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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





“후우...”



답답한 사무실에서 잠깐 나와 현우는 잠시 휴식을 갖는다. 팀장인 최고은이 사무실에 있다면 담배 하나 필 시간도 없겠지만 다행히 오늘은 하루종일 출장일정이 잡혀있는 탓에 이런 사치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문 현우는 [근로계약서]를 하루라도 더 빨리 얻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그냥 은설이랑만 계속 할까?’



지난번 호텔에서 그녀를 따먹으면서 꽤나 짭짤하게 [근로계약서]를 얻은 현우는 오늘밤에도 은설의 오피스텔로 찾아갈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아냐. 임펙트 없는 반복적인 행위는 효율이 떨어져.’



게다가 은설 역시 기절할 정도로 현우에게 시달렸기 때문에 한동안 휴식이 필요했다. 계획 없이 휴가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녀가 오늘 연차를 쓸 정도였으니 그냥 쉬게 두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서진아나 김혜리 뿐인데...’



- 끼익



“오 꿀벌.”



그때 현우의 신경을 긁는 소리를 하며 흡연실로 들어오는 재훈과 병주.



“꿀벌은 시발 우리부서 소문 못 들었냐?”



“큭큭큭 알고말고. 우리 현우 아주 탈곡기에 아주 탈탈탈 털리고 있다면서?”



“후우...”



“역시 세상은 공평해. 하하하하 아주 내가 요즘 절실하게 깨닫는다니까? 우리 현우가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걸 보면서 말이야.”



“진짜 뒤진다...”



현우가 고통 받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느끼는지 재훈은 조직혁신TF팀에서 갈려나가고 있는 그를 놀리는데 아주 재미가 붙은 듯 했다.



“야 그래도 니네 팀장 존나 이쁘잖아. 어? 성격이 좀... 좀 많이 히스테릭하면 어때? 그 터질듯한 가슴만 봐도 완전 힐링 아니냐?”



“내가 그렇게 팀장 가슴 훔쳐보다가 개찍혔다 새끼야.”



“큭큭큭 역시 우리 현우 클라스 여전하구만. 역시 자랑스러운 A급 동기다.”



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이병주는 조용히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과거 밝고 자신감 넘치는 그는 어느새 과묵하고 침울하게 변해 있었다.



“야...야야 이병주는 또 왜저래?”



이병주가 왜 저런지는 현우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재훈에게 조용히 묻는다.



“몰라 요즘 존나 다운이야 병주놈.”



현우와 재훈, 병주는 모두 같이 입사한 동기였지만 유독 재훈과 이병주는 사이가 좋았다. 반면에 현우는 재훈과는 가까웠지만 병주와는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이가 좋더라도 자신이 고자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병주의 침묵은 어쩌면 당연했다.



“야 병주야 우리끼리 있는데 얼굴 좀 펴라 요즘 뭔 일 있냐?”



“아냐... 별일 없어.”



“하 새끼...”



병주의 다운된 목소리에 재훈은 영문을 몰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나?



“안되겠다. 병주 넌 지금 기분전환이 필요해. 이거 분명 메리지 블루야.”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종종 느낀다는 심리적 우울증을 뜻하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병신아 메리지 블루는 결혼 전에 걸리는 거고.”



현우의 지적처럼 이병주는 이미 결혼한 지 반년이 넘었다.



‘메리지 블루는 개뿔. 걔 그냥 고자 되서 그래 병신아.’



“하... 현우야 적당히 장단 좀 맞춰라. 어쨌든 지금 병주는 우울하다고.”



현우의 핀잔에도 계속 떠들어 대는 재훈.



“그래서 말인데 우리 오늘... 나이트 가자.”



“나이트?”



“그래 나이트. 마음 같아선 클럽가고 싶은데, 이 촌구석에 나이트라도 하나 있어서 다행이지.”



“하 이새끼 또 발정났네.”



병주가 미혼인 시절. 반반하게 생긴 이병주와 함께 나이트에서 재미 좀 봤던 재훈은 사실 그 때가 조금 그립기도 했다. 약간 흑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다 우리 병주를 위해서라고. 갈꺼지? 오늘은 가자 어?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니까 넌?”



“...”



평소라면 사랑스러운 아내 서진아를 두고 고민조차 하지 않을 병주였다. 그러나 발기부전에 시달리던 그는



‘혹시 진아 외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그래! 오늘 가자. 나이트”



‘여보 미안해. 근데 우리의 잠자리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가는 거야.’



아내를 두고 일탈을 하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이병주였다.



“오오 조아쓰. 현우 너도 가는 거다.”



“어? 나도?”



