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 딸깍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방문을 열고 두 사람은 모텔방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있는 벽지와 회색에 가까운 침대시트. 평소 은설이라면 데리고 온 남자친구와 진지하게 결별을 생각 할 정도의 룸 컨디션이었다.
‘그래 어짜피 확인만 시켜주면 되는 거니까.’
어쩌다가 이현우와 단 둘이 모텔방에 왔을까. 자꾸만 그에게 휩쓸리는 자신이 싫어진다.
- 털썩
현우는 회색빛 침대시트에 주저 앉는다. 위생적이지 않은 침대커버 때문에 앉기를 주저하던 은설은 주뼛주뼛 침대 옆에 서서 현우를 응시한다.
“음...어.... 빨리 확인하고 나가요.”
한시라도 이 퀴퀴한 모텔방에서 있고 싶지 않은 은설은 현우를 재촉한다. 그녀의 말에 현우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은설을 바라본다.
높은 웨지힐굽 때문에 쭉 뻗은 다리가 더욱 늘씬해 보인다. 잘록한 발목과 가녀린 종아리. 필라테스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와 팬티가 살짝 보일정도로 짧은 테니스 스커트를 지나 십일자 복근이 선명한 매끈한 복부. 가슴라인이 도드라지는 딱 붙는 크롭티. 화룡점정의 풍만한 골반까지
‘확실히 저 라인은 예술이야.’
가까이 선 은설을 감상한 현우의 솔직한 평가였다. 슬랜더지만 그렇다고 가슴이 작지도 않았다. 벗겨보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B? 정도일 듯 싶었다.
“이리 오셔야 확인을 하죠. 은 대리님”
현우의 말에 은설은 한발짝 한발짝 침대에 앉은 현우에게 밀착한다. 바로 앞까지 오자 두 사람의 무릎이 살짝 닿는다. 매서운 눈초리로 현우를 노려보는 은설이었지만 가깝게 밀착하자 살짝살짝 떨리는 몸의 진동이 느껴진다.
‘풋 귀엽네’
손을 올려 매끈한 복부에 손을 뻗는다. 따듯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두 손 가득 느껴진다.
“읏...”
“거긴... 안 만져도 다 보이잖아요.”
- 스르륵
은설의 지적에 현우는 곧바로 복부부터 아래로 손을 쓸어내린다. 잘록한 허리를 지나 풍만한 골반라인이 그대로 느껴진다. 짧은 스커트 때문인지 금새 현우의 손이 허벅지 맨살까지 내려온다.
“이제 확인... 꺄악! 뭐하는 짓이에요!”
은설이 말하는 틈을 타 현우의 손은 그녀의 엉덩이 부분을 꽈악 움켜쥔다. 서진아의 살결이 보드러운 두부처럼 폭신했다면 은설은 힙은 손을 튕겨낼 정도로 탄력 있는 탱탱볼 같았다.
‘운동 열심히 한다더니 잔뜩 썽나 있네.’
“후후.., 은 대리님 말대로 엉덩이뽕 일수도 있잖아요? 확인한 것뿐입니다.”
서진아의 몸매를 뽕이라며 폄하했던 은설은 그 말 때문에 현우에게 엉덩이를 마구 희롱당한다. 엉덩이 양쪽을 떡 주무르듯 주무른 탓에 짧은 테니스스커트 아래로 살색의 삼각팬티가 보인다.
‘살색인가? 생각보단 수수한 속옷이네.’
은설이 그만하라고 빽 소리를 지르려는 찰라 완벽한 타이밍으로 현우의 손이 은설의 엉덩이에서 떨어진다.
“읏...으으”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은설.
“자 이제 확인했죠? 저는 보정속옷 따위를 입어본적도 없어요. 진짜 자존심 상하게...”
끝났다는 안도감에 다시 당당한 은설로 돌아왔다. 그러나
“위쪽은 아직 인데요?”
“...”
현우의 한마디에 다시 은설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인다. 현우는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 은설을 내려본다. 이제 그의 손은 쏙 들어간 매끈한 복부 위 가슴을 향한다.
“읏”
두 손으로 크롭티 위로 도드라진 가슴 둔턱을 꽈악 움켜쥔 현우.
“흐음... 속옷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요?”
“뭐...뭐라고요?”
“사실이잖아요 안쪽에 얼마든지 뽕을 넣을 수도 있고.”
