장님! 잠이 오면 편안히 주무세요. 우리는 곁에 함께 자면 되니까요” 

 

 “아 그래. 잠이 많이 오네.” 

 

진옥경이의 말에 철민이는 편안하게 그녀가 깔아주는 요위에 누우며 말했다.

 

잠결에 철민이는 정미희와 진옥경이가 자기의 양복을 벗기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마음이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우리 사장님! 너무 멋이 있지?” 

 

 “그래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어”

 

진옥경이의 말에 정미희는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그런데 눈치를 보니까 사장님이 우리 회사 전무님이랑 아주 깊은 사이 인 것 같던데 옥경이 너는 못 느꼈어?”

 

 “느꼈지요 전무님이랑 아주 깊은 관계인 것을 요”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모르겠네.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리 둘이 그냥 사장님을 차지를 해 버릴까?”

 

 “그건 안 됩니다. 그러다가 전무님이 알면 어쩌려고요?”

 

정미희가 강제성을 띤 방법을 말하자 진옥경이는 정색을 하며 말리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냥 농담 한 거야. 농담. 호호호”

 

진옥경이의 말에 정미희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놓여요 사실 전무님이 제일 무섭거든요 전무님이 나를 아래위로 흩어보면 왜 그런지 나는 두렵더라고요” 

 

 “응? 그랬어? 난 괜찮아. 내가 좀 욕심이 좀 과했지? 늘 마음속으로 우리 사장님을 차지하는 생각을 하루도 가지지 않는 날이 없었으니까” 

 

정미희와 진옥경이가 서로의 속내를 숨김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벗어서 걸어놓은 철민이의 양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철민이가 잠이 든지라 정미희가 그의 양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그냥 두면 저절로 꺼질 텐데 우리가 꼭 받아야 할 필요가 있나요?”

 

진옥경이가 휴대폰을 꺼내드는 정미희를 보면서 말했다. 

 

“안 받으면 자꾸 휴대폰이 울리고 그러면 잠이 든 사장님이 잠이 깨어 일어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받아야 될 것 같아서”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정미희의 말에 진옥경이는 현실적인 정답인 것 같아서 공감했다. 

 

“여보세요!” 

 

 “여기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장도일 형사인데 혹시 대진건설 사장님이 계시면 전화 통화 부탁합니다. 급한 사건이 터져서 그럽니다.”

 

정미희가 철민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으니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가 급하게 철민이를 찾았다.

 

“아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정미희는 전화 통화를 하다가 말고 잠을 자고 있는 철민이 곁으로 갔다. 

 

“사장님! 어서 일어나 보세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라는데 급한 사건이 일어났나 봐요”

 

급하게 잠을 깨우는 정미희의 행동에 한참 달콤한 잠에 취해있던 철민이가 얼떨결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술기운에 취해 잠을 자던 철민이는 얼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시 동안 몸을 추스르느라 그대로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라는 분이 사장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서 왔어요!”

 

 “그래요?”

 

정미희의 말에 비로소 정신이 들은 철민이는 그녀가 건네주는 자기의 휴대폰을 받았다. 

 

“네, 제가 대진건설 김철민 사장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혹시 사장님께서 한영숙씨라고 잘 알고 계시지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가 철민이가 잘 모르는 여자의 이름을 들먹이며 물었다. 

 

“글쎄요 한영숙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어째서 사장님과 통화를 한 내용이 연쇄살인범에게 중상을 입은 한영숙씨의 휴대폰에 기록되어 있습니까?”

 

 “네? 연쇄살인범에게 중상을 입은 여자의 휴대폰에서 내가 통화를 한 내용이 기록이 되어있다니요? 좀 더 자세하게 사정을 이야기 해 주시겠습니까?”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의 말에 철민이는 아무런 영문을 몰라 물었다. 