“그래 오늘은 병주 기분 좀 띄워주는데 희생해라.”



“아 바빠...뭔 나이트야.”



‘지금 [근로계약서] 얻기도 바빠 죽겠구만...어?’



잠깐만. 나이트? 이거 꽤나...



‘흐흐흐...’



“그래 가즈아!”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는 환상적인 아이디어에 현우는 나이트 파티에 합류하기로 한다. 그렇게 기혼남 1명, 미혼남 2명의 나이트 파티가 구성되었다.



* * *



- 쿵쿵쿵쿵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와 목이 칼칼할 정도로 담배연기가 뿌옇게 깔린 어두운 공간. 현우가 오랜만에 온 나이트는 여전했다.



“아오 시발 그러니까 내가 좀 일찍 오자니까.”



“내 잘못이냐? 병주 이새끼가 술을 존나 처먹는데?”



“하하하 미안하다. 얘들아아~”



나이트에 오기 전 간단하게 한잔할 생각이었던 세 사람은 이병주의 달림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나이트에 늦게 입성했다. 덕분에 이미 룸은 꽉 차있는 상태.



“아오. 대딩 때나 테이블 잡았는데. 병주 이 새낀 왜 이렇게 술을 퍼마신 거야?”



병주 덕분에 룸이 아닌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세 사람. 재훈은 오랜만에 나이트에 왔는데 룸을 못 잡은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기자~”



병주는 해맑게 웃으며 재훈의 속을 뒤집는다.



“아오 시발...”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을 모실 웨이터 ‘바람’ 인사드립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정말 바람처럼 잽싸게 다가온 웨이터가 능숙하게 테이블에 안주와 맥주를 깐다. 재훈은 웨이터를 부르더니 지갑에서 5만원권 한 장을 꺼내 건낸다.



“우리 원래 룸에서만 노는데 자리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온거야. 알지? 잘 좀 넣어줘.”



“엡!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아니 마음은 됐고 부킹이나 팍팍 넣으라고.”



“엡! 알겠습니다!”



재훈에게 팁을 챙긴 웨이터는 그래도 그 값은 하는지 계속 여자들을 현우가 있는 테이블에 앉혔다. 자리에 온 여자들과 술을 마시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세 사람.



그러나 몇 차례나 옆자리의 여자가 바뀌는 동안 세 사람은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눈은 오지게 높은 재훈과 기분이 싱숭생숭한 병주. [매력 7]의 여자들을 언제나 따먹을 수 있는 현우 역시 그녀들보다 급 떨어지는 여자들이 눈에 차지 않았다.



“하 오늘 수질 별로네. 괜찮은 년들은 다 룸에 간 듯?”



“하하하 그러네? 일단 한잔 하자!”



“이 새낀 왜 이렇게 처마셔. 그만 마셔 좀.”



재훈과 병주가 투닥거리는 사이에 현우의 옆에 밝은 갈색머리의 여자가 앉는다.



“오~”

“ㅗㅜㅑ~”



현우 옆에 앉은 여성의 외모에 재훈과 병주의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녀는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기장의 검정색 나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심지어 한쪽 부분은 절개되어 있어 매끈한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와... 빨통 오지네.’



매끈한 하체도 훌륭했지만 깊게 파인 원피스의 넥라인 덕분에 풍만한 윗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갸름한 목선부터 깊게 파인 가슴골까지. 주변 테이블의 남성들도 계속 힐끔 거릴 정도로 그녀의 의상과 몸매는 꼴릿했다.



‘왜 하필이면 현우 옆에 앉은 거야?’



탐스러운 허벅지와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환상적인 바스트 모핑을 멍하니 감상하던 재훈은 뒤늦게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전체적으로 화장과 쉐딩이 진하긴 했지만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콧날, 갸름한 얼굴 덕분인지 짙은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에도 불구하고 가려지지 않는 아름다운 미모였다.



‘와... 오늘 여기서 제일 괜찮은 거 같은데.’



그녀의 얼굴까지 확인한 재훈은 현우를 손으로 툭툭 쳐서 부른다.



“왜!”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큰소리로 대답하는 현우.



“야! 오늘 병주 기분 풀어주려고 온거잖아! 병주 옆에 앉혀!”



자기가 못 먹을 바에는 그냥 병주의 기분이나 띄워주자는 재훈의 의도. 현우는 피식 웃더니



“저기 제 친구 옆에 앉을래요?”



나이트에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을 받고 있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 말에 갑자기 얼굴을 푹 숙인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녀. 싫다는 뜻이었다.



“야 싫다는데?”



“...”



굳이 현우 옆에 앉아있겠다는 여자.



