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2박3일의 일정이 끝나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현우. 워크샵 내내 은설과 서진아를 마음껏 따먹고 괴롭힌 덕분인지 마치 휴가를 갔다 온 것처럼 꿀맛 같았다.
[경영지원팀장]
[사용자 : 박명식]
[심리 메시지]
이현우에 대한 [미안함] - 증폭 활성화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박명식은 관리자에게 매월 급여의 일부를 상납해야 합니다.]
[금품제공은 기본급의 10%입니다. 관리자 등급이 오를수록 비중이 증가합니다.]
팀장과 쇼부(?)를 본 덕분에 업무의 절반 이상을 탱자탱자 놀고 있던 김과장과 이차장에게 넘길 수 있었다. 덕분에 쌓인 업무도 없었고 심지어 팀장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꼬박꼬박 현우에게 월급의 일부를 상납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아침이야’
처음부터 업무를 공평하게 나눴다면 이정도의 여유는 누릴 수 있었다. 이게 정상인데. 이놈의 조직은 무임승차하는 고인물들이 너무 많다.
- 치이익
“후우...”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즐긴 뒤 가지는 담배탐.
“존나 맛있네.”
꿀맛이었다.
“여 이현우 대리님 아주 개꿀이십니다?”
슬렁슬렁 흡연장 쪽으로 걸어오는 재훈.
“지랄. 지도 아침부터 담배 빠는 주제에.”
“큭큭큭”
현우의 옆에서 담배를 꼬나무는 재훈.
“후아...그건 그렇고 요즘 진짜로 한가해 보이는데?”
능글맞게 웃으면 묻는다.
‘하 이새끼는 눈치는 귀신이네.’
정곡을 파고드는 재훈의 물음에 현우는 사실대로 말해준다.
“와 시발 그럼 김과장이랑 이차장은 그 동안 업무가 없었던거냐?”
“쉿 조용히해 이새끼야.”
“미친...하... 회사 참 좋아. 나도 안짤리고 니새끼도 안짤리고 저새끼도 안짤리고.”
“큭큭큭”
“아무튼 축하한다. 드디어 1인분만 하겠구만.”
“그래 아주 고오맙다.”
“아 맞다 오늘부터 인턴들 출근했던데 봤냐?”
“인턴?”
“그래 대학생 인턴 오늘부터 출근이잖아. 괜찮은 애들도 있던데?”
대학생 인턴.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지방의 대학교들과 연계해 학기동안 인턴으로 실습하는 제도가 생겼다. 몇 번 지나가면서 본적은 있었지만 현우는 업무에 치여서 인턴에 관심을 둘 정신이 없었다.
“미친놈... 걔들 이제 스물이나 스물하나인데 뭘 관심을 갖냐?”
“왜? 스물이면 이제 다 성인인데 문제라도?”
“쯧쯧쯧... 그러다 사고 한번 쳐라. 그럼 우리 영원히 안 볼 수 있다.”
재훈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젊은 남직원들이 인턴들과 사귀는 경우는 꽤나 자주 있는 일이었다. 인턴들은 짧으면 3개월에서 길게 6개월 간 출근하는데 헤어지더라도 뒤끝이 없어 직원으로서는 부담이 없다.
인턴 역시 입사하고 싶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둘의 그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남직원, 여인턴 커플은 심상치 않게 발생한다.
“우리팀 한명 배정받을 생각인데 인사팀에 이야기해서 꼭 여자로 받아야지. 부럽지?? 넌 아줌마 과장들이랑 놀아라.”
“새끼가...”
재훈의 유치한 도발에 현우는 발끈하며 흡연장에서 나와 곧바로 인사팀 김지영에게 전화를 건다.
“네 접니다. 네네. 혹시 이번에 들어온 인턴들 배치 아직 안 끝났죠?”
* * *
- 딸깍딸깍
자리에 돌아온 현우는 김지영이 보낸 인턴들의 자소서 파일을 연다.
“남자는 필요없고”
자기소개 따위는 읽을 필요 없이 여자 인턴들의 사진만 휙휙 넘겨보는 현우.
“으음...”
눈에 뜰 정도로 괜찮은 애들이 없다. 여나깡. 여자는 나이가 깡패라고 스무살이면 가장 이쁠때인데 은설과 서진아에 익숙해져서 인지 눈만 더럽게 올라간 현우였다.
‘별로...별로...오?’
찾았다. 작은 증명사진으로도 현우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으로 하도 장난치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인턴들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페이스다.
