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 다리를 벌려야 보이지
남성의 지시에 혜리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카메라의 정면에서 다리를 쫘악 벌린다. 최신 사과폰이라 그런지 고화질의 영상은 그녀의 얇은 발목과 종아리, 뽀얀 허벅지 살결의 고스란히 담아낸다.
- 이미 푹 젖었네. 완전 변태년이구나 너?
남성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인데 혜리의 허벅지 사이에서는 빛에 반사될 정도로 번들번들하게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내가 자위 안 시켰으면 영통 끝나고 혼자 할라했지?
- ...
- 대답 안하냐?
- 맞아요. 저... 보지가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어요...
- 그럼 빨리 자위해 잘 지켜봐 줄 테니까.
아직 자위가 어색한지 혜리는 어설픈 손동작으로 보지를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린다. 그런 소극적인 모습에 화면 너머의 남자는 짜증을 느꼈는지
- 하 존나 답답하게 하네. 왜 못하는 척이야?
매섭게 질책한다.
- 클리부터 손으로 비벼보라고
남자의 구체적인 지시에 혜리의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은 보지살 사이에 수줍게 숨어있는 클리를 살며시 자극한다.
- 하읏..하앙
민감한 클리에 자극이 오자 신음소리를 참지 못하는 혜리.
- 흐흐흐 좋아 볼만한데? 나도 그럼 같이 해주지
남자 역시 화면 앞에 자신의 자지를 꺼내 손으로 흔들어 댄다.
- 하응...이상해애...하아...
- 헉헉헉
서로 화면 반대편에서 자지와 보지를 비벼대는 혜리와 남성. 혜리는 클리를 비벼대는 것이 감질났는지 나머지 손까지 써가며 보짓구멍을 쑤셔댄다.
- 하윽...흐항...하앙...아아아앙아앙
알지도 못하는 남성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잔뜩 흥분한 혜리는 곧 밀려오는 절정에 허벅지와 엉덩이 복부를 부르르 떨어댄다. 그러나 남성은
- 멈추지 말고 끝까지 끝까지 움직이라고!!
그녀가 경련을 하든 말든 손가락을 계속해서 움직이라고 강요한다.
- 안돼에...흐앙...가버려서 너무 예민해애애애애!!!
- 크으윽... 싼다
남성 역시 혜리와 함께 자지에서 꿀럭꿀럭 정액을 토해낸다.
- 하아하아...
- ...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후우후우...”
눈이 시뻘게 질 정도로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현민 역시 영상의 마지막 혜리의 절정과 동시에 또 한발 정액을 쏟아냈다.
“아아...”
격렬하게 사정한 만큼이나 빨리 현민의 성욕은 한순간에 사그라든다. 그리고 밀려오는 공허함과 배신감.
가벼운 비음이 섞인 애교 넘치는 목소리와 매력적인 눈웃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귀여운 혜리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랜덤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알몸사진을 주고받으며 영통으로 자위하는 느끼는 변태년일 뿐이었다.
- 털썩
현민의 손에서 힘없이 침대로 떨어지는 혜리의 폰.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그는 한동안 침대에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 * *
최현민에게 흡연실에서 멱살을 잡힌 굴욕을 당한 바로 그 날.
현우는 앞에서는 괜찮다고 쿨하게 그를 용서했지만 뒤끝이 없을 리 없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당하고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한 그. 마침 머릿속을 떠오르는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혜리에게 곧바로 프리젠테이션 한다.
“싫어싫어싫어요오! 이건 말도 안돼안돼요. 이대리님...”
현우의 예상대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혜리.
“혜리야 잘 생각해봐. 지금 최주임 상태가 어때? 정상 같아 보여?”
“물...물론 정상은 아닌 거 같지만...”
“저렇게 집착이 심한데 니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냥 놔주겠어? 쿨하게? 응?”
“쉽게는... 안 놓아주겠죠?”
“그래! 내 생각도 그래. 그러니까 충격요법을 줘서 떼어내자 이 말이지. 아주 강한!”
“...”
현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혜리는 선 듯 대답을 하지 못한다.
“혜리 너 설마... 계속 최주임이랑 사귀고 싶은 거야? 언제는 내가 좋다면서?”
