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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





서진아의 경우 남편 이병주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성욕을 증폭시켜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배덕감이 주는 꼴림 포인트가 대단했다. 그렇다면 은설도 뭔가 평범하지 않은 공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흐음 고민되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자신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는 현우가 못마땅했는지 은설은 눈을 흘기고 있었다.



‘흥 딱 봐도 나한테 관심도 없고 흔남 그 차체인데 이 사람이 뭐라고.’



훈남 아니고 흔남이다. 오해한다면 곤란하다. 은설은 척 봐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이현우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자신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여기 제가 불렀으니 살께요. 당연히 커피는 사야죠?”



“글쎄요 커피는 별로 안땡기는데.”



“아 정말 가자면 가요 좀.”



눈치도 없고 먼저 리드해도 될까말까인데 이현우의 뜨뜨미지근한 반응에 짜증이 확 나는 은설이었다. 결국 은설의 닦달에 커피숍에 끌려 온 현우. 카운터에서 멀뚱멀뚱 서있자 결국 답답했는지 은설이 음료 두 잔을 주문한다.



‘큭큭큭 재미있네 이런것도.’



밥도 커피도 잘 사주는 은설 대리. 그녀는 대화가 끊기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은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덕분에 현우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간간히 몇 마디만 대꾸해주었다.



편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참 여자들은 개꿀이구만.’



평소에 여자들이 누렸던 것들에 화가 나는 현우였지만 다행히 이제 업무시스템으로 갑의 위치에서 여자들을 조정 할 수 있다. 흐뭇한 기분에 그는 연신 주머니에 있는 보물단지와 같은 스마트폰을 쓰다듬는다.



“...그래서 듣고 있어요 이대리님?”



“네? 뭐라고 했죠?”



“하아...물었잖아요 그... 그러니까 우리 관계를 뭔가 확실히 해야 할 거 같다고...”



이 대목에서 그녀답지 않게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네? 우리 관계요?”



“어....음 사적으로 여러번 봤잖아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이대리님이나 저나 스무 살 어린애들도 아니고 시간낭비 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렇죠. 시간은 항상 소중하죠.”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일부러 모른척 하는건지 눈치라고는 1도 없는 이현우의 반응에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는 은설이었다.



“아 그러니까 제가 사귀어 주겠다구요!!!”



빽 소리를 지르는 은설. 눈치도 없는 남자에게 먼저 고백했다는 데 자존심이 상했는지 씩씩거리며 현우를 노려본다.



“아니 하하하... 이거 설마 고백이에요?”



“....”



살다살다 이렇게 박력 있는 고백은 듣도 보도 못한 현우는 참지 못한 웃음을 터트린다. 은설 역시 현우에게 자신이 먼저 고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지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은 대리님의 마음을 알겠는데 음.., 전 아직 잘 모르겠네요.”



은설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굳이 현우는 그녀와 사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부를 수 있는 거유 유부녀 서진아. 횟수가 부족하다면 매력5가 아쉽지만 평범녀 김지영도 부르면 언제든지 나온다. 특히나 업무시스템도 있는데 은설에게 코가 꿰이는 건 절대 사절이었다.



“네?!?!”



자신이 먼저 고백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심지어 차이다니? 그 충격에 정신이 나간 듯 은설은 멍하니 현우를 바라본다. 몇 분간의 정적.



“왜...왜죠? 여자친구도 없다면서요. 아니면 그때 말했던 서진아씨 때문에? 그분은 이미 유부녀 아닌가요??”



자신이 차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수긍하지 못하겠는지 은설은 예전에 현우가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던 서진아까지 물고 늘어지며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린다.



“뭐 그런건 아니고요. 은대리님도 말씀하셨잖아요? 시간낭비 하기 싫다고. 저도 그래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저와 은대리님이 사귄다고 쳐요. 나중에 잠자리를 가졌는데 궁합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완전히 시간낭비 한거죠.”



“아니 그럼 어떻게... 사귀어요?”



“당연히 선섹후사죠.



“선섹후사??”