점입가경. 현우의 말에 은설은 당장이라도 그의 종아리를 걷어차고 모텔방을 뛰쳐나가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른다. 하지만 이미 온몸을 희롱당한 마당에 그의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는다면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지금 은설의 사고는 그에게 잘 보이려는 [열망]을 증폭 시킨 업무시스템에서 벗어 날 수 없다.
- 툭
“힉!”
은설의 침묵을 수락의 의미로 받아드린 현우는 크롭티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능숙하게 브래지어 고리를 후크를 푼다. 그리고 거친 두 손을 은설의 가슴으로 돌진시킨다. 그녀는 맨가슴을 주무르는 손가락의 윤곽선이 크롭티 위로 적나라하게 보이자 수치심에 부르르 몸을 떤다.
“아...아아...”
서진아의 D컵과 비교할 순 없지만 한 손에 가득 차는 탄력있는 가슴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음... 안쪽까지 이물감도 없고 탄력있는 느낌. 참젖이네 참젖이야.’
손가락 끝에 힘을 줘가며 은설의 가슴 안쪽까지 감촉을 느껴본다.
“히익!”
크롭티 안에서 두 손으로 충분히 가슴을 희롱한 현우의 손은 마지막으로 탄력있는 가슴의 중앙에 위치한 유실을 톡 건드리며 빠져나온다.
“하아...하아...”
은설은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엉덩이와 가슴을 희롱당한 탓에 터저나오는 숨결은 참기 힘들었다. 달아오른 양 볼과 크롭티 아래로 팬티와 세트인 살색 브래지어가 반 쯤 삐져나와 현우의 시선을 자극한다. 거기에 거친 숨소리까지.
‘후아. 그냥 확 덮쳐버리고 싶네.’
이미 빳빳하게 고개를 쳐든 그의 대물. 그러나 현우는 가까스로 자신의 욕망을 컨트롤 한다.
‘아직... 아직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이 정도가 딱 좋다.
“네 말씀대로네요.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은대리님 몸매는.”
“당.. 당연하죠. 제가 보정속옷 따위를 입겠어요. 자존심 상하게. 그럼 취소하세요. 서진아씨 보다 못하다는 그 말.”
“취소하죠. 그 말. 완벽한 제 실언이었습니다.”
“흥. 비교할 걸 비교해야죠.”
언제 그랬냐는 듯 은설은 부끄러운 표정 대신 그 당당한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본다. 자신의 몸매를 인정한 현우의 말에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지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근육이 살짝살짝 떨린다.
‘생각보다 알기 쉬운 성격이네’
모텔방에서 남자친구도 아닌 외간남자에게 엉덩이와 가슴을 마구 희롱 당했는데 기쁨을 참지 못하는 은설. 업무시스템을 만든 이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현우였다.
“용무도 이제 끝났고. 뭐라도 먹으로 갈까요?”
“흥 저 아무거나 안 먹거든요. 특히 햄버거 같은 칼로리만 높은 정크푸드는”
“전 버거퀸 갈껀데요? 그럼 이만 헤어지죠.”
“큭... 그럼 전 입맛이 없어서 아메리카노 마시면 될 거 같네요. 뭐...뭐해요? 빨리 앞장 서지 않고.”
‘그 놈의 자존심은. 대단하네 정말.’
현우와 아직 헤어지고 싶지는 않은지 오히려 뻔뻔하게 그의 말을 받아 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낡은 모텔방에서 나와 햄버거를 먹고, 영화관에서 영화까지 보고 늦은 저녁이 돼서야 헤어졌다. 물론 영화는 평소 현우가 보고 싶었던 액션영화였다. 귀만 아프고 정신없는 영화라고 폄하한 은설이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접촉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현우는 심심하면 은설을 불러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시스템으로 증폭시킨 이현우에게 잘 보이기 위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려는 목적이었다.
“PC방을 간다고요? 초딩도 아니고. 아니...아니요. 사람이 왜 이렇게 급해요? 한번...한번쯤은 경험삼아 가보는 것도 뭐 나쁘지 않겠네요.”
“그게 재미있어요? 다들 모니터만 처다보면서 욕하는데 왜 하는거죠?”
