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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





“좋은 아침 입니다.”



최고은의 오피스텔에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오후까지 뜨거운 시간을 보낸 뒤, 현우는 오랜만에 일요일 하루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업무 시스템의 업무지시를 받은 뒤 처음 쉬어보는 휴일이었다.



덕분에 직장인이라면 치를 떨 월요일 아침도 상쾌하기만 하다.



※ 업무지시 (대리급)

[심리 메시지를 활용하여, 매력포인트 8 이상 여직원을 공략완료 하세요. 업무지시일로부터 3개월 안에 완수해야 합니다.]

[성공 시 1포인트 지급]

[실패 시 파면]

[남은 기일 : 13일 4시간]



업무지시 완수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사용자 : 최고은]

[나이 : 33] [키 :171] [체중 : 61]

[체력 : 9/10] [매력 : 8/10] [성욕 : 5(+3)/10] [멘탈 : 10/10]

[만족도 :5/10] [호감도 : 3/10]

[대상과의 관계 : 직장상사]



[심리 메시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만족감]

회사의 성공적인 혁신에 [기대감]

능력 없는 직원에 대한 [업신]

자신감 없는 이성에 대한 [경멸]

팀원 이현우에 대한 [호감] - 증폭 활성화



[정력]을 8로 높인 뒤로 순조롭게 최고은의 [만족도]는 올라갔고, 덕분에 잠겨있던 [호감도]까지 개방할 수 있었다.



[만족도]가 최고수치가 되면 대상의 [호감도]는 1 상승한다. 그리고 [호감도]가 최고수치에 다다르면 대상의 공략이 완료된다.



‘여러 가지로 괴롭히다보면... 공략완료는 문제없겠지.’



지금까지 경험으로 봤을 때 [호감도]를 최고수치로 올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계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여직원들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서진아의 경우에는 [배덕]이었다. 남편 이병주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남편을 두고 현우와 살을 섞으며 쾌락을 느꼈다. 물론 이병주가 고자가 된 것이 큰 이유였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남편에게 들킬 듯 말 듯 한 그 긴장감을 즐겼다.



‘물론 아직도 이병주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지.’



현우는 그냥 서진아를 남편에게서 뺏을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병주에 대한 [사랑]을 증폭시켜 뜨거운 몸과 정절 사이에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겼다. 그게 또 꼴림 포인트가 아니겠는가?



은설은 [진성M]이었다. 평소에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차도녀였지만, 스팽킹 당하고 자신의 알몸사진을 SNS에 유출 당하는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롭힘 당하는 상황에서 흥분했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 부정하는 것 같지만...’



현우 스스로가 사디스트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할 정도로, 절대 꺾이지 않으려는 은설을 괴롭히는 것은 엄청난 쾌감이었다.



마지막으로 김혜리는 [노출광]이었다. 남자화장실에서 발가벗은 채로 자위하고, 주인님의 명령에 회사 사무실에서 알몸산책을 하며 애액을 지려대는.



‘아 그러고 보니 최현민이랑은 어떻게 됐지?’



현우의 지시였지만, 혜리는 다른 남자와 랜덤채팅으로 알몸사진을 주고받고 스스로 자위까지 한 동영상을 전부 최현민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민은 혜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멘탈] 수치가 바닥을 찍고 [애증]같은 찝찝한 [심리 메시지] 생겼지만 말이다.



‘최고은 공략이 완료되면, 다시 작업을 좀 해야겠어.’



뭔가 그냥 두기에는 찜찜한 최현민. 이제는 정리해야겠다고 현우는 다짐한다.



* * *



“룰루루~”



사무실 가장 상석인 팀장 자리에 앉아있는 최고은을 슬쩍 쳐다보며 현우는 콧노래를 부른다.



직장 생활을 편하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낙하산으로 입사해 팀장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재벌2세가 되면 된다.



빽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업무량이 낮은 팀으로 자알 가면된다. 사기업이라면 실적 못내는 병신부서겠지만 실적 따위가 필요 없는 공공기관에서는 업무가 없는 게 장땡이다.



어차피 열심히 일해 봐야 최고은 같은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고서야 승진이나 월급 차이는 없다. 물론 일이 없는 부서는 인기가 많아 발령받기가 쉽지 않다.



일 없는 부서로도 못 간다면? 팀장을 잘 만나면 된다.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똑게(똑똑하고 게으름),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함), 멍게(멍청하고 게으름) 등 여러 팀장의 종류가 있지만 단언컨대 공공기관에서 최고인 팀장은 똑게다. 적당히 일은 다 쳐내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융통성을 발휘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물론 우리 회사에 그런 팀장이 몇 없는 게 문제지.’