“몰라요? 실망이네요. 쿨하고 세련된 척은 다 하시더니. 먼저 섹스하고 잘 맞으면 사귀는거죠. 요즘 다 그래요. 시간낭비 하기 싫어서.”



은설은 현우의 말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잠자리는 최후의 보루였다. 의사인 재훈과 사귈 때도 그랬지만 그녀는 언제나 줄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하며 항상 남자를 쥐고 흔드는 타입이었다. 물론 매력적인 몸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치열한 관리로 매끈하게 뻗은 몸매와 투명한 피부. 회사에서도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며 SNS에서도 나름 잘나가는 자신이 선섹후사? 사귀기도 전에 섹스를 한다고? 그렇게 쉬운 여자도 아니었고 은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다.



“뭐 당연히 은대리님은 싫으시겠죠? 그럼 이만. 커피 잘 마셨어요.”



- 딸랑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현우는 할 말만 하고 카페를 나선다. 현우가 떠난 뒤에도 은설은 한동안 계속 카페에서 떠나지 못했다.



[사용자 : 은설]

[나이 : 28] [키 :168] [체중 : 54]

[체력 : 7/10] [매력 : 7(+3)/10] [성욕 : 5/10] [멘탈 : 1(-8)/10]

[만족도 : 0/10] [호감도 : 잠금]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 증폭 활성화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이현우에 대한 [호감] - 증폭 활성화

이현우에 대한 [분노] - new!



은설을 차버리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현우는 곧바로 업무시스템을 켜 은설의 상태를 본다.



“오호 역시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봐?”



현우에게 차인 게 충격을 넘어 화가 났는지 심리 메시지는 그런 그녀의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고백을 받아드리고 사귈 수도 있었다. 어짜피 은설은 현우에게 호감이 있다.



“근데 그건 너무 뻔해. 노잼이야 노잼.”



현우가 원하는 건 정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니었다. 여자친구 따위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 업무시스템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도도한 은설을 먹고 싶을 때 먹는 섹파로 만들면 어떨까? 그 도도한 자세를 꺾어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으리라.



“큭큭큭 그러려면 화내면 안 되지.”



[심리 메시지]

회사 내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욕구]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

직원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갈망]

이현우에 대한 [호감] - 증폭 활성화

이현우에 대한 [분노] - 감소 활성화 (new!)



여직원 한명당 최대 2가지 심리 증폭/감소가 가능하기에 기존에 활성화 했던 이현우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을 끄고 자신에 대한 분노를 감소시킨다. 어짜피 호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컴 다운 은설.”



조작을 마친 현우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그가 내키는대로 은설과 데이트 했던 하루는 이제 저물고 있었다.



* * *



은설의 고백을 차버린 뒤 몇 주 동안 현우에게 그녀의 연락은 없었다. 예전이라면 초초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우에게는 이제 업무시스템이 있다.



‘니가 튕겨봐야 뻔하지.’



업무시스템으로 자신에 대한 호감을 증폭시켜 놓은 탓에 별다른 걱정이 없는 현우였다. 그 동안 쿨타임이 찰 때마다 [사적모임]으로 서진아를 불러 낡은 모텔에서 기절 할때까지 마구 따먹었다.



그가 낡은 모텔은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어짜피 숙박비야 서진아가 내서 5성급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카운터의 앉은 변태 주인의 노골적인 시선을 서진아는 싫어했다. 한 번은 장소를 바꾸면 안되겠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현우는 그 낡은 모텔을 고집했다. 방음이 안되는 것도, 변태주인의 시선도 모두 서진아의 멘탈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태주인에게 은근 과시하는 맛이 있단 말이지.’



