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거지같은 직장이지만 내가 직장인이라 너무 행복하다.’
다시금 업무시스템의 관리자 권한이 주는 특권에 감동해 버린 현우였다.
“자 진아씨가 계약내용을 잘 알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그럼 미팅 시 숙지해야 할 내용을 제가 메신저로 송부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진아는 마치 업무회의를 하는 다른 직원들처럼 그와 대화를 나눴다.
현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스마트폰으로 미친 듯이 여성의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인의류몰에서 심사숙고하여 고른 홀복 스타일의 타이트한 화이트 원피스, 블랙 하이힐, 티팬티를 골랐다.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고른 탓에 합계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국밥 50그릇은 가뿐히 먹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서진아가 구매 할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곧바로 의류몰 URL 주소를 그녀에게 보낸다.
- 미팅 시 지정된 옷을 착용하고 깔끔하게 성기주변을 브라질리언 왁싱하여 준비에 만전을 다해주세요. -
마치 팀원들에게 지시하는 팀장처럼 진지하게 업무내용을 하달한다. 물론 업무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보지는 역시 빽보가 진리다.
* * *
‘후우...완벽해. 내 자신이 자랑스럽군.’
현우는 자신이 고른 의상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서진아를 보며 자화자찬을 했다.
서진아는 분명 청순한 얼굴과 투명하고 뽀얀 우윳빛 피부. 풍만한 가슴의 소유자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개가 돌아갈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녀가 완벽하다면 업무시스템은 [매력 10]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녀가 [매력 7]인 이유는 아마도 각선미. 다리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얇은 발목과 종아리. 그리고 풍만한 꿀벅지는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평균적인 비율에서 약간 모라란 그 다리길이가 문제였다.
‘물론 웰시코기가 떠오를 만큼 짧은 건 아니지만 약간 아쉬웠던 건 사실이지.’
현우는 그 때문에 짧은 원피스와 높은 힐을 서진아에게 주문했다.
하이힐은 여성에게 한정하여 사기적인 치트키다. 하이힐은 다리를 까치발 상태로 고정시켜 종아리 부분이 가늘어보이게 하는데 이는 각선미를 살리고 비율을 좋아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리가 조금 짧은 서진아에게는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완벽한 아이템이다.
그리고 홀복 스타일에 타이트한 짧은 화이트 원피스 역시 짧은 기장으로 시원하게 허벅지 아래를 노출시켜 자연스럽게 하체가 길어 보이는 역할을 한다.
하이힐과 원피스의 조합으로 서진아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가슴 못지않게 풍만한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남직원들과 부서의 팀장이 침을 질질 흘리며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세운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가슴 때문이 아니라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현우의 코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리라.
‘그리고 오늘 이병주는 출장이지.’
인사팀 김지영에게 슬쩍 이병주의 근태(출근, 휴가, 출장 등을 근무 상태를 아우르는 말)를 물어 출장일인 오늘로 날을 잡은 것이다.
‘진정한 불금이 되겠어.’
평소라면 집에서 딸이나 치며 금요일 저녁을 보낼 그였지만 서진아와의 뜨거운 밤을 상상하며, 벌써부터 퇴근이 기다려지는 이현우였다.
* * *
“이대리 잠깐만.”
팀장이 자상하게 자신의 팀원을 부르는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바로 업무를 시킬 사람을 찾을 때이다.
“네. 팀장님.”
“홍보팀에서 업무협조 요청이 왔는데 회의에 참석 좀 해줘요.”
다른 기관을 어떤지 모르겠지만 홍보팀은 나머지 현업부서들을 괴롭히기를 타고난 조직이다. 실행하는 부서의 입장은 생각도 없이 개똥같은 아이디어를 마구 뿜어내기 때문이다.
“아...네 알겠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지만 일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현우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에는 이미 홍보팀을 비롯한 여러 부서 실무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럼 3회차 홍보협의회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우가 자리에 착석하자 곧바로 회의는 진행되었다. 고개를 돌리자 협의회를 진행하는 늘씬한 몸매의 여성이 눈에 띈다.
‘누구지? 저런 여자가 회사에 있었나?’