 

“어제 밤 11시 40분에 한영숙이라는 40대 여자 대리운전기사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연쇄살인범을 만나 죽을 고비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만 아직까지 병원의 응급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환자의 몸에 있던 휴대폰을 조사하다가 사장님과 통화를 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에 전화 연락을 했습니다. 저희들이 지금까지 연쇄살인범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작은 단서조차도 발견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40대 여자 대리운전기사라고 하니까 생각이 납니다. 제가 이 여자 분을 두어 번 연락을 해서 대리운전을 시켰습니다. 어제 밤도 술을 마신지라 이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불러서 제 차를 운전시켜서 왔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사장님이 계시는 곳을 방문을 해서 이 사건의 수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중요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수사인데 당연히 협조를 하겠습니다.”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의 요구에 철민이는 순순히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는 철민이의 협조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사장님! 이제 우리 큰일 났어요! 잠시 후면 경찰서 형사들이 우리 집에 몰려서 올 텐데 어떡해요?”

 

진옥경이는 옆에서 철민이가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와 통화를 하는 것을 다 듣고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듣고 보니 큰일이 났어요. 형사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치면 신문기자들도 몰려서 들 텐데 사장님과 우리들이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거예요”

 

정미희도 갑자기 염려가 되는지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그렇다. 

 

한 밤중에 정미희와 진옥경이를 데리고 한 방에 같이 있는 것을 천수보살님이나 박신혜가 알게 된다면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자기를 만나려고 오고 있는 형사들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참 곤란한 처지에 몰린 철민이는 갑자기 술기운이 확 깨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어느새 철민이와 통화를 한 위치를 추적한 경찰들이 정미희와 진옥경이가 살고 있는 원룸 안에 들어와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왔다. 

 

“딴따라~ 딴따라~ 딴따라~”

 

철민이의 휴대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조금 전 전화 통화를 한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였다. 

 

“저희들이 지금 사장님이 계시는 방 앞에 왔습니다. 문을 좀 열어 주십시오!”

 

 “아 네 그러지요”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의 전화를 받고 철민이가 출입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형사 대 여섯 명이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철민이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를 않은 채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예쁜 두 아가씨가 철민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약간 겸연쩍은 표정이 되더니 더 이상 긴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철민이를 보고 물었다. 

 

“지금 같이 계시는 두 여자분들 하고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눈이 작고 코가 뭉텅한 형사가 먼저 철민이를 보고 물었다,

 

“이 보세요! 형사님! 지금 우리 사장님을 의심하는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정미희가 그만 화가 치미는지 빽 소리를 질렀다.

 

“아니? 사장님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상 연관이 된 사람이라면 정석으로 자세하게 알리바이를 캐어묻는 것입니다.”

 

정미희의 말에 약간 비위가 돋은 다른 젊은 형사가 나서며 반박했다. 

 

“아니? 아무리 수사과 형사라고 해도 그렇지요 지금 시간이 몇 시 인데 이 밤중에 우리 집에 불쑥 찾아와서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 사장님을 보고 이 여자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예의도 없이 추궁하는 자세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되네요 그리고 여자 대리운전기사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연쇄살인범을 만나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함께 이곳에서 지금까지 쭉 같이 있었는데 왜 우리가 그런 의심을 받아야 하나요?”

 

어디서 그런 담력이 나오는지 정미희는 아주 대차게 형사들을 향해서 질타를 했다. 

 

“아가씨! 대단히 미안합니다. 아마 저희들이 오늘 밤에 무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워낙 잔인한 연쇄살인범이라 저희 수사과 형사들이 모두 다 신경이 곤두 서 있다가 보니까 미리 아가씨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정미희의 말에 여태껏 뒤에서 잠자코 있던 수사반장이 사과를 했다. 

 

“뒷조사를 다 해 보면 잘 아실 거예요 우리 사장님과 저녁식사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놀다가 우리 사장님이 술이 취해서 운전을 못하니까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불러서 차를 타고 왔어요. 저희 집으로 와서 지금까지 함께 있었어요. 그러니 더 이상 아무 말 마세요!” 

 

정미희가 세게 나가자 진옥경이도 용기를 얻어 또박또박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경찰서로 돌아가면 혹시 그 연쇄살인범이 아주 지능적이라 우리가 돌아간 것을 알고 이곳으로 와서 경찰수사에 혼선을 빚기 위하여 잔인한 행동을 할지도 모르니 이곳에 형사들을 잠복을 시키고 가겠습니다.”

