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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





- 우우웅 우우웅 -



“으으음...”



신경을 거슬리게 울리는 스마트폰의 진동소리에 서진아는 눈을 뜬다.



“앗!”



낮선 천장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지저분한 벽지와 낡은 가구들. 모텔임을 깨닫자 어제의 기억이 떠오른다.



“흑....흑흑흑”



술기운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딴 남자에게 모텔에서 뒹군 탓일까. 밀려오는 죄책감에 눈물이 계속 흐른다.



“미안해요....병주씨.”



딴 남자에게 마구 박혀대며 꺅꺅거린 주제에 병주씨가 미칠 듯이 보고 싶어지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심리 메시지]

이병주에 대한 [사랑] - 증폭 활성화

신혼생활의 [초조]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그러나 업무시스템의 [심리 메시지]처럼 이현우와의 잠자리 외에도 꾸준하게 남편에 대한 사랑이 증폭되고 있는 결과였다.



“어떡해 어떡해.... 부재중 전화 20통....”



밤 사이 아내의 부재에 걸려온 남편 이병주의 전화에 서진아는 가슴 한켠이 죄책감으로 무거워 진다.



“응. 병주씨. 아니 괜찮아요 별일 없어요. 말했잖아요. 동창들이랑 오랜만에. 네네. 바로 들어갈께요.”



“휴우”



걱정하고 있는 남편과 전화를 마친 서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알몸을 내려보고는 경악했다. 새하얀 도화지 같던 피부 곳곳에는 붉은 자국들이 여기저기 음란하게 세겨져 있었다. 특히 가슴과 목덜미 허벅지에는 누가 보더라도 질척한 정사로 물고 빨린 자국들이였다.



“어떡해. 어떡해애애.”



허벅지 사이에는 지난밤 현우가 마구 싸지른 정액들이 허옇게 덕지덕지 묻어 있다. 더 이상 놀랄 힘도 없는지 서진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한발한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린다. 초인적인 힘으로 지난 밤의 이현우의 흔적들을 지운 그녀는 모텔방문을 열고 나선다.



“오우야”



모텔 카운터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자가 퇴실하는 진아의 몸을 마구 훑는다. 현우의 지시 때문에 입고 온 타이트한 원피스가 그의 시선을 땔 수 없게 한다. 지난밤의 격렬한 정사로 마구 구겨지고 얼룩덜룩 정액와 애액이 묻어 있어 그 음탕함은 배가 된다.



원피스의 치마를 아래로 끌어내려보지만 풍만한 가슴은 원피스의 기장을 짧게 해 허벅지의 대부분이 훤히 노출된다. 물론 상의는 말할 것도 없이 가슴의 절반이상이 노출되어 있다.



“와 시발 헉헉.”



지난밤의 정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쩔룩거리는 진아를 보며 모텔주인은 바지 아래에 빳빳해진 자지를 마구 문지른다.



“히익.”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진아는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간다. 집에 도착할때까지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은 이어졌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 남자들의 끈적한 눈빛 때문에 집까지 도착하는 내내 서진아는 수치심에 눈물을 흘렸다.



* * *



[사용자 : 서진아]

[나이 : 25] [키 :163] [체중 : 48]

[체력 : 8/10] [매력 : 7/10] [성욕 : 8(+2)/10] [멘탈: 1(-7)/10]

[만족도 : 10/10] [호감도 : 1/10] - new!!



[심리 메시지]

이병주에 대한 [사랑] - 증폭 활성화

신혼생활의 [초조]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서진아의 만족도 수치를 최고로 달성하였습니다. 근로계약서가 지급됩니다.]

[잔여 근로계약서 : 1개]

[호감도가 개방됩니다.]

[만족도 0/10] [호감도 : 1/10]

[호감도를 최대수치까지 쌓을 경우 대상과의 관계를 재정립 할 수 있습니다.]

