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 우우우웅 우우우웅
“앗! 부모님 전화에요. 최주임님 잠깐 전화 좀 받을게요. 죄송해요...”
“어어... 언능 받아 부모님 전환데...”
‘젠장...뭐만 하려고 하면’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똑같은 상황의 반복. 아니 데자뷰가 아니다. 현민이 혜리와 스킨쉽이라도 시도하면 마치 온 우주가 자신을 방해하는 기분이 든다.
“하아...”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20살짜리 여자에게 매달리게 됐는지 현타가 쎄게 온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그냥 혜리와 헤어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현민이 만나본 여자중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속하지만 이렇게 한 번 섹스하기가 힘들어서야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헤어지려는 생각이 들수록 반대로 혜리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이현우 대리에게 그렇게 막무가내 행동한 것도 혜리와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그 얼굴을 뭉개고 싶은 강한 충동 때문이었다.
‘그래 혜리와 절대 헤어질 순 없어.’
현민이 혜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있던 중
“최주임님!!! 최주임님!!!”
통화를 마친 혜리가 다급하게 그를 부른다.
“무슨 일이야?”
“어떡해요 흐흑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지금 병원이래요.”
“뭐? 어쩌다가?”
“잘 모르겠어요. 죄송하지만 일단 가봐야 겠어요.”
“내가 병원까지 데려다 줄게 같이 가자.”
“아니에요. 병원이 너무 멀어요. 최주임님 내일 출근도 하셔야하는데... 그냥 바로 택시 불렀어요.”
“그...그래? 난 괜찮은데.”
“아니에요. 아무튼 정말 죄송해요. 저 가볼께요.”
“어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룸을 빠져나가는 혜리. 다급한 목소리와 울먹거리는 표정을 봐서는 꽤나 놀란 모양이다.
‘하... 한동안 섹스하기도 글렀네.’
아버지 건강도 좋지 않는데 괜히 오늘처럼 수작 부리당하는 진짜 뺨이라도 한 대 맞을지 모른다. 또 자숙 아닌 자숙을 할 생각에 현민은 짜증이 치민다.
“나도 그냥 갈까? 어?”
혼자 호텔에 있어봐야 더 비참하기만 하다. 숙박비가 아깝긴 하지만 현민에게는 그다지 큰 지출도 아니라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이 보인다. 분명 현민의 폰은 아직 바지 주머니에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폰도 두고 가냐...”
현민과 이야기하면서 잠깐 스마트폰 테이블에 둔 혜리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는 그대로 병원으로 향한 모양이었다.
‘이제 와서 돌려주기에는 이미 늦었고...’
벌써 로비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도 남았을 시간. 현민은 내일 회사에서 혜리에게 돌려주리라 생각하고는 그녀의 폰을 손에 쥔다.
“흠...”
‘살짝 볼까?’
그러면 안 되는걸 당연히 아는 현민이었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이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머릿속에서는 그 생각만 나는 법이다.
호텔을 나가려고 일어섰던 현민은 호기심과 궁금함이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침대에 앉는다.
화면을 터치하자 활성화 되는 혜리의 스마트폰. 당연하게도 패턴잠금이 걸려있다.
‘옆에서 핸드폰을 맨날 했는데 모를 리가 있나.’
데이트 중에도 사진을 찍거나 검색을 하거나 SNS를 자주 했던 혜리다. 옆에서 몇 번 잠금해제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패턴 따위야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풀렸다.”
단 한 번에 터치로 혜리의 폰의 패턴잠금을 풀어버린다.
폰에 설치된 수많은 어플. 무엇부터 볼까 잠깐 고민하던 현민은
‘역시 갤러리지.’
그녀의 사진첩을 실행시킨다.
사진을 자주 찍는 그녀답게 터치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사진이 화면을 단숨에 채운다.
‘사진빨도 잘 받네.’
처음 보이는 건 아까 레스토랑에서 현민이 준 꽃다발을 들고 찍은 수십 장의 셀카. 식당의 화려한 조명 때문인지 꽃다발 때문인지 아니면 혜리의 미모 때문인지 상관없었다. 현민에게는 모든 사진이 이뻐보였다.
