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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아내와의 신혼생활이 달라졌다.



요즘 이병주는 이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좀 쑥스럽지만 번듯한 외모와 돈 걱정 해본 적 없는 부유한 가정.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다져진 연애기술과 테크닉.



이런 자신이 어리고 순수한 서진아를 꼬시기는 간단했다.



처음에는 적당히 데리고 놀 생각이었지만 요즘 세상에 천연기념물 같은 처녀, 그리고 항상 동경했던 자연산의 풍만한 D컵 가슴, 뽀얀 우윳빛 피부, 자상한 성격에 자신만을 바라보는 순애보. 평소 비혼주의자였던 자신의 신조를 무너트릴 만큼 서진아는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였다.



정력 또한 평균 이상의 병주가 이런 매력적인 아내를 그냥 놔 둘리 없었고 결혼식 이후부터 줄 곳 뜨겁게 불타는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발기부전만 아니었다면.



처음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등등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애써 부정했었다. 그러나 이병주는 이제 이 잦 같은 사실을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더 이상 정상적인 발기가 되지 않는 고자란 사실을.



“쾅!”



거칠게 식탁을 내려친다.



“젠장...젠장....씨바알.”



병원부터 한의원, 민간요법까지 가리지 않고 시도해 봤다. 그러나 자신의 물건은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아직 서른도 안 된 청춘인데.



“병주씨..... 괜찮아요?”



출근준비를 하던 아내 서진아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본인도 힘들텐데 항상 남편을 배려하는 아내가 병주는 사랑스러웠다.



허벅지 바로 아래까지 오는 타이트한 화이트 원피스가 그녀의 풍만한 가슴 윤곽부터 몸매 전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얇은 옷감 때문인지 안으로 검정색 속옷이 살짝 비쳐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오! 오늘따라 엄청 섹시한데?’



그 시각적인 자극 때문에 병주의 자지가 움찔움찔 거린다. 그러나 역시 발기되진 않는다.



‘어?’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이질감에 그는 당황스러웠다. 아내가 저런 옷을 입었던가? 청순한 얼굴과 대비되는 풍만한 가슴 때문에 어려서부터 남성들의 음탕한 시선에 시달려온 그녀였다. 그래서 항상 몸매를 드러내지 않은 옷을 고수해 왔다.



그 때문에 처음 잠자리를 갖기 전까지 국보급의 가슴을 모르고 있던 병주였다. 그런 아내가 저렇게 타이트하고 심지어 짧은 원피스를 입다니?



“옷? ...새로 샀어?”



“아 스타일을 한번 바꿔봤어요. 헤헤”



“.....”



“저....괜찮아요?”



“...아 응응 너무 이뻐. 잘 어울린다.”



진작에 저런 원피스를 아내에게 입혀보고 싶었던 병주였지만 그녀의 트라우마를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사실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에 야릇한 원피스를 선물하고 뜨거운 밤을 보낼 계획이었건만.



아내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오럴은 물론이고 정상위 이외에 다른 체위는 항상 본능적으로 거부해왔다. 마치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조교시켜 밖에서는 청순하지만 자신 앞에서만 음란한 창녀처럼 교육 시킬 생각이었다.



서두름은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수많은 여자를 겪으면서 깨달은 병주였고, 진아 역시 그렇게 바꿀 자신이 있었다.



‘왜 저런 옷을 입었을까? 내가 문제가 있어서? 잠자리를 갖지 않아서? 그 때문에 욕구불만? 아니 미친 저렇게 입는데 그냥 출근 시켜야 하나?’



오만 생각이 들었지만 축 처진 그의 물건처럼 병주의 자신감도 바닥을 친 덕분일까? 차마 아내에게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저러고 출근하면 남직원들이 하루종일 처다볼텐데’



자신도 삼삼오오 모여 여직원들의 의상과 몸매를 품평했던 경험이 있어 휴식시간만 되면 모여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이란 그런 동물이니까.