 

진옥경이의 말에 수사반장이 염려가 되는지 철민이를 보고 말했다. 

 

“아니? 형사들을 왜 우리 집에 잠복을 시켜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말인데 우리 사장님은 태권도가 7단에다가 그 유명한 해병대 교관 출신입니다 그러니 그 까짓 연쇄살인범은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그 뿐만이 아니랍니다. 우리 사장님은 천장에 붙어있는 파리도 칼을 던져서 잡고요 벽돌을 손으로 12장을 격파를 하고 맥주병 목도 500원짜리 동전을 멀리서 던져 자르는데 못 믿겠으면 직접 한 번 보실래요?”

 

정미희의 말에 진옥경이도 덩달아 큰소리를 친다. 

 

“아 믿겠습니다. 저희들이 여기로 오기 전에 사장님에 대한 것을 약간 알고 왔습니다. 태권도의 고수이시고 싸움도 잘 하시고 아주 용감하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잡으려는 연쇄살인범도 힘이 세고 운동신경도 빠르고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주고 가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기들이 이곳에 잠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수사반장이 연쇄살인범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는 같이 온 형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14부 

 

 

 

 갑작스럽게 찾아와 한바탕 연쇄살인범에 대한 문제로 어수선하게 분위기를 흩트린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돌아가자 철민이는 그제야 편안하게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미희와 옥경이도 철민이 옆에 잠자리를 펴고 같이 누웠다. 

 

원룸에 불이 꺼지고 그들이 잠든 시간 원룸 벽을 타고 오르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아주 익숙하게 가스 배관을 타고 오르는 검은 그림자는 민첩하고 날렵하게 철민이와 미희 옥경이가 잠이 든 창가로 스며들었다. 검은 그림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잠겨서 있는 창문을 아주 지능적으로 드라이버를 틈새로 넣어서 비틀어 창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창문을 잠그고 있던 고리가 떨어져나가고 창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자 그 틈새로 손을 넣고 문을 밀고는 안에 잠겨있는 이중창 창문도 같은 방법으로 드라이버를 넣어 잠근 고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도 없이 원룸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을 한 검은 그림자는 발소리를 죽이며 캄캄한 방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방안에 전기불이 환하게 켜지며 낮선 침입자를 향해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런 일이 있을 줄을 미리 알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침입자가 자기 앞에 서서 소리를 치는 사람을 쳐다보니 보기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 늘씬하게 잘 빠진 미남자였다. 물을 차고 날아서 오르는 멋진 제비처럼 날씬한 몸매에 얼굴은 전등불 아래 너무나 잘 생긴 모습이 확연하게 빛이 나고 있다. 

 

침입자는 자기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 속에서 재빨리 망치를 꺼내 들었다. 

 

“아니? 이 밤중에 무슨 망치는?”

 

잘 생긴 미남자는 이런 침입자의 행동에 조금도 두려움도 없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겁도 없이 망치를 들고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한밤중의 침입자는 얼굴에 잔인한 살기를 띄우고 자기 앞에 마주 선 상대를 향해 곧 공격의 자세를 취했다. 

 

“야! 너 같은 것은 내 상대가 안 되니 어서 비켜!”

 

망치를 들고 자기 앞에 선 미남자를 향해 방안 침입자는 이왕지사 자기의 모든 정체가 탄로가 난 마당에 아무 두려울 것이 없다는 투로 빈정대며 말했다.

 

“망치를 든 것을 보니 나약한 여자들을 공격하는 파렴치한 변태성욕자 같은데 너 참 잘 만났다. 내가 말이야 너 같은 정신이상자는 그냥 두는 성질이 아니라서 너 오늘 나한테 작살이 났다.”