“병주야 너도 많이 죽었다. 이제는 현우한테 밀리다니.”



“하하하 어쩔 수 없지. 한잔 해.”



“아 시발 그만 마시라고!”



재훈과 병주가 투닥거리는 사이에 현우는 옆자리에 앉은 그녀와 술잔을 부딪친다. 그리고 얼굴을 귀에 대고 계속해서 이야길 나누는 두 사람.



- 쿵쾅쿵쾅쿵쾅



시끄러운 나이트의 음악 소리 때문에 병주와 재훈에게는 둘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여자의 표정은 약간 불안한 듯 보였지만 어쩐 일인지 현우의 옆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진짜 뭐지?’



평범한 현우가 저런 여신을 낚다니? 재훈으로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현우의 손이 얇은 허리를 감싸 앉더니 두 사람은 찰싹 밀착한다. 순간 움찔거렸지만 거부도 하지 않는 여자.



그러자 현우의 손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그녀의 한쪽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는다. 한쪽 허벅지 부분이 절개된 원피스 때문에 현우의 눈앞에 그대로 드러난 탐스러운 허벅지. 그 기회를 놓칠 그가 아니었다.



‘아니 시발 이게 말이 돼?’



현우의 끈적한 스킨쉽까지 거절하지 않는 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재훈은 심통이 났는지



“에이 씨발. 병주야 우리끼리 한잔 하자!”



“좋지!”



테이블에 놓인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 쾅



거칠게 맥주잔을 내려놓는 재훈. 그러거나 말거나 현우와 미모의 여인은 끈적한 스킨쉽을 계속 이어간다.



계속해서 고개를 푹 숙이곤 있지만 다리를 주무르는 현우의 손을 거절할 생각은 없는 여자. 허벅지의 감촉은 충분히 즐겼는지



- 쪽



그녀의 얼굴을 당겨 키스를 하는 현우.



- 쪼옥쪽쪽



처음엔 움찔거렸지만 고개를 돌리진 않는 여자. 그리고 이어지는 찐한 딥키스.



- 추웁춥춥



번쩍이는 조명이 지나칠 때마다 두 사람의 혀가 얽히는 모습이 잠깐 잠깐씩 재훈과 병주에게 드러난다. 완전히 밀착한 채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두 사람.



어느새 여자 역시 갸녀린 팔로 현우를 감싸 앉고 온몸을 그에게 맡긴다.



“와...”



그 끈적한 키스에 병주조차 멍하니 둘을 바라본다. 키스만 할 뿐인데 이렇게 야릇하다니.



언제 섰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병주의 자지는 두 사람이 나누는 입맞춤에 움찔움찔 설 듯 말 듯 감질나게 움직인다.



- 추릅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딥키스를 나눈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진다. 아직 키스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여자는 현우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는 거친 숨결을 내뱉는다.



“야 재훈아!”



“왜!”



“우리 스테이지에서 놀다 올게!”



“...“



현우는 재훈에게 큰소리로 이야기 한 뒤 옆자리의 갈색머리의 여자와 함께 쇼파에서 일어나 앞쪽의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와...”



그제야 재훈과 병주는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뒤태는 앞보다 더 파격적이었는데 천이라곤 없이 완전히 푹 파여 있어 그녀의 등 전체를 시원하게 노출시키고 있었다.



“뒤에 끈도 없는데 누브란가?”



가슴 앞쪽에만 살짝 누브라를 붙였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자 더욱 흥분되는 재훈과 병주.



‘어?’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던 병주는 파인 등 아랫부분에 살짝 보이는 문신을 발견한다. 나이트의 조명 때문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얼핏 보기에 타투의 색깔은 분홍색처럼 보였다.



‘에이 설마...’



최근에 아내가 등 아래쪽에 새긴 핑크색 날개 모양의 문신을 잠깐 떠올린 병주는 이내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는지



“하하하...”



허탈하게 웃으며 술을 입 안으로 털어 넣는다.



스테이지로 걸어 나간 현우와 여자는 흘러나오는 음악 맞춰 몸을 흔들었다. 두 사람 모두 춤을 잘 추진 않았지만 서로 완전히 밀착한 채 몸을 부비부비 비벼댄 탓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물론 여자 쪽의 파격적인 의상과 환상적인 몸매 때문이었다. 현우는 터질 듯 타이트하게 둔부를 감싸고 있는 원피스 위로 손을 올려 엉덩이까지 떡 주무르듯 주물러 댔다.



물론 이것도 거부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부끄러웠는지 계속 현우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과 고막을 울려대는 사운드. 춤추는 사람들의 땀냄새가 뒤섞이면서 나이트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