‘이럴 땐 살짝 떡밥을 던져주고.’
“아니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큭큭큭 바로 낚이네.’
“그럼 다시 물어볼게. 내가 시키는대로 할꺼지?”
“히잉... 미워미워 미워요. 이대리님.”
결국 혜리는 내키지 않지만 현우의 말대로 스토어에서 레인 앱을 설치한다.
“다 널 위해서야 혜리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뻔뻔하게도 내뱉은 현우였다.
그렇게 현우의 지시를 받고 집으로 온 혜리는 레인 앱을 실행시켜 성별, 나이, 닉네임을 선택하고 회원가입을 한다. 그 순간
- 띠링 띠링 띠리링
-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대화가 혜리의 계정으로 날아온다. 얼굴은 가렸지만 제법 노출도가 높은 프로필 사진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회원은 원래 이렇게 많은 대화를 받는지도 모른다.
- 오 처음 가입하셨어요? 반가워요
- 오 이쁘시네 술 한잔 할래요? 제가 살게요
- 너 이쁘다 영통 한번 할래?
- 우리 같은 동네사네? 글로 갈까?
“으... 너무 싫어...”
평소 이런 익명의 랜덤채팅을 좋아하지 않는 혜리로서는 수많은 남자들의 대화가 싫기만 하다.
진지한 만남이 아닌 그저 하룻밤의 쾌락을 원하는 이들. 마치 동물의 왕국 같은 이 레인앱 안에서 혜리는 현우가 지시한대로 미션을 수행해야만 했다.
- 근데 왜... 대리님 꼭... 그...그 거기가 큰 사람과 해야 해요??
- 그래야 최현민이 더 충격을 먹을 거 아냐? 안 그래? 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니까 토 달지 말고 해 알았지?
- ....
“히잉...”
정말정말정말 싫다. 아무리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이지만 하기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러나 혜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 자신 있으면 자지 보여줘요. 얼마나 큰지 보게
- 옆에 자 대고 찍어서 보내봐여 그래야 큰지 알지
자지무새로 빙의해 자신에게 대화를 보낸 남자들에게 자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도 천박한 메시지였다.
- 띠링 띠링
“으윽...”
몇몇의 남자들은 혜리의 요청에 대화방을 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혜리는 위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자지 역시 똑같은 모양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위쪽으로 휜 자지. 아래쪽으로 휜 자지. 힘줄이 불끈불끈 튀어나온 자지, 유독 시커먼 자지, 껍질을 깐 자지. 안 깐 자지, 굵고 짧은 자지, 가늘고 긴 자지 등등
‘이걸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주는 게 정상인거야? 왜 이렇게 당당해!’
처녀딱지를 뗀지 얼마 되지 않은 혜리에게 생자지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야한 동영상을 아예 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모자이크도 없는 생자지를 그대로 본 것은 현우의 것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깨닫는다. 현우의 자지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엄청난 크기라는 것을 말이다.
“하앙...이대리니임...”
현우와의 뜨거운 섹스를 생각하며 잠시 기분 좋은 상념에 빠진 혜리.
- 띠링
“아잇 정말!!”
그러나 연이은 알림음에 상념은 깨지고 화악 얼굴을 찌푸린다.
“어? 어어? 찾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연 대화방에는 현우가 말한 사이즈에 부합하는 웅장한 크기의 자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래 이 사람으로 빨리 끝내자.’
더 이상 다른 남자의 자지를 보고 싶지 않은 혜리는 거대한 크기의 자지의 소유자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 와 오빠 자지 진짜 크다.
- ㅇㅈ? 내꺼 보여줬으니까 너도 까봐
“이잉...싫어싫어... 싫은데에...”
- 대상을 정했으면 그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해. 거부하지 말고. 나중에 다 채팅 확인한다?
현우의 지시 때문에 혜리는 수치스럽지만 자신의 알몸을 셀카로 찍는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알몸을 찍으려는데 차마 똑바로 휴대폰 화면을 처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얼굴은 확실히 가렸지만 적나라하게 사진 속에서 보이는 자신의 나체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달아오른다.
‘수치스러워....’