 

한밤의 침입자는 자기의 빈정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조금도 위축이 되지를 않고 대꾸를 하는 젊은 미남자를 보자 갑자기 이상하고 불안한 징후가 느껴지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어제 초저녁부터 원룸 근처를 배회하다가 비싼 외제차를 타고 들어오는 술에 취한 젊은 남자와 예쁜 두 아가씨가 원룸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곧 바로 뒤따라 들어가 남자부터 망치로 때려서 처치를 하고 두 여자를 묶어놓고 동시에 자기의 성적인 욕망을 채우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이들을 태워다 주고 돌아서 한길로 걸어 나가는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보고는 행여나 이 여자가 나중에 자기를 추적하는 형사들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증인이 될까 봐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 부터 먼저 없애버려야 하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 뒤를 미행하여 그녀가 한길가로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뒤에서 번개같이 달려들어 잡아서 끌고는 어두컴컴한 건물 뒤쪽으로 갔다. 뚱뚱한 체격에 발악을 하는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날쌔게 납치를 한 허준영은 엄청나게 팔의 힘이 세어서 별로 어렵지 않게 여자를 끌고 갔다. 

 

그리고는 건물 뒤쪽 후미진 곳에 여자를 눕혀놓고는 곧 바로 성폭행을 하려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 잠시 후면 술에 취한 야리야리한 젊은 남자를 때려눕히고 예쁜 두 아가씨를 올라탈 것인데 이런 뚱뚱한 아줌마를 올라타고 자기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밤에 자기가 차지할 두 아가씨는 며칠 전부터 뒤를 미행하여 이 원룸 건물에 둘이서 한방을 같이 쓰며 살고 있다는 것 까지 낱낱이 다 뒷조사를 하여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오늘밤 이 두 아가씨를 자기의 먹이로 먹는 날로 미리 정하여 놓고 있었던 것이다. 

 

반항을 하는 뚱뚱한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강제로 타고 누르며 늘 가지고 다니는 망치를 배낭에서 꺼내 재빠르게 내리쳤으나 온몸으로 반항을 하는 여자의 행동에 번번하게 빗나갔다. 그러다가 여자가 안간힘을 다해 연쇄살인범 허준영을 밀쳐내고 달아나자 재빠르게 뒤따라 간 허준영은 다시 여자를 뒤에서 껴안아 끌고 오려고 하자 여자는 이미 사태의 위급함을 깨닫고 뒤에서 자기를 껴안고 끌고 가려는 허준영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여자의 발악하는 힘에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원룸으로 들어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이들을 비추자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그만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리하여 살인마 허준영은 여자를 끌고 가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주먹으로 여자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그래도 살인마 허준영은 계속해서 주먹으로 여자의 머리를 가격하여 완전하게 마무리를 하려는데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대학생들에게 이 광경을 들키고 말았다. 

 

여자의 비명소리에 놀라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던 대학생들이 사건의 현장을 목격을 하고는 재빨리 모두 몰려서 왔다. 그러자 살인마 허준영은 여자를 그대로 현장에 버려둔 채 재빠르게 도망을 쳤다. 대학생들이 급하게 119에 연락을 하고 경찰에 연락을 해서 다행히도 여자 대리운전기사는 목숨은 건졌지만 머리에 엄청난 타격을 받아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관악경찰서 형사들이 철민이를 찾아와 연쇄살인범이 여자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하여 중상을 입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이 일반 승합차를 타고 왔기에 살인마 허준영은 형사들이 미리 이곳을 다녀간 줄을 모르고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정미희와 진옥경이가 살고 있는 이 원룸의 방에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들의 방에 불이 꺼지자마자 건물 벽에 붙어있는 가스배관을 타고 재빠르게 올라와 베란다의 창을 통해 침입을 하였던 것인데 뜻밖에도 일이 묘하게 틀어지며 난생 처음 보는 잘 생긴 미남자와 한판 붙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야! 이 새끼야! 우리 사장님께 너 오늘 밤 죽었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네가 창문 고리를 드라이버로 부수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몰래 일어나 이렇게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지!”