- 지영씨. 보내주신 파일은 잘 받았습니다. 경영지원팀은 김혜리 인턴으로 배치 부탁드립니다.
- 네. 알겠습니다 대리님.
현우가 메신저로 김지영에게 요청하자 곧바로 긍정적인 답변이 온다.
사실 인턴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자소서를 무단으로 직원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특히 부서배치의 경우 인턴이 희망하는 부서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주기 때문에 아무리 인사팀이라고 하지만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그 사실을 현우도 김지영도 알고 있었지만 김지영은 현우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사용자 : 김지영]
[나이 : 24] [키 :158] [체중 : 45]
[체력 : 5/10] [매력 : 5/10] [성욕 : 10(+3)/10] [멘탈: 1(-1)/10]
[만족도 : 0/10] [호감도 : 5/10]
[심리 메시지]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현우가 증폭시킨 감정 때문에 지영은 밤마다 미칠 지경이다. 서진아를 정복시키기 전에 마지막 잠자리를 끝으로 현우는 지영과 만나지 않았다. 굳이 은설이나 서진아도 있는데 평범녀 지영에게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현우의 방치로 지영은 매일 밤 로터와 딜도로 뜨거운 몸을 달래고 있었다.
‘이번에 부탁을 들어드렸으니 그 핑계로 저녁이라도 사달라고 해야겠다.’
현우와 잠자리를 내심 기대하며 부탁을 들어준 지영. 그녀는 현우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소심하게 세우고 있었다.
‘흐읏... 축축해...’
현우와의 잠자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영은 질척한 애액으로 팬티를 적신다.
‘김혜리. 과연 실물은 어떠려나...’
하지만 현우의 머릿속에서 평범녀 김지영은 잊혀진지 오래였다.
* * *
“안녕하세요. 이번에 경영지원팀 인턴으로 6개월간 근무하게 된 김혜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아 헤헤”
김지영의 물밑작업으로 경영지원팀으로 배치된 김혜리.
‘오?’
현우가 그녀에게 느낀 첫인상은 싱그러움이었다. 커다란 눈망울과 오똑한 콧날. 탄력있고 투명한 피부. 스무살의 싱그러움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키는 160쯤? 가슴은 음...
‘꽉찬 A? B? 아니다 꽉찬 A컵!’
나름 젖문가라고 생각하는 현우의 눈에는 옷 위에서만 봤지만 혜리의 가슴은 B컵까지는 아닐 것 같았다.
“네 반가워요. 제가 혜리씨 멘토가 될 이현우 대리라고 합니다. 6개월간 잘 부탁드려요.”
“네 대리님.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현우를 향해 방긋 웃는 혜리. 자연스러운 눈웃음과 눈 아래 애교살까지. 남심을 꽤나 흔들었을거 같다.
현우는 혜리와 함께 팀장부터 차례대로 부서원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에 그녀의 자리를 안내한다.
“팀장님 말씀 들으셨겠지만 앞으로 저와 주로 일하게 될 거에요. 업무는 사실 간단한 사무보조지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업무 분위기 등을 경험하는 게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네에!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사실 인턴에게 주는 업무는 거의 없다. 중요한 업무를 주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실제로 자리에서 시험공부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인턴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뽑는 이유는 모두 정부정책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인턴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라고 지침을 내린다.
“와아”
현우 옆자리에 앉은 혜리는 사무실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살짝 펌을 줘서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앞머리는 시스루 뱅 스타일로 이마가 살짝살짝 보여 시원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혜리는 자신의 자리에 있는 비품이 신기한지 이것저것 만져본다.
‘확실히 대학생이네.’
요즘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의 나이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 그런지 스무살의 혜리가 귀엽게만 보이는 현우였다.
“앞에 있는 컴퓨터를 이제 사용하면 되구요. 혹시 메신저 아이디는 인사팀에서 받았어요?”
“네에 받았습니다.”
“그럼 출근하면 항상 로그인 하시고 보통 저희 회사는 메신저로 일을 많이 하거든요.”
‘어? 그러고 보니.’
메신저 아이디를 받았으면 회사 직원인건가? 확인해보니 혜리의 계정은 현우가 쓰는 계정과는 다른 임시계정이다.
문득 현우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과연 인턴들도 업무시스템의 영향을 받을까? 그렇다면 혜리도 자신이 조작가능한 대상인가?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현우는 스마트폰을 들어 앱을 실행시킨다.
‘있다 있어!!!!’