[서진아와의 관계 : 직장 동료]



“오? 오오오!!”



지난밤 서진아를 실컷 따먹고 집으로 돌아온 현우에게 또 다른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쌓였던 성욕이 해소되면서 인지 서진아의 만족도가 최대수치에 도달한 것. 그리고 지금까지 잠겨있던 호감도 수치도 개방되었다.



“으음... 현재는 직장동료 관계가 맞지.”



호감도가 오르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박다보면 만족도가 오르며 [근로계약서]를 수집할 수 있고 호감도도 오르는 구조인가보다.



“섹파나 노예 이런것도 가능하려나”



서진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다음 [사적모임] 일정을 계획하던 현우는 갑자기 자신을 물먹였던 은설에 대해 떠올랐다.



“맞다 은설!”





[사용자 : 은설]

[나이 : 28] [키 :168] [체중 : 54]

[체력 : 7/10] [매력 : 7(+3)/10] [성욕 : 5/10] [멘탈 : 3(-6)/10]

[만족도 : 0/10] [호감도 : 잠금]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사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증폭 활성화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 증폭 활성화

결별에 대한 [슬픔] - new!



“큭큭큭 쌤통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심리메세지였다. 현우는 가벼운 터치 한번으로 은설의 [슬픔] 감정을 증폭시킨다.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사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증폭 활성화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결별에 대한 [슬픔] - 증폭 활성화(new!)



덕분에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증폭을 취소하기 했지만 [슬픔]을 증폭시키는 것이 은설의 멘탈을 더 빠르게 무너트려버릴 것이다. 예전이라면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두 여자를 손아귀에 넣을 생각에 현우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 * *



결혼까지 전제로 만나던 전공의 재현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결별한 은설은 결별의 슬픔과 회사 직원들의 따돌림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쌓아 올린 실적과 인망인데.’



여직원들과 관계까지 포기해가며 상관에게는 애교 섞인 교태와 입맛에 맞는 실적을 챙겨가며 쌓아온 자리였다. 사장 직속라인이자 대외적인 얼굴마담 홍보팀에 발령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전부 승진을 위한 코스였다.



그렇게 인정받았던 자신의 위치가 하룻밤 사이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S대 출신, 매력적인 몸매, 뛰어난 업무능력. 평소 자신만만하던 은설의 프라이드는 회사 내에서 추락하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야근, 야근, 야근 밤을 세워가며 그 동안 여기저기 타부서에 떠넘겼던 업무들을 처리해도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었다. 위아래 없이 싸늘해진 남직원들의 시선은 여전했다. 남직원들의 시선이 차가워질수록 은설은 전과 같은 관심에 더욱 굶주렸다.



평소라면 적당히 포기하고 남자친구 재현과의 관계에 더 집중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우가 업무시스템으로 증폭시킨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사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두 가지의 심리 상태는 결과적으로 의사 재현과 결별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아... 뭐가 문제인 거야”



‘누가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니나?’



그것을 알 수 없는 은설은 애꿎은 여직원들은 하나하나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게 개인적으로도 사내에서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은설의 [멘탈]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사용자 : 은설]

[나이 : 28] [키 :168] [체중 : 54]

[체력 : 7/10] [매력 : 7(+3)/10] [성욕 : 5/10] [멘탈 : 1(-8)/10] - new!

[만족도 : 0/10] [호감도 : 잠금]



[대상의 멘탈이 최저수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이제 심리상태의 대상을 변경 할 수 있습니다.]



“에쓰! 팬티벗고 소리질러어!!!”



그녀의 프라이드만큼 굳건하게 버티던 은설의 멘탈이 드디어 꺾였다. 회사에서 무너져버린 자신의 입지와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슬픔. 공과 사 구분없이 타격을 받은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최근 복도를 지나가다 마주친 은설의 얼굴은 과연 볼만했다.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한 표정이었지’



[멘탈]은 탈탈 털려버렸지만 자존심 때문에 태연한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은설. 그 대단한 자존심을 짓밟아 버릴 생각에 아랫도리가 빳빳해 진다. 업무시스템에 터치 몇 번으로 은설의 인생을 꼬아버린 현우는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이내



‘그래 그년이 평소 한 짓을 생각해야봐야지.’