직장 관리자 권한을 얻은 이후 몇 번이나 여직원들을 스캔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여자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놓친 것이 있었나 생각해보는 현우였다.
“저는 이번 협의체 주관을 맡은 홍보팀의 은설 대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설? 그 싸가지 은설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회자 은설은 현우도 잘 알고 있는 여직원이었다. 물론 지금 은설의 모습이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는 책상 아래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관리자] 항목에서 은설을 검색한다.
[사용자 : 은설]
[나이 : 28] [키 :168] [체중 : 54]
[체력 : 7/10] [매력 : 7(+3)/10] [성욕 : 5/10] [멘탈 : 9/10]
[만족도 : 0/10] [호감도 : 잠금]
홍보팀 은설 대리. 현우보다는 1년 빨리 입사한 선배로 4년차 대리이다. 자기관리를 잘해서 늘씬한 키와 각선미, 슬랜더한 몸매로 현우가 입사할 때부터 이미 사내에서는 유명했다. 특히 잘록한 허리에서 풍만한 골반으로 이어지는 S라인은 정말 국보급이었다. 본인도 자신 있는지 라인이 강조되는 딱 붙는 H라인 스커트를 입고 남직원들의 시선을 즐기는 듯 했다.
허나 신은 공평했는지 몸매는 모델 뺨치는 조각품이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얼굴이었다. 쌍커풀 없는 실눈은 10시10분 방향으로 째져있어 항상 화가 난 몽골리안 인상이었다.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그녀는 항상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렸지만 화장으로 커버하기에는 눈은 길게 너무 째져있었다.
그래서 현우와 입사동기들은 종종 은설을 ‘봉지녀’라고 불렀다. 얼굴에 봉지만 씌우면 존나 꼴린다고.
‘그러고 보니 이번에 길게 휴가를 갔다 왔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했네 했어.’
현우의 짐작대로 은설은 긴 휴가동안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타났다. 의느님 의느님이라더니 매년 명절마다 찾아가서 절을 해야 할 정도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붓기도 거의 없거니와 길게 찢어진 옹이구멍 같은 눈이 자연스러운 쌍꺼풀로 완전히 확 달라진 것이다.
‘아니 쌍수의 위력이 이정도였나?’
얼굴은 눈이 90퍼센트 이상 좌우한다고 했던가? 치켜 올라간 눈꼬리는 쌍꺼풀 수술로 해결하지 못했지만 옹이구멍 같은 실눈은 또렷하고 큰 눈으로 업글되었다. 덕분에 그녀는 도도한 고양이상 미녀로 변모했다.
‘매력 +3은 아마 성형수술 떄문인가 보군.’
유심히 그녀의 상태창을 보던 현우는 [매력 : 7(+3)/10] 수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타고난 매력과 달리 인위적으로 바꾼 외모는 업무시스템 내에서 플러스로 표현되는 것이다.
‘다른 여직원들의 성형수술 유무도 파악이 가능할거 같군.’
플러스 마이너스 수치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현우였다.
“경영지원팀 이현우 대리님”
그러다 날카로운 음성 때문에 책상에서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앗! 네.”
“경영지원팀에서는 이번 3분기 홍보팀의 홍보계획에 따라 홍보활동을 진행해주셔야 합니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뭔 봉창 두들기는 소리란 말인가. 계획을 수립했으면 당연히 수행도 홍보팀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다.
“홍보계획 수립하고 계획 실행까지 홍보팀 업무 범위 아닌가요?”
현우는 침착하게 은설에 말에 반박한다.
“전년도에도 계획 실행은 경영지원팀에서 담당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래 생각났다. 그때도 인원부족이니 뭐니 온갖 투정을 부리더니 결국 약간 경영지원팀에서 도움을 주긴 했었다.
“그때는 예외적으로 계획실행 일부를 서포트 해드린겁니다. 홍보업무는 당연히 홍보팀에서 책임지셔야죠.”
현우의 주장은 매우 상식적이고 타당하다. 다만 상대는 은설이었다.