“꽃다발 선물하길 잘했네.”
그렇게 흐뭇하게 여친 혜리의 사진을 감상하던 현민.
“...”
갑자기 이질감이 드는 사진들이 화면에 뜬다. 갤러리에서 작게 미리보기로 사진을 눌러보기도 전에 느껴지는 기분 나쁜 직감.
- 꿀꺽
터치를 해 사진을 크게 보기도 전에 현민의 심장은 쿵쿵쿵 거칠게 뛰고 스마트폰을 쥔 손도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아...
속옷만 입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봉긋한 가슴을 내밀고 있는 사진, 누워서 손으로 살짝 가렸지만 보지둔덕이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 등
수십장의 나체 사진이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렸지만 갈색으로 염색한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가 진 머리 스타일은 매일 보던 여자친구 혜리임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아직 본적이 없는 현민이었지만 동글한 어깨라인과 얇은 허리, 골반과 허벅지라인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분명 옷을 입은 그녀의 실루엣을 자주 본 탓일 것이다.
호텔 침대에 편안하게 걸터앉아 별 생각없이 사진을 감상하던 현민은 몸과 머리가 완전히 굳어버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이...이게 무슨...”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해서 사진첩을 옆으로 넘겨보지만
샤워하다가 샤워거품을 자기 가슴에 묻히고 가슴을 움켜쥔 채 찍은 셀카
다 벗고 전신거울 앞에서 찍은 알몸 셀카
흡사 뒷치기 자세처럼 엎드린 상태로 어떻게 찍었는지 뒤에 엉덩이랑 보짓구멍이 다 보이게 찍은 사진 등
충격적인 혜리의 사진이 계속해서 튀어 나왔다.
호텔룸은 적당하게 온도를 올려놓아 전혀 춥지 않았지만 현민은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면서 손과 발이 덜덜덜 떨린다.
한 장 두 장 세어보니 이런 혜리의 사진이 합쳐서 서른 장 정도였다.
- 툭
혜리의 스마트폰을 침대에 놓고 애써 정신을 차리려 심호흡을 하는 현민.
“후우...후우...하아...”
몇 분 정도가 흐르자 충격에서 조금은 벗어났는지 몸에 떨림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시발시발...”
충격에서 벗어나자 이제 배신감과 분노가 미칠 듯 끓어오른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현민의 자지 역시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바지를 확 까 내린 현민은 혜리의 폰을 들어 그녀의 알몸 사진을 보며 마구 자지를 손으로 문질러 댄다.
“헉헉헉...”
집에서 야동 따위로 자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극이 느껴진다. 그리고 채 5분도 지나기 전에
“흐읍...”
- 푸슉 푸슉푸슉
며칠 쌓였는지 유독 색이 진하도 끈적거리는 누런 정액이 깨끗한 순백의 이불 위를 더럽힌다.
“하아...하아하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한 발을 뺀 현민은 자위의 쾌감이 아니라 극심한 두통이 느껴진다.
극심한 현자타임이 이러할까? 상처 입을까봐 조심스럽게 지켜줬던 혜리의 천박한 사진에 배신감과 허탈감이 밀려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어대던 현민은 다시 혜리의 폰을 들어 앱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져본다.
깨똑부터 SNS 계정, 웹 접속기록과 로그인 이력까지 그녀의 사용내역을 완전히 털어버린다. 지금와서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머지에서는 별다른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건 가장 마지막 순번에 있던 메신저 레인. 한국에서는 대부분 깨똑을 쓰기 때문에 굳이 설치해서 쓸 일이 없는 외국인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레인을 실행시키는 현민.
- 암호를 입력해 주세요.
‘깨똑도 암호가 없었는데 이걸로 뭘 했길래.’
분노와 불안감으로 현민은 일단 혜리의 생일을 입력해 본다.
- 로그인에 실패하였습니다.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해 주세요.