여기저기 승진을 위해 다른 부서를 괴롭히던 모습을 생각하고는 그 생각을 지워버린 현우였다. 은설의 [멘탈]이 최저수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녀의 심리 메시지 중



사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열망]의 대상을 자신으로 변경한다. 아직은 자신 외에 다른 대상으로 변경 할 수 없지만 관리자 등급이 오를수록 해금되지 않을까 추측하는 현우였다. 그리고 결별에 대한 [슬픔] 증폭을 취소한다. 멘탈수치를 내리기 위한 [슬픔] 증폭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증폭 활성화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결별에 대한 [슬픔]



“자존심 빼면 시체인 은설이 과연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네.”



평소 투명인간 취급을 하던 은설이 부릴 애교를 생각하자 다시 출근이 하고 싶어지는 현우였다.



‘내가 미친 게 분명해. 출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다니’



기대감에 들뜬 현우는 계속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새벽이 돼서야 잠들었다.



* * *



하지만 이현우의 기대와 달리 은설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홍보팀 앞 복도를 지다나며 그녀를 스쳐지나갔지만 투명인간 취급의 무관심은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업무시스템의 관리자 권한을 얻은 뒤 처음으로 진지하게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품던 현우는 2주가 지난 시점에야 드디어 업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믿을 수 있었다.



- 띠링 -



업무시간에 사내 메신저로 은설 날아온 쪽지.



- 이대리님 안녕하세요. 홍보팀 은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대리님께서 지난번 홍보활동을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점심 한번 대접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호”



업무를 협조해준 담당자에게 점심 대접은 일상적인 감사의 표현이었다. 다만 그 상대가 은설이라는 것이 특이할 뿐이지.



현우는 그녀가 업무협조에 대한 감사로 누구에게 점심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질 못했다. 애초에 프라이드 높은 은설이 먼저 식사를 하자는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자신에게 밥 사주는 남직원들은 줄을 섰으니까.



- 예. 안녕하세요 은 대리님. 너무 죄송하게도 오늘 선약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현우는 약속도 없지만 일단 한번 튕겨본다. 은설이 가뜩이나 자존심을 구겨가며 먼저 제안한 식사겠지만 이쪽도 순순히 응해줄 필욘 없다. 업무시스템을 통해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열망]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주도권은 현우에게 있다.



‘가끔은 거절도 당해봐야지.’



“뭐야?”



은설은 이현우 대리의 쪽지에 화가 나긴 커녕 어이가 없었다. 한 번도 먼저 식사제안을 해본 적이 없는 자신이 정중하게 요청했는데 딱 잘라 거절하다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



‘뭐야 참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경영지원팀 이현우 대리. 자신보다 1년 후배.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체격. 그녀가 알기론 집안도 평범. 적당히 할 일을 하는 업무능력. 어딜 봐도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을 남자였다. 사내에는 이현우보다 외모나 배경이 좋은 남직원들이 넘치고 넘친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다. 최근에 자꾸 이현우 대리가 신경쓰이는 은설이었다. 겉으로는 일부러 눈길조차 주지 않을정도로 냉담했지만



- 아하 그러셨구나. 그러면 혹시 내일은 시간이 괜찮으세요?



분노와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며 키보드 자판을 꾹꾹 눌러가며 메시지를 전송한다.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여자로 잘 보이고 싶고,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평생동안 이현우 같은 스타일에 남자에 전혀어 관심이 없던 은설이. 자신이 먼저 매달리며 말이다.



- 네.



이현우에게 한참 뒤에 온 성의없는 쪽지에 은설은 짜증과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