 

연쇄살인범 허준영이를 보고 미희와 옥경이가 조금도 두려워하지를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 되어간다는 것을 재빨리 눈치를 챘다. 여자들이야 어차피 자기의 상대가 되지를 않겠지만 문제는 바로 지금 자기 앞에 늠름하게 서 있는 잘 생긴 미남자가 왜 그런지 두려워졌다. 

연쇄살인범 허준영이가 자기 앞에 서 있는 잘 생긴 젊은 미남자를 향해 자기의 주 무기인 망치를 들고 단번에 상대를 쓰려드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는데 그의 손에서 갑자기 “휙~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무언가 날아와서 자기의 이마에 꽉 박혔다. 

 

“우욱!”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서 자기가 침입한 베란다로 뛰쳐나가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 열어두었던 창문을 통해 재빠르게 달아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런 행동을 못할 것이지만 역시 남다르게 재빠르고 날쌘 행동으로 도망을 쳤다. 

 

설마 도망을 가리라고는 예측을 못한 철민이는 ‘아차’ 하는 생각에 연쇄살인범 허준영을 바로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놈이 도망을 칠 줄을 알았으면 단번에 끝장을 내어버리는 것인데 하는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연쇄살인범의 이마에 500원짜리 동전이 박혔는데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그래도 재빠르게 도망을 갔어요.”

 

 “정말 지독한 놈이 예요”

 

아쉬움에 서 있는 철민이를 보고 미희와 옥경이가 한 마디씩 말을 했다.

 

세 사람 모두 잠은 다 잤다.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세 사람은 원룸을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네마 호텔로 가서 방을 정하고 그곳에서 쉬기로 하였다. 

 

한편 그 시간 

 

 연쇄살인범 허준영은 자기의 아지트로 돌아와 제일 먼저 방에 걸린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초풍을 하도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놀라지 마시라! 

 

살인마 허준영이의 이마에는 놀랍게도 500원짜리 동전이 박혀서 있었다. 

 

그 순간에는 그냥 “휘~익” 하는 소리만 들었는데 그게 바로 500원짜리 동전이 날아오는 소리였던 것이다. 

 

문제는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병원으로 가서 뽑으면 제일 쉬운 데 요즘 의사들은 아예 믿을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괜히 병원으로 가서 500원짜리 동전을 뽑으려고 하다가는 의사가 경찰에 연락이라도 하면 땡하고 자기 인생을 종치는 날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큰마음을 먹고 자기 손으로 직접 자기 이마에 박혀서 있는 500원짜리 동전을 뽑으리라고 작정을 했다. 주위를 둘러서 살펴보니 상비약으로 준비를 해 둔 소독약과 탈지면이 있는지라 핀셋 집게로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잡아 댕기자 엄청나게 아픔이 몰려서 왔다. 그러면서도 좀처럼 이마에 박힌 동전이 빠지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들고 다니던 공구가방을 찾으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오늘 밤에 침입을 했던 원룸에 그대로 두고 도망을 치는 바람에 두고 온 것이 생각이 났다. 

 

이리저리 아지트 구석구석을 찾아서 헤매니 한쪽 구석에 녹이 슬은 큰 벤치 하나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것을 주워들고 들어와 거울을 보고 자기 이마에 박힌 500원짜리 동전을 벤치를 벌려 물리고 힘껏 잡아서 당기니 엄청난 아픔이 몰려서오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내린다. 

 

“이놈의 새끼! 어디 두고 보자!”

 

살인마 허준영이는 이를 꽉 다물고 힘껏 큰 벤치로 자기 이마에 막힌 500원짜리 동전을 잡아서 당기니 쏙 하면서 동전이 빠지면서 피가 왈칵 솟아나왔다. 얼른 자기 앞에 놓인 소독약을 묻힌 탈지면을 가져다가 피가 솟구치는 자기 이마를 꼭 누르며 막았다. 

 

순간 

 

탈지면에 묻은 소독약이 구멍이 난 상처로 들어가면서 팔딱 뛸 것 같은 고통이 몰려서 왔다. 살인마 허준영이가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엄청난 아픔의 고통이었다. 