“젠장...”
그녀와 관련된 수많은 숫자들을 조합해봤지만 도통 맞지 않는 패스워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민은 0부터 집요하게 순서대로 4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톡톡톡톡
중복 없는 4자리의 패스워드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해서 만번(?)만 눌러보면 100퍼센트 확률로 열리게 되어 있다.
-톡톡톡톡
호텔에서의 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었고 현민의 광기어린 집착으로 숫자는 이제 절반인 5를 넘어가고 있었다.
한 시간쯤이 지났을까?
‘열렸다...’
허무하게도 메신저의 패스워드는 7777이었다. 9부터 거꾸로 시작했다면 훨씬 노가다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최현민에게 그딴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비밀번호까지 설정해 놓고 김혜리가 뭔 짓거리를 하고 다녔는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허....”
메신저는 정말 가관이었다.
채팅방은 6개 정도가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대화내용은 동일했다. 어플로 어떻게든 여자를 따먹어 보려는 짐승같은 남자들의 선톡.
그리고 혜리의 한결같은 답장.
- 자신 있으면 자지 보여줘요. 얼마나 큰지 보게
- 옆에 자 대고 찍어서 보내봐여 그래야 큰지 알지
그야말로 혜리는 자지무새였다. 왜 자지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보내온 자지 사진을 본 뒤에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대화방에는 유독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엄청 길게 대화를 주고받은 내역이 남아있었다.
채팅의 시작은 남성이 자지 사진을 보낸 뒤부터 이뤄졌다.
남자인 현민이 보기에도 엄청난 크기와 굵기의 자지. 자로 잰 18센티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그 크기는 앞선 남자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 와 오빠 자지 진짜 크다.
- ㅇㅈ? 내꺼 보여줬으니까 너도 까봐
아마도 저놈에게 보여주기 위해 혜리는 나체 사진들을 찍었던 것 같다. 얼굴은 가렸지만 자신의 알몸사진을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보내줬던 혜리.
그렇게 서로 알몸과 자지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통화를 했다.
최현민이 레인을 쓰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대화방에 남은 녹화된 영상을 나중에도 다시 재생 할 수 있었다.
- 꿀꺽
여기까지 와서 확인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현민은 대화창에 그 영상통화 동영상을 재생한다.
영상의 처음부터 마스크를 쓴 혜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혜리의 사진이 아닐 거라고 작은 희망을 걸고 있던 현민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과 헤어스타일. 그건 분명 김혜리였다.
마스크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혜리의 알몸을 감상하던 남성이 잘 들리지? 라고 묻자 혜리가 네 하고 대답하는데 그 목소리는 또 한번 현민의 심장을 벌컹벌컹 뛰게 한다.
그런데 현민의 자지는 다시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아까 한발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는 처음보다 더 대단하다.
그리고 영상 속 남자가
- 자기소개 해
라고 하는데
혜리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 저는 OO사는 20살 여대생입니다. 제 수치스러운 모습을 봐주세요.
라고 대답한다.
“크윽...”
그 순간에 더 이상 참지 못하던 현민은 또 다시 자지를 부여잡고 격한 딸을 치기 시작한다.
그 뒤로도 남성은 일어서, 뒤돌아, 가슴을 모아서 보여줘 등 수치스러운 지시는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명령은 점차
음탕한 표정으로 브이자 해봐, 보지를 검지와 중지로 벌려봐,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 벌려봐 등 수위가 올라갔다.
방금까지 레스토랑에서 밥을 같이 먹고 데이트하던 여친 혜리였는데 현민도 모르는 사이에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얼굴이 터질 듯 분노로 달아오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혜리가 익명의 남성의 수치스러운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이 너무나 꼴려 자신의 자지를 비비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곤 남자는
- 다리 벌리고 자위 해봐
라고 명령한다.
그 명령에는 혜리도 창피한지 마스크를 쓰고도 얼굴을 푹 숙인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 안할 거야?
그러나 남성에 재촉에 혜리는 이내 자신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