업무시스템은 인턴 역시 직원으로 인식한다.
[사용자 : 김혜리]
[나이 : 20] [키 :161] [체중 : 46]
[체력 : 9/10] [매력 : 8(+1)/10] [성욕 : 3/10] [멘탈 : 8/10]
[만족도 : 잠김] [호감도 : 잠김]
[심리 메시지]
인턴생활에 대한 [설렘]
드라마 같은 로맨스에 대한 [기대]
‘매력이 8이라고?’
[매력] 8. 업무시스템에서 처음 보는 수치였다. 현우가 업무시스템의 [관리자] 항목에서 모든 여직원들을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최고 수치는 7이었다.
은설과 서진아가 7. 그 정도로도 길거리를 걸으면 10명의 남자 중 9명은 뒤돌아서 다시 쳐다볼 정도다. 그런데 김혜리가 8이라고?
‘체력이야 스무 살에는 좋을 수밖에 없고 근데 [매력] 8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분명 김혜리가 어리고 이쁘기는 하다. 그러나 현우가 냉정하게 평가하기에는 은설이나 서진아와 동급이지 그 이상은 절대 아니다.
‘어? 플러스 1. 얘도 성형했나?’
은설의 경우처럼 [매력] 수치 옆에 붙은 플러스. 그 때문에 현우는 김혜리가 성형을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성형을 했다 치더라도 확실한건 [매력] 8 은 좀 평가가 후하다. 업무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찜찜한 현우.
현우는 옆자리에 앉은 김혜리를 슬쩍 훔쳐본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청치마와 살짝 오버핏으로 입은 스트라이프 블라우스.
무릎 아래로 얇은 종아리와 발목이 보이기는 하지만 몸매를 드러내는 의상이 아니라 정확하게 몸매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일단 벗겨봐야 알거 같네.’
다시 업무시스템을 주시하는 현우. 내년이면 서른인 그에게 산삼보다 좋다는 스무살의 혜리를 공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근데 [멘탈] 수치도 높고 [심리 메시지]도 무난하고...’
현재로서는 딱히 공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나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건데.’
혜리의 심리 메시지에 이현우에 대한 호감이 등록된다면 곧바로 그 감정을 업무시스템으로 증폭시키면 된다. 그러면 은설의 경우처럼 [호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애정]으로 발전할 터.
그게 아니라면 [멘탈]을 1까지 무너트려 [심리 메시지]의 대상을 현우 자신으로 바꿔버리는 방법이 있다. 서진아를 공략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병주를 고자 아닌 고자로 만들어 그녀의 [멘탈]을 무너트렸다.
‘근데 김혜리는 인턴이라 자칫 [멘탈]을 털었다가 퇴사라도 하면.’
그렇다. 인턴이 퇴사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아무래도 정직원이 아니라서 일까? 다른 회사에 취업하거나 업무에 불만이 있는 경우 인턴은 미련 없이 퇴사한다.
‘일단 호감이나 만들어보자.’
- 혜리씨 오늘 첫날인데 제가 점심 대접할게요. 뭐 좋아하는 거 있어요?
- 아 정말요? ㅜㅜ 이대리님 감사합니다^^ 저는 음.... 파스타 좋아해요!!!
- 그래요 그럼 파스타 먹어요.
- 네네!!! 너무 좋아요오.
* * *
회사 인근의 파스타집.
- 달그락 달그락
“파스타는 괜찮아요?”
“네!! 너무 맛있어요. 헤헤”
현우는 파스타집에서 마주보고 앉은 혜리를 쳐다본다. 고작 만원 정도에 파스타지만 안에 들어있는 새우를 마치 랍스타를 먹듯 맛있게 먹는다.
“오늘 첫날인데 사무실은 어때요?”
“음... 좀 긴장되기는 하는데, 다들 좋은 분들 인거 같고 설레요.”
“저도 혜리씨가 와서 사무실 분위기도 밝아지고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아 너무 기대하시면 부담되는데 헤헤... 앞으로 열심히 할께요 대리님.”
혜리의 눈웃음을 보고 있으니 현우의 마음까지 눈 녹듯 샤르르 녹는 거 같다. 자신에게 [애정]은 있지만 츤데레 같은 은설이나 [주종 관계]인 유부녀 서진아와는 또 다른 매력이 확실히 여대생 혜리에게는 있다.
“자 그럼 다 먹었으면 커피 마시러 갈까요?”
“네 좋아요 대리님”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주변 커피숍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