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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





이병주의 증상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심해졌다. 사무실에서 여직원 한명이 가져온 조개 모양의 마들렌을 보고 기겁을 해 팀원들까지 의아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기도 했다.



여자들이 착용하는 목걸이나 귀걸이에도 조개를 형상으로 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같은 팀에 여직원이 그런 귀걸이를 착용하는 날은 하루 종일 마주칠때마다 쭈뼛쭈뼛 놀라곤 했다.



‘후우 진짜 왜 이러지 요즘.’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조개 비스무리한 모양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미쳐버릴 거 같은 그였다.



조개 때문에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병주였지만, 아내인 서진아와의 신혼생활은 너무나 달콤했다. 얼굴값 한다고 여성편력 심했던 그는 결혼 전 많은 여자들과 교제했었다.



그러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서진아를 만나게 되는데 같은 부서에 사수로 이것저것 업무를 가르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딱 봐도 남성경험이 거의 없어 보이는 순수한 그녀를 구워삶은 병주는 그 답지 않게 교제 후 100일이 넘게 공을 들인 끝에 서진아와 첫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병주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많은 여자 경험이 있는 병주도 그렇게 완벽한 가슴을 본 건 처음이었다. 동양인의 태생적인 한계인지 아무리 괜찮은 여자들도 그에 걸맞는(?) 풍만한 바스트를 가진 인재가 없었다.



물론 가슴이 굉장한 여자들도 있었지만 얼굴이 아쉽거나 무언가 부족했다. 풍만한 골반의 소유자도 벗겨보았지만 가슴은 골반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가슴성형을 한 여자도 만나보았지만, 감촉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에 선호하지 않았다. 역시 자연산이 최고였다.



계란형 얼굴에 잡티없는 뽀얀 피부, 청순한 미인상에 그대로 부합하는 서진아는 이미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사실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기 전까지 병주는 결혼과 같은 진지한 감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적당히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여자친구정도였다.



헌데 서진아는 진정한 베이글녀였다. 청순한 외모와 반전으로 C컵? 아니 D컵이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바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물방울 모양의 완벽함과 때 묻지 않은 핑두와 핑보. 그리고 남자경험이 전무한 그녀의 순수함에 병주는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처녀막을 개통시킨 환상적인 잠자리 이후에 병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진아에게 프로포즈 했다. 결혼은 사실 서른 후반쯤 천천히 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하얀 도화지 같은 서진아를 다른 남자놈들이 찝쩍거리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여보~ 오늘도 고생했어요.”



먼저 퇴근한 서진아는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펑퍼짐한 앞치마로도 가슴의 존재감을 숨기기는 부족했다.



“쪽... 쪼옥 쪼옥.”



병주는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진아에게 찐한 딥키스를 퍼붓는다. 앵두 같은 입술을 맛보고 부드러운 혀가 그를 반긴다. 나머지 한손으로는 봉긋 부풀어 오른 가슴을 주무른다. 만져도 만져도 질리지 않는 찹쌀떡처럼 쫀득하고 몽글몽글한 촉감이었다.



“여보...하아... 저녁은요?...”



병주의 격렬한 키스와 가슴을 집중공략하는 손가락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진아였다. 거유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그녀의 예민한 성감대 중 하나였다.



탄탄한 체력과 왕성한 성욕이 진아를 만나 불꽃같이 타오른다. 덕분에 진아는 생리기간을 제외하고는 병주의 육탄공격을 하루도 빠짐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병주는 익숙해질법도 한데 스킨쉽을 할때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진아가 너무도 귀여웠다.



“쭙...쭈우웁.... 여보... 저녁은 먹고 아이 참... 나중에 쭈웁...쭙쭙....”



“하악...하아아...”



진아의 상의를 벗기자 뽀얀 가슴이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병주는 손아귀 다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가슴을 마구 희롱한다. 그 덕분에 가슴은 격렬한 파도처럼 손 안에서 마구 출렁인다. 동시에 그 거대한 언덕 위에 수줍게 자리잡은 핑크빛 유두를 집요하게 물고 빤다.



“하아 못 참겠어 바로 넣을게”



“아흥...여보... 주방에서는 너무 부끄러운데....”



자신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진아의 부끄러워하는 표정과 달아오른 얼굴은 어떤 남자라 거친 정복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진아의 그런 모습 때문에 병주는 더욱 흥분하여 스커트와 팬티를 한번에 끌어내린다.



전라가 된 진아의 등 옆으로 거대한 가슴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아...하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병주는 곧바로 그녀의 보지에 삽입하려 하는데,



“헉!”



그녀의 다리사이, 옅은 음모 아래 수줍게 입을 다물고 있는 보지를 본 순간 병주는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하아....하아....하아....”



시야가 흐려지며 그대로 주방 바닥에 쓰러진다.



“여보!! 괜찮아요??”



“하아...하아... 괜찮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아를 달랜다. 이내 정신을 차렸지만 이제 병주는 아내의 수줍게 다물어진 보지를 봐도 이 알 수 없는 공포증이 밀려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과 함께 아내를 위해 끊었던 담배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 * *



“아 맞다. 이병주!”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이병주를 본 현우는 며칠 전 회식에서 이병주에게 증폭시킨 공포증이 떠올랐다.



‘그래 무슨... 발음하기도 어려운 공포증을 증폭시켰는데....’



현우는 궁금증에 스마트폰으로 업무시스템 개인정보를 띄운다.