 

살인마 허준영이는 다시 한 번 아래 위 이빨을 으드득 깨물며 안간힘을 쓰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호텔의 침대위에 미희와 옥경이를 양쪽에 끼고 누운 철민이는 비로소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자기의 주변이 안전하다고 느끼자 그 동안 긴장했던 피로감이 몰려서오며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철민이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자기의 양쪽에서 꼭 붙어서 잠을 자고 있는 미희와 옥경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모습에 철민이는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또 한편으로는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서 왔다. 당장 마음 같으면 미희와 옥경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 순간의 행동으로 그녀들의 평생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도 깊이 잠이 든 미희와 옥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써 솟구치는 자기의 성적인 욕망을 조용하게 잠재웠다. 미희와 옥경이는 모두 다 겉옷만 벗은 채 가벼운 속옷을 입고 자기 곁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호텔 방에 딸린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한 철민이는 방으로 나와 호텔 창밖을 내다보았다. 호텔 입구에는 많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안내를 하는 주차원이 왔다가갔다가 하는 것이 보인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잠을 깬 미희와 옥경이를 데리고 호텔 뷔페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호텔 뷔페에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철민이는 당분간 미희와 옥경이를 천수보살님의 거처로 옮기기로 하고 둘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집안으로 들어서자 가정 살림을 맡아서 살고 있는 가정부 아줌마가 철민이를 보고 반기며 말했다. 

 

“아 그런 것 같습니다. 천수보살님은 지금 안에 계시지요?”

 

가정부 아줌마의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철민이가 물었다. 

 

“네 안에 지금 계세요”

 

철민이의 물음에 가정부 아줌마는 천수보살님이 자기 방에 있다고 대답했다. 

 

미희와 옥경이를 응접실에 머물게 하고 천수보살님의 방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훤하게 다 알고 있는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서는 철민이를 보면서 말했다. 

 

“요즘은 아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다니는구나!”

 

 “네? 아 네 요즘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천수보살의 말에 철민이는 마치 책임감을 다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저 애들을 왜 여기에 데리고 온 거냐? 설마 나 보라고 데려온 애들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오늘 새벽에 연쇄살인범이 원룸에 침입을 하는 바람에 잠시 처소를 호텔로 옮겼다가 아무래도 연쇄살인범이 또 다시 미희씨와 옥경씨를 해칠까봐 당분간 이곳에 머물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데려왔습니다.”

 

 “그래? 그럼 당분간 여기에 머물도록 해! 그런 잔인한 범죄자에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천수보살님!”

 

철민이가 고맙다고 천수보살에게 인사를 했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초가을이 다가왔다. 

 

모처럼 천수보살의 집안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온통 집안에는 여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리 돌아보아도 여자! 저리 돌아보아도 여자! 철민이는 이런 여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자니 적잖이 부자유스러웠다.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 처녀귀신 혜진이가 부쩍 철민이를 찾아와 안기고 응석을 부릴 때가 그렇다. 처녀귀신 혜진이가 철민이의 품에 안기면 그 뭐랄까? 묘한 기분이 들면서 바람 같은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요즘 부쩍 키가 커진 혜영이는 제법 여자의 티가 난다. 이런 혜영이가 좋다고 철민이의 품에 와락 안기면 싱싱한 과일 같은 신선함이 물컥 풍기면서 자기도 모르게 혜영이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면 나이가 어린 혜영이는 이때다 싶어 더 적극적으로 자기의 혀를 철민이의 입안에 들이밀면서 세차게 철민이의 혀를 빨아대고는 했다. 이쯤 되면 정신이 번쩍 든 철민이는 재빨리 혜영이의 입에서 자기의 입을 떼면서 말했다. 

 

“혜영아! 이 오빠! 숨이 막힐 것 같다”

 

 “응? 나는 괜찮은데 오빠!”

 

혜영이는 너무나 아쉬운지 철민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웬만하면 다시 한 번 더하자는 눈치를 보이며 말한다. 그러나 철민이는 애써 참는다. 혜영이 말대로 다시 한 번 더 입맞춤을 했다가는 둘이서 큰 일이 날판이다. 