‘젠장 젠장 젠장’



발기부전 때문에 짜증만 늘어버린 병주였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이었다. 아내는 10센치가 넘어 보이는 검정색의 유광 하이힐을 신발장에서 꺼낸다. 앞쪽이 뚫려있어 발가락이 노출되는 오픈 토 힐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하이힐을 신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엇!”



‘이젠 헛것이 보이나? 제발 내가 잘못 본거겠지.’



발목까지 허리를 깊숙이 숙인 탓에 가뜩이나 짧은 원피스가 엉밑살이 보일정도로 밀려 올라갔다. 그리고 풍만한 진아의 엉덩이를 감싸기에는 너무나 적은 면적의 검정색 티팬티가 살짝 눈에 들어온다.



“아”



병주는 연이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끈처럼 얇은 티팬티 때문에 주변 둔부살이 고스란히 그의 눈에 보인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녀의 뽀얀 둔부언덕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실오라기 같은 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깨끗하게 왁싱돼 있었다.



“아 여보 오늘 출장이었죠? 저 먼저 출근할게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



평소처럼 다정하게 인사하는 아내였지만 엄습하는 불안감에 이병주는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와 그녀의 신혼생활은 분명 거대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 * *



- 또각 또각 또각 -



대리석 바닥과 힐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사내에 울려 퍼진다. 잠시 후 금요일이라 다소 들뜬 사무실이 잠시 조용해진다.



“안....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우야....’



‘와아....’



‘미친 빨통 오지네. 진아씨 저 정도였나?’



‘시발... 병주대리 존나 부럽다.’



‘어우야 누나 나죽어’



‘미친 무슨 창녀야? 저런 홀복을 입고 출근하게?’



‘헐... 제정신이야? 여긴 회사라고’



‘병주씨는 아내가 저러고 다니는 걸 그냥 둔단 말이야?’



직원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침인사를 나누지만 남직원들은 고스란히 드러난 서진아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여직원들은 진아의 가슴 대한 질투심으로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남녀 할 것 없이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서진아를 주목하고 있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어’



남직원들의 끈적한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집중되자 터질 듯 얼굴이 달아오른다. 불안한 듯 계속 원피스를 허벅지 아래로 추켜 내리지만 원채 짧기도 하고, 풍만한 가슴 때문에 원피스의 기장은 허벅지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후다닥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업무에 집중해 보지만 웅성대는 직원들의 이야기 소리가 전부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 같다는 부담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진아씨 잠깐만 나 좀 봐요.”



팀장이 칸막이 너머로 서진아를 부른다. 그녀는 짧은 원피스 때문에 속옷이 보일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의 자리로 간다.



“네. 무슨 일이세요 팀장님?”



팀장은 천천히 자신 앞에 서 있는 서진아를 위아래로 훑는다. 그리고 시선은 그녀의 가슴에 고정된다.



“팀장....님?”



중년의 팀장의 노골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진아가 다시 한번 팀장을 부른다.



“큼...흠흠.... 진아씨. 아무리 오늘이 캐주얼 데이(금요일에 자유롭게 복장을 입는 날)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신경 써 주세요. 여긴 직장입니다.”



단정한 옷을 입으라는 지시였지만 진아는 말하는 내내 음흉한 팀장의 시선 때문에 벌레가 몸에 지나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네에.... 죄송합니다. 팀장님.”



남자 직원들의 음흉한 시선과 대놓고 자신의 몸을 훑는 팀장 때문에 진아는 수치심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 참고 자리로 돌아갔다. 고교시절 뭣 모르고 딱 붙는 티셔츠를 입고 밖에 나갔을 때 지하철에서 남성들의 끈적한 시선 때문에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금 밀려왔다.



진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팀장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물건은 오랜만에 빳빳하게 발기되어 커다란 텐트를 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빳빳하게 섰던 적이 있었던가?’