[사용자 : 이병주]

[나이 : 29] [키 :183] [체중 : 70]

[체력 : 7(-2)/10] [매력 : 8/10] [성욕 : 4(-4)/10] [멘탈: 5(-4)/10]



[심리 메시지]

서진아에 대한 [사랑]

신혼생활의 [행복]

조개에 대한 [공포] (ostraconophobia) - 증폭 활성화

자신의 성기능에 대한 [불안] - new!!



‘오오?’



멘탈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수치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조개 공포증이 뭐 길래 이병주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거지?’



멀리서 잘 안보이지만 대충 봐도 이병주의 얼굴은 평소의 자신만만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퀭한 눈과 다크서클이 그의 상태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무슨 보지보고 조개를 떠올렸나? 성기능 불안까지? 큭큭’



내심 아름다운 아내와 훤칠한 외모 빠질 것 없이 다 가진 이병주의 고통에 현우는 알 수 없는 야리꾸리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래 이것도 증폭해야지.’



현우는 성기능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을 터치한다.



[현재 관리자 권한에서는 두 개 이상의 감정을 증폭하거나 감소 시킬 수 없습니다.]



‘쳇 한번에 두 개는 아직 불가능 하군.’



왠지 조개공포증은 성기능 불안과 엄청난 시너지를 줄 것 같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 생긴 불안을 증폭시킨다.



[심리 메시지]

서진아에 대한 [사랑]

신혼생활의 [행복]

조개에 대한 [공포] (ostraconophobia)

자신의 성기능에 대한 [불안] - 증폭 활성화



‘이제 확실히 알겠어. 업무시스템의 효과를’



인간의 뇌는 밥을 먹는 단순한 행위에도 수많은 연산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간단한 행위도 어릴 적 부모에게 배운 기억을 떠올리면 할 수도 있고, 오른손으로 들지, 왼손으로 들지, 나머지 한손은 무릎 옆에 둘지, 식탁에 올리고 먹을지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이러한 복잡한 연산체계 안에 인위적인 변수가 개입된다고 가정해보자. 아주 사소한 변수라도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이 되듯 엄청난 결과가 되어 의식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의식체계를 조작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지만 모든 변수 값을 계산해 원하는 방향으로 인간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심리 메시지에 송출되는 감정을 증폭, 감소시키는 것으로 대상의 의식체계를 조작할 수 있다니!



‘물론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거지.’



다시금 업무시스템 관리자의 권한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현우는 깨닫는다.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가벼운 현우의 액정화면 터치는 거대한 폭풍으로 그 대상을 뒤흔든다.



병주의 경우가 그러했다. 스치듯 떠올린 조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현우가 업무시스템을 통해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확장시킨다. 그 결과 조개 자체에서 유사한 그림, 모양 등으로 확장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병주의 의식체계를 뒤덮는다.



좋지 않았던 하나의 기억은 공포증으로 확산되고 결국 멘탈이라는 둑을 터트려버린다.



‘결국은 펑하고 터지겠지? 큭큭큭’



설마 내가 성기능이 문제가 있나? 대수롭지 않게 떠올린 이병주의 그 불안을 계속해서 시스템은 증폭시킬 것이다.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의 원인은 사실 대부분이 심리적인 요인이다. 뇌리를 계속해서 맴도는 불안은 한두번의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완전히 이병주는 성기능 불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현우였다.



“하하하하핫!!!”



현우는 그 야릇한 쾌감에 참지 못하고 비열한 웃음을 터트린다.



* * *



신혼 4개월차 서진아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친구들 상담하기에도 부끄러워 말 못할 그런 고민이다.



“으음....”



바로 병주와의 부부생활이었다.



‘분명...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했었는데.... 요즘은....’



진아는 사실 이병주 외에 남성과 경험이 없다. 엄한 부모님 때문일까? 옷차림부터 외출시간까지 부모의 영향아래 철저하게 통제되어 살아왔다.



당연히 이성 친구들과 여행도 금지였고, 이성을 사귀는 것도 많은 제약이 있었다. 청순한 미인상의 얼굴과 글래머스한 몸매 때문에 엄청난 남자들의 대쉬를 받았고 그 중 몇몇과는 사귀기도 했었다. 하지만 철저한 부모님의 간섭 때문에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가기가 일쑤였다.



다행히 취업과 함께 독립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교제한 남자가 바로 이병주였다.



그 때문에 진아는 급격히 줄어든 관계횟수의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의 엄한 교육 때문일까? 이런 일을 누구와 상담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보수적이었다.



분명 병주는 신혼여행부터 몇 주 전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구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아플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서는 병주의 테크닉과 첫경험 이후 알게 된 성욕 때문에 완전히 섹스의 즐거움을 알게 된 그녀였다.



‘내가 너무 소극적인걸까? 아니면 벌써 내가 질린거야? 병주씨??’



항상 수동적으로 병주의 스킨쉽을 받는 것은 진아였다. 대부분 정상위였고, 가끔 후배위를 즐기는 정도가 섹스의 전부였다.



그녀도 남자를 즐겁게 하는 봉사들을 어깨너머로 들어보긴 했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부끄럽고, 먼저 남편에게 능동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싼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몇 차례 남자경험이 있다면 가끔은 여자의 적극적인 봉사와 평소와는 다른 체위가 관계개선에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았겠지만 이병주 이외에는 경험도 전무한 진아가 그 사실을 알리 없었다.



“그래! 오늘은 적극적으로 병주씨에게”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달아오른다.



‘너무 부끄러운데.... 그래도 평소와 다르게.....’



섹스의 쾌감, 아니 화목한 부부관계를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 진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