“뭐 이대리님의 의견은 일단 팀장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회의를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 쾅 -
현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은설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때야 은설의 본모습이 떠오른 현우였다. S대 출신을 숨기지 않을 정도로 학벌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물론 묵묵히 일해도 티 안나는 업무 말고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일만 찾아다녔다.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후... 싸가지 없는 년.’
몸매만 착하지 회사에서는 절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쌍년. 바로 은설 대리였다. 회의실을 나서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현우였다.
* * *
- 삘릴릴릴릴
팀장의 전화가 울린다.
“아 본부장님. 아 오늘 협의체에서요? 아 네네.”
‘불안하다.’
“이 대리 아까 회의 때 이야기 했다고 하던데 홍보팀에서 업무협조 요청이 왔다면서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 3분기 홍보계획 참고해서 세부적인 실행 좀 부탁해요.”
“!!!”
“아니 팀장님 홍보팀 업무를 왜 경영지원팀에서 한단 말입니까? 저희가 무슨 홍보팀 하청도 아니고....”
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울분을 터트리는 이현우였다.
“이대리 작년에도 우리가 진행 했다고 하잖아. 그럼 이쪽에서 해야지.”
“아니 그건 하도 인원부족 부족하다고 해서 한번만 서포트 한...”
“아 됐고 이미 본부장님께 우리가 한다고 했어요. 사장 지시사항이라 본부장님도 직접 요청하셨어요. 그러니까 군말 말고 이대리가 진행해요.”
더 이상 할말이 없는지 의자를 획 돌려버린 팀장이었다.
‘하..... 진짜 개같네. 그놈의 사장 지시사항.’
사기업은 다르겠지만 공공기관에서 가장 좆같은 상사는 바로 다른 팀 업무를 쳐내지 못하는 팀장이다. 멍청하고 업무파악 못하는 팀장보다 더 최악이 타부서 업무 받아오는 팀장이다.
오히려 성격이 더러워도 아무도 업무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팀장은 최고의 팀장이다. 그래야 팀원들이 더 편해진다. 멍청하고 남의 일까지 받아오는 팀장. 이현우가 속한 경영지원팀의 팀장이었다.
‘젠장’
업무를 던진 은설도 열받지만 처내지 못한 팀장도 열받 게 하는건 마찬가지였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행되는 계획에 따라 일정을 맞추려면 오늘 금요일 정시퇴근 하기는 물 건너 간 현우였다.
“하아 진짜 거지같아서 못 다니겠네.”
업무 폭탄을 던진 은설에 대한 분노를 되새김질하며 이현우는 불금을 사무실에서 불태워야 했다.
* * *
덕분에 현우와의 미팅을 위해 타이트한 화이트 원피스와 검정색 티팬티, 브라 란제리 셋트. 말끔하게 중요부위를 브라질리언 왁싱한 서진아는 미리 예약한 호텔에서 기약 없이 이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팅을 잡아 놓고 왜 안오는 거야.’
업무시스템의 근로계약 때문에 현우와 불금에 워크휠 호텔에서 미팅을 잡은 그녀였지만 한강의 야경이 보이는 스위트룸 침대에 누워 있으니 참아왔던 성욕이 다시 들끓는다.
뜨거운 몸을 베베 꼬며 침대에 누워 현우를 기다리던 진아는 오늘 회사에서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의 지시 때문에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을 홀복과 같은 천박한 의상을 입고 출근했다. 덕분에 자신을 바라보던 남직원들의 음흉한 시선을 근무시간 내내 느껴야만 했다.
팀장은 한 술 더 떠서 마치 핥듯이 자신의 몸을 훑었다. 아직도 팀장의 눈빛을 떠올리면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너무 역겹고 무서워....’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이 두려워 몸매를 꽁꽁 숨기고 다닌 그녀였지만 업무시스템으로 증폭된 성욕 때문일까? 아니면 남편 이병주와 성관계를 오랫동안 갖지 못해서일까? 중요부위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티팬티는 이미 그녀의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였다.
“하응....하아....하아....”
그녀의 가냘픈 손가락이 이미 축축해진 보짓살 사이에서 분발해 보지만 서진아의 뜨거운 몸은 밤새 식지 못하고 침대에서 쉼 없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