싫지만 미치도록 싫지만 혜리는 한시라도 빨리 최현민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현우의 품에 안기기 위해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남성과의 대화방에 자신의 알몸사진을 한 장 한 장 업로드 한다.
- 와 너 몸매 쩐다.
- 못 참겠네 영통 ㄱㄱ
“뭐..뭐야? 영상통화?? 어떡해 어떡해에....”
- 우우우웅 우우우웅
영상통화를 받으라고 혜리의 폰이 계속 울려댄다. 그녀는 재빨리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방 뒤로 보이는 개인적인 물건들을 후다닥 치워버린다.
- 잘 들리지?
억지로 굵은 목소리를 내려는 듯 자연스럽지 않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면에는 역시나 혜리와 똑같이 얼굴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보인다.
“네...”
진짜로 화면 너머로 남성이 보이자 혜리는 약간 긴장이 된다. 그러나 나중에 현우에게 질책 받지 않기 위해서는 남성이 원하는 대로 영상통화 역시 전부 해야만 했다.
“자기소개 해봐.”
다짜고짜 명령부터 하는 남성. 혜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저는 OO사는 20살 여대생입니다. 제 수치스러운 모습을 봐주세요.”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자기소개를 한다.
‘수치스러운 모습을 봐달라고? 미쳤나봐... 나...’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 하고 나니 찔끔 애액을 지릴 정도로 흥분이 되는 혜리. 그렇게 이어진 그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자위 까지 한 뒤 통화를 종료한다.
“하응...하아...하아앙...”
정상적인 여자라면 경험해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익명의 남자와의 자위. 그 엄청난 자극 때문일까?
통화는 종료 됐지만 혜리의 몸은 오히려 더 달아올라 식을 줄 모른다.
- 찌걱 찌걱
“흐아앙...하앙...죠아아아아아아”
방금까지의 이름도 모르는 남자 앞에서 음탕한 포즈를 취하고 자위까지 했던 기억을 반찬삼아 혜리는 엄지와 검지로 마구 자신의 보짓살을 비벼댄다. 그렇게 질질 흘려댔지만 보지는 칠척거리는 애액을 계속해서 토해낸다.
처음 해본 자위였지만 이제 슬슬 어떤 부분이 기분 좋게 만드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2번이나 더 절정을 느끼고서야 자위를 그만두었다.
* * *
“오우야... 이 것도 존나 꼴리는데?”
물론 혜리와 영상통화를 나눈 익명의 남성은 바로 현우였다.
업무시스템으로 [정력]수치를 올린 탓에 탈 일반인급 자지를 얻게 된 현우는 일부러 혜리와 쉽게 접촉하기 위해 대물 남성에게 접근하라고 그녀에게 조건을 걸었던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큰 자지를 가진 사람이 많을 리 없지.’
흑인이 아니라면 현우의 자지 사이즈는 그렇게 쉽게 다른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현우는 익명의 계정으로 혜리에게 접촉하기 위해 그녀와 헤어진 뒤에 앱을 계속 새로고침하며 신규 여자 회원의 목록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혜리로 추정되는 신규여자 회원을 찾을 수 있었다.
‘훗 저번에 부산 갔을 때 입었던 옷이네.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양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오픈숄더 블라우스와 허벅지부터 각선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숏팬츠, 그리고 배경의 바다까지. 얼굴은 가렸지만 백프로 김혜리의 사진이 분명했다.
‘아니 아무리 이런 걸 처음 해봐도 그렇지 조심성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큭큭큭’
자신이 시켜놓고는 조심성 없는 혜리를 탓하는 현우였지만 그런 어설픈 그녀의 행동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다.
“자 이제 최상의 재료는 충분히 준비 되었으니 맛있게 요리만 하면 되겠어.”
혜리에게는 다른 남자와 어플을 통해 주고 받은 음탕한 대화내용을 절대 지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은 상태였다.
실수 인 듯 자신의 휴대폰을 두고 떠나는 혜리와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겨진 알몸의 사진과 레인앱의 음탕한 대화기록.
최현민의 혜리에 대한 [집착]을 업무시스템의 [심리 메시지]로 확인한 현우는 그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그 예측은 놀랍도록 정확히 들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