 

제일 참을 수 없는 것이 절세의 미인 소연이와 마주치면 철민이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저절로 그녀 앞에 꼼짝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 곁에 함께 있는 처녀귀신 혜진이도 대하기가 어색했다. 

 

이런 날은 그저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쏘이는 것이 최고다. 

 

철민이가 바람 좀 쏘이고 오겠다고 혜영이 엄마에게 말을 하고는 차를 운전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한길 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철민이는 한강변으로 차를 운전하여 갔다. 강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혼자서 한강 강변을 걸었다. 이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깔리면서 하나 둘 가로등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자기 차를 가지고 나온지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강변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 그곳에서 이동식 점포를 만들어서 황금붕어빵을 팔고 있는 중년부부에게 가서 2만원을 주고 황금붕어빵을 샀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한강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붕어빵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예쁜 수정이의 얼굴이 환하게 떠오른다. 

 

“수정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으로 가야지”

 

자기도 모르게 이 말을 중얼거리며 자기 차에 오른 철민이는 시동을 걸었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 마치 친 오누이처럼 자란 철민이와 수정이 저번에 할머니 집에서 둘이서 안고 잔 기억이 소록소록 새롭게 떠올랐다. 

 

수정이가 근무하는 봉천동 전자랜드에 철민이가 가까이 갔을 때는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불쑥 전자랜드에 들어가 수정이를 불러내면 주인여자가 이상히 생각을 할까 봐 저만치 차를 세우고 수정이가 퇴근을 하고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민이가 30분을 차안에서 기다려도 수정이는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보통 저녁 8시가 조금 지나면 수정이가 퇴근을 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수정이가 퇴근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수정이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피곤한 수정이를 억지로 불러내서 자기 할머니 집으로 데려가는 것도 지금 생각을 해 보니 무척이나 경솔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순간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보자 그 동안 자기 마음속에 깊이 묻혀서 있던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되살아났다. 

 

잠시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그녀는 이제 퇴근을 하려는지 전자랜드 셔터 문을 내리고 있었다. 가서 도와주어야 할지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지 철민이가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웬 남자가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뒤로 다가갔다. 철민이는 처음에 그 남자가 전자랜드에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온 손님으로 알았다가 뭔가 하는 행동이 수상해보여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뒤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곧 바로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납치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철민이는 급하게 사건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흉기로 위협하여 차안으로 납치를 한 괴한은 미리 준비를 해 온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돌려서 끈으로 꽁꽁 묶었다. 이제 완전하게 괴한의 수중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온 몸을 떨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너도 참 재수가 없는 여자다! 하필이면 내 눈에 띄어 오늘 밤 이렇게 가게 되다니 말이야! 그래도 그 전에 내가 너에게 베풀 예식은 남아있으니 머리통이 내 망치에 깨지기 전에 두 다리나 벌리고 내 좆이나 네 보지에 받아라!”

 

괴한의 이상하고 해괴망측한 소리에 수치감으로 떨고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아예 두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구원의 지장보살이 나타났다. 

 

차창 문이 박살이 나면서 열리고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막 올라타려고 하는 괴한의 멱살을 잡아 차에서 끌어내리는 힘센 손길이 있었다. 차 밖으로 끌려서 나온 괴한은 상상도 못한 뜻밖의 일을 당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괴한은 급하게 자기의 망치를 찾았지만 자기의 차안에 있는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비겁하게 뒤에서 이러지 말고 사내자식이라면 우리 둘이 당당하게 싸워보자!”

 

괴한의 입에서 간교한 계교가 흘러서 나오며 잠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했다. 

만약 이 괴한이 연쇄살인범 허준영이 인 것을 철민이가 알았다면 당장에 물고를 내었을 것인데 그냥 단순히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른 괴한으로 알았기에 자기도 모르게 힘껏 잡았던 괴한의 멱살을 놓아주며 말했다. 