은설은 처음 와보는 PC방에 이것저것 물어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우가 게임에 집중하자 지루한지 옆자리에 앉아 스마트폰만 계속 봤다. 팔로우 수가 꽤 많은 덕분인지 계속해서 앱에 알람이 울렸다.
“이대리님! 읍... 여기서 뭘....뭘 보는거죠?”
그러다 우연히 현우의 모니터를 쳐다본 그녀는 터저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손으로 막았다. 물론 그는 서진아와의 [사적모임]때 입힐 의상을 서칭하는 중이었다.
중요부위가 뻥 뚫린 속옷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팬티, 안이 훤히 보이는 망사 슬립 등 평범한 쇼핑몰에서는 절대 팔지 않는 이벤트 의상이 모니터에 가득 그 에로틱함을 한껏 뽐냈다.
“뭐... 그냥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바라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도 성인인데 성인용품도 못봅니까?”
“최악이야... 정말 이대리님은 정말 최악이에요. 어떻게 일상생활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은설은 오히려 당당한 현우의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그러나 얼굴표정,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꾹 참고 PC방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우가 게임을 마치고 PC방을 나설 때 까지 말이다.
다음 번 은설의 호출은 만화방에서였다.
“하아...만화요? 정말 취향이 저급하네요.”
PC방에 이어 만화방. 물론 최근에 데이트 코스로 유행했던 ‘만화책 카페’ 같은 깔끔한 곳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퀘퀘한 만화방이었다. 여기저기 가죽이 헤진 낡은 쇼파와 먼지쌓인 책장, 대부분의 만화는 성인물이어서 중년의 아저씨들이 득시글거리는 성인 만화방이었다.
“윽...”
거리에서도 눈에 띌 정도의 은설이 데이트라고 생각했는지 한 것 힘을 준 탓에 만화방의 남성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한다.
‘뭐야... 여기는’
뱀이 피부를 기어다니는 듯 중년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 중에는 왠지 낯익은 얼굴도 있었는데 바로 현우와 모텔을 갔을 때 카운터에서 음탕한 표정으로 자신을 훑던 모텔주인이었다. 그의 집요한 시선은 전과 마찬가지로 은설이 노려보든 말든 한결같았다.
“이...이런 곳에는 왜 온거에요?”
불쾌한 시선들을 지나쳐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성인만화를 보고 있는 현우를 발견하자 은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뭐 만화방에 만화보러 오죠. 다른 이유가 있나요?”
“...”
현우의 당연한 대답에 오히려 은설은 할 말을 잃는다. 그가 보고 있는 만화책의 표지를 보니 역시 정상적인 만화책은 아니었다. 업무시스템 때문에 나가긴 싫고, 자존심 때문인지 오기가 생긴 은설은 억지로 당당한 태도를 취한다.
일부러 이런 곳만 데려오는 현우에게 지기 싫은지 은설은 현우 옆에서 침착하게 만화를 볼 생각에 아무거나 책장에서 몇 권 뽑아서 쇼파에 앉는다. 다 낡은 싸구려 레자가죽이 닿는 감촉이 다리에 느껴지자 불쾌감이 엄습하지만 겉으로는 절대 티내지 않는다.
“앗...후아...”
그러나 그 포커페이스는 무심코 펼친 만화책에서 무너졌다. 적나라한 정사가 잔뜩 그려진 성인만화. 페이지를 황급히 넘기지만 다른 페이지도 전부 마찬가지다.
은설도 사춘기가 있었기에 야동을 몇 번 어깨너머로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성인만화는 처음이었다. 덕분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른다.
“엇 은대리님 그런 취향이었어요?”
그녀를 관찰하던 현우가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던진다. 현우의 놀림에 은설은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며 탁하고 테이블에 만화책을 내려놓는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화가 나서인지 한동안 그녀이 얼굴은 붉게 물든 채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만화방에서도 은설은 먼저 나가지 않고 현우가 나갈 때 까지 기다렸다.
* * *
PC방, 만화방 등 심심풀이로 여기저기 은설을 데리고 다녀서 일까
[사용자 : 은설]
[나이 : 28] [키 :168] [체중 : 54]
[체력 : 7/10] [매력 : 7(+3)/10] [성욕 : 5/10] [멘탈 : 1(-8)/10]
[만족도 : 0/10] [호감도 : 잠금]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증폭 활성화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이현우에 대한 [호감] - new!
현우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열망]이 그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했다. 물론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