그 때문인지 일부러 숙박비를 계산하는 척해서 시간을 끌거나 서진아가 돈을 꺼내는 동안 딱 붙은 원피스를 살짝 올린다던지 그녀를 모텔주인 앞에서 욕보였다. 그 주인도 정상은 아닌지 대놓고 카운터 아래의 양물을 마구 흔들어 댔는데 그 모습에 어려서부터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에 시달린 서진아는 더욱 진저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낡은 모텔방에서 주기적으로 따먹은 결과



[사용자 : 서진아]

[나이 : 25] [키 :163] [체중 : 48]

[체력 : 8/10] [매력 : 7/10] [성욕 : 8(+2)/10] [멘탈: 6(-2)/10]

[만족도 : 0/10] [호감도 : 9/10]



서진아의 호감도를 9까지 올릴 수 있었다.



“흐음...”



문제는 9에서 호감도가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서진아는 곧잘 박아달라고 애원도 하고 반복된 연습만이 실력향상의 지름길이었을까? 오럴과 파이즈리 같은 봉사도 오피녀 저리가라일 정도로 수준급이다.



“뭔가 계기가 필요한 걸까?”



서진아라면 분명 남편 이병주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좀 더 꼴리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육체는 더럽혔지만 남편 이병주의 사랑도 동시에 증폭되게 설계한 덕분이었다.



“아 이제 김지영을 따먹는건 진짜 질렸는데.”



시스템으로 증폭시킨 [정력 : 7/10] 때문에 한달의 2번 서진아와의 섹스로는 성욕을 해소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덕분에 김지영을 자주 써먹었는데 평범한 외모 때문인지 이제 한계인거 같다.



“깨똑”



- 점심시간에 잠깐 옥상에서 이야기 좀 해요.



“오!”



마침 적절하게 은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카페에서 그녀를 차버린 뒤 처음 받는 메시지.



“3주나 버티다니 대단해. 그놈의 아니 그년의 자존심은 인정해줘야겠어.”



서진아의 호감도도 멈춰버렸고 김지영도 지겨워진 찰나에 가뭄의 단비 같은 깨똑을 보며 현우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들뜬 마음과는 다르게 현우는 천천히 식사를 하고 팀원들과 티타임까지 갖고 여유롭게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테라스에는 이미 은설이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요?”



은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올라온 탓에 현우를 꽤나 오래 기다린 모양이었다.



“왜 불렀어요?”



“하아... 당신은 정말...”



배려라고는 1도 없는 이현우의 대답에 한숨을 푹 쉬는 은설. 자신은 왜 이런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그녀가 고민의 해답을 알 리가 없었다. 이현우가 업무시스템으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한다는 사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카페에서 했던 말 기억해요?”



“선섹후사?”



“그...그런 저급한 말은 그만둬요. 아무튼 이 대리님의 그 제안 받아 드릴게요. 전 자신 있으니까.”



‘부끄러워서 얼굴은 터질 거 같으면서 자존심은.’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잘 알고 있는 은설의 얼굴은 이미 홍당무가 된지 오래였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저 정도면 어디 가서 몸매로는 뒤진 적 없거든요. 상위 10퍼. 아니 1퍼라구요. 그... 그리고 SNS에서도 다들 인정 했다구요. 알아요?”



“네네 그때 모텔에서 다 만져봐서 아니까 자랑 그만해도 돼요.”



“히익...”



몸매 확인 차 모텔방에서 주물러졌던 기억이 떠오르자 은설은 수치심에 살짝 몸을 떤다.



“이왕 말 나온 거 오늘 은대리님 집으로 바로 가죠.”



서진아와 못한지도 꽤 됐고 시스템으로 높인 [정력]수치 덕분에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던 차에 잘됐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네?”



내심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날이 오늘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은설은 깜짝 놀라 되묻는다.



“왜요?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말만 그런거에요?”



“흐...흥! 무...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상관없죠. 해요 오늘.”



살살 자존심을 건드리자 역시나 발끈하고 덤벼든다. 얼떨결에 대답했지만 은설은 후회막심이다.



‘이렇게 갑자기 집으로 부르다니... 하아... 집 청소도 안했는데.’



그러나 자존심이 뭔지 내뱉은 말을 취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성사된 선섹후사의 선섹.



그리고 퇴근 후 현우는 즐거운 마음으로 은설이 찍어준 집 주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