 

“그래? 어디 우리 한 번 겨루어 보자! 진정한 사내라면 말이다”

 

철민이는 괴한의 꼼수에 빠진 것도 모르고 서너 발자국 물러서서 싸울 준비를 했다. 아무리 날 뛰는 강도라도 철민이는 조금도 두렵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한은 이미 사태가 뒤틀어진 것을 알고는 어둠속으로 잽싸게 달아나 버렸다. 

 

‘아차!’

 

괴한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달려가 잡으려고 했지만 얼마나 놈이 재빠른지 바람같이 싹 달아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괴한을 잡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차안에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번쩍 들어서 안고는 밖으로 나와 그녀의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뗐다.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철민이가 자기 손을 묶고 있는 노끈을 풀어주자 자기도 모르게 이제야 살았다는 감격으로 철민이의 품에서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철민이는 전자랜드 주인여자가 자기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고 있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15부 

 

 

 

 서울 청담동에 있는 리베라 호텔에서 잠이 깬 철민이는 아직도 자기 품에 안겨서 자고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보며 도저히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어제 밤에 분명히 무섭다고 자기를 따라 이곳에 와서 철민이와 함께 몸을 하나로 합친 그녀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으로 자기의 품에 안겨서 자고 있는 전자랜드 주인여자! 

 

이제 그녀는 완전히 철민이의 여자가 되었다. 아니 철민이의 것이 되어버렸다. 

 

어제 밤 이 리베라 호텔 304호에 투숙하자마자 죽을 고비에서 생명을 건진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급박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체험한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철민이의 품에 안겨서 갈급한 심정으로 철민이의 성적인 욕구를 불러서 일으키며 성적인 교합을 하였다. 

 

그것은 평생을 이제 철민이가 자기를 지켜줄 것이라는 보증을 위한 계약서 같은 것이기도 했다. 

 

“아줌마! 정말 이래도 되나요?”

 

하도 적극적으로 나오는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향해 철민이가 물었을 때 그녀는 말없이 그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포개며 뜨거운 키스를 했다. 

 

이것이 승낙을 표시로 받아들인 철민이는 그 동안 애써 참아 온 정열을 쏟아서 전자랜드 주인여자와 육체적인 깊은 관계를 맺었다. 

 

철민이의 좆이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보지에 깊숙이 들어가 박히자 마치 졸깃졸깃한 백설기 같은 느낌이 왔다. 출렁거리는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탐스러운 두 유방을 손으로 움켜서 쥐고 자기 좆을 그녀의 보지에 박아댈 때마다 황홀한 목소리로 헐떡거리는 그녀의 신음소리는 더욱 철민이를 흥분되게 하고 자극을 시켰다.

 

“아.......아.......아....... 음.......음....... 흑.......흑........흑.......”

 

전자랜드 주인여자의 신음소리는 정말 철민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매력이 있었다. 늘씬한 그녀의 두 다리가 철민이의 허리를 휘감고는 버둥댈 때마다 철민이는 마치 붕 뜬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아줌마는 내 것이야!”

 

자기도 모르게 소유욕에 가득 찬 철민이가 예쁜 전자랜드 주인여자를 올라타고 누르며 그녀의 보지에 자기의 좆을 거칠게 박아대면서 하는 말이었다. 

 

“아 몰라? 이제 나 몰라요?”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그저 철민이의 큰 좆에 자기의 보지를 쑤시면서 몰라? 하는 소리만 내었다.

 

“예쁜 아줌마 몸속에 내 씨를 넣어서 예쁜 아이를 낳았으면 정말 좋겠어!”

 

 “아 몰라요? 몰라?”

 

철민이의 말에 전자랜드 주인여자는 그저 몰라? 라는 말만 계속 했다. 

 

점점 두 사람의 흥분이 극도로 치솟아 오르자 이제는 서로가 흥분의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를 꼭 끌어서 안고는 온몸을 버둥거렸다. 

 

“응.......응.......응....... 흑.......흑........흑.......”

 

 “헉.......헉........헉.......음.......음........음.......”

 

전자랜드 주인여자와 철민이가 내는 헐떡거림이 점점 온 방안을 울리고 두 사람의 몸은 빈틈이 없이 하나로 붙어서 버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