세무팀장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에 자리에 앉아있는 서진아를 한동안 계속 음탕한 눈으로 주시했다.



멀리서 그녀가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현우도 자지가 꼿꼿하게 발기되었다.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서진아의 패션은 바로 며칠 전에 지시한 본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 * *



업무시스템으로 서진아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현우는 다음날 진아를 메신저로 호출했다.



“이...이대리님....무슨 일이세요?”



항상 사내에서는 웃는 얼굴로 근무했던 서진아가 극도의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그를 응시한다.



“잠깐 이야기 좀 하려구요.”



“전.... 전 이대리님과 할말 없어요.”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능글맞게 웃고 있는 현우에게 서진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런 어설픈 진아의 태도에 현우는 더욱 이상한 열망을 느낀다.



“오호... 그래요? 혹시 저번주 금요일의 뜨거운 시간을 잊으신 건 아니죠?”



“이....이대리님! 한번만 더 그 이야기 하시면 성희롱으로 신고 할꺼에요!”



이현우에게 소모품 창고에서 반강제적으로 겁탈 당한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 서진아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진아씨 제가 성희롱을 했다구요?”



“그럼 그게 아니고 뭐에요?”



진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우는 스마트폰을 들어 녹화한 동영상을 재생시킨다.



- 아....아앙....아흑....더.. 좀 더 해줘요. -



- 뭘 해달란 건데요? 진아씨 부탁을 할 땐 정확하게 말해야죠. -



- 더...더 넣어주세요 그... 그걸 -



- 그게 뭔데요? -



- 으흑..흑.... 그... 그게 -



- 대리님의 그... 그 자....자지요! -



- 아흥....아아앙....아아아아아! -



현우가 실행시킨 동영상에는 연이은 삽입과 절정으로 비몽사몽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서진아가 소모품 창고에서 후배위로 마구 박히고 있었다.



현우에게 마구 범해지던 날. 진아는 10번 이상 가버린 순간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저런 대화를 나눴다니.



‘내가...내가 저렇게 애걸복걸 했단 말이야?’



평소 저속한말을 일체 사용하지 않던 그녀였기 때문에 자신이 찍힌 섹스 동영상보다 자지라는 저속한 단어로 현우에게 애원한 사실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걸 보고도 성희롱입니까? 서진아씨?”



“....”



진아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꽈악 깨물며 현우를 노려보지만 억울하게도 자신이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서진아가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했다면 자신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섹스 동영상 따위가 현우의 무죄를 증명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의가 아니었지만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 느껴버린 자신에 대한 환멸로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웠다.



또한 지금도 업무시스템은 그녀의 성욕을 계속해서 증폭시키고 있었다. 현우의 얼굴만 봐도 달아오르는 그녀의 몸 역시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자 그 침묵을 수긍의 의미로 받아드려도 되겠죠? 아 그리고 진아씨 이제 우리의 근로계약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셔야죠?”



녹화된 동영상을 보여준 뒤 서진아가 당황스러워 할 때 현우는 자연스럽게 [고용계약서]를 사용해 체결한 고용계약을 언급한다. 그 역시 서진아가 어떻게 고용계약에 대해 반응할지 알 수 없어 살짝 긴장이 된다.



“월 2회 요청할 시 업무와 관계없는 미팅. 수행일자는 서로 협의 하에 사전조율.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대리님.”



마치 업무 이야기를 하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대답에 오히려 질문을 한 현우가 당황스럽다.



“오호? 잘 알고 계시군요. 그러면 다음주 금요일 워크휠호텔 1박 예약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녁 이후로는 계속 시간을 비워두셔야 할겁니다.”



“네 알겠어요. 다음주 금요일 워크휠호텔 예약해두겠습니다.”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호텔예약. 그리고 단 둘이 보내는 저녁시간. 놀랍게도 그녀는 근로계약 내용인 [사적모임]를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있었다. 업무시스템은 고용계약 내용처럼 그녀의 상식을 개변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