성과가 나는 일만 딱딱 받아와서 척척 처리할 정도의 인재면 이런 회사에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최고은은 똑게가 아니다. 극한의 똑부 스타일이랄까? 하지만 괜찮다. 그래도 현우의 앞으로의 직장생활은 앞으로 핑크빛만 가득할 것이다.



‘팀장이 내껀데... 앞으론 걱정이 없다.’



주말동안 탐스러운 최고은의 바디를 집요하게 맛보고 즐긴 현우. 개통되지 않은 처녀의 질벽은 처음 따먹은 남자의 음경모양으로 길이 든다고 했던가? 그녀의 음탕한 보짓살 안쪽의 질벽을 완전히 자신의 자지모양을 각인시켜 놓았다.



‘게임 끝이지.’



아무리 최고은이라지만 침대에서 그렇게 앙앙거리며 농밀하게 익은 여체를 배배 꼬아댔는데.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겠지.’



“이대리!”



“넵 팀장님.”



‘흐흐흐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겠...?’



“당장 최종보고회인데 뭘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빨리 보고서 최종검토 안 해요?”



응 아니야.



‘시발’



물론 그런 안일한 생각은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최고은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현우의 자지에 수십 번이나 절정을 느끼든 말든 그녀는 여전히 최고은 팀장이었다. 적어도 사무실에서는 말이다.



침대 위에서 쾌락에 부르르 암컷은 온데간데없고 사무실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은으로 회귀했다. 덕분에 현우는 야근은 물론, 퇴근 할까지 내내 그녀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월요병이 도지는 듯 했다.



* * *



“팀원분들 모두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드디어 최종 보고회만 마무리 하면 타이트한 업무일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거예요.”



- 짝짝짝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박수를 치는 조직혁신TF팀원들.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지독할 만큼 완벽주의자인 팀장 최고은의 지휘 아래, 앞으로 회사 조직혁신의 가장 중요한 기본 계획이 될 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 방안’ 최종 보고서 작성이 마무리 된 것이었다.



‘휴우... 그래도 끝나긴 하는구나.’

‘야근은 이제 없겠지?’

‘아 휴가 낼 거야 무조건 휴가 낼 거야.’



조직혁신TF팀을 조직하고 6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다른 대형 프로젝트 사업에 비하면 길지 않은 편에 속했지만 아주 타이트하게 효과적으로 최고은에게 쥐여 짜인 탓에 팀원들은 완전히 탈진 직전의 상태였다.



“최종 보고회 완료 후에는 모두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도록 해요.”



“우오오!”



다행히 최고은은 팀원들의 사기진작까지 신경 쓰는 팀장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까지 오후에 예정된 최종 보고회를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부탁드립니다.”



“넵!”



팀원들은 최고은의 지시에 따라 보고회가 열릴 회의장의 의자와 테이블, 빔프로젝터, 마이크과 식순 등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현우 역시 PPT 파일과 프로젝터 포인트 등을 최종 확인하고 있었다.



“이대리. 잠깐만요.”



그런 그를 최고은이 조용히 불러낸다.



“네 팀장님.”



침대에서 그녀는 자지를 음탕하게 조여대는 뜨거운 여체의 소유자였지만, 회사에서는 아직 호랑이 같은 포스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현우는 다소 긴장한 채로 대답한다.



“이번 최종보고회 발표 말이에요. 이대리님이 해줬으면 해서요.”



“네? 제가요? 왜... 그런 중책을?”



CEO는 물론 이사회 위원, 회사의 모든 관리자들이 참석하는 최종 보고회였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어필 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자리에 발표자를 맡으라니.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통괄자인 최고은이 맡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대리도 저랑 같이 전부 준비했잖아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갑자기 왜 이래?’



최고은 스스로도 자신이 누구보다 발표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안다. 그녀가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두고 굳이 대리급인 자신에게 맡긴다고? 현우는 그 사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



업무시스템의 [근로계약] 하나인 중 [중상모략] 때문이었다. 최고은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현우가 회사에 퍼트린 악의적인 그녀에 대한 비방.



악착같이 모은 100개 가량의 [근로 계약서]를 소비하면서까지 작업질을 한 덕분에 최고은은 그토록 신임 받던 CEO에게도 결재조차 승인받지 못할 정도로 사내평판이 개판이 되어버렸다.



과연 10년의 짬을 허투루 먹지 않았는지, 최근 관리자들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고회 발표를 현우에게 맡긴 것이었다.



‘좀... 미안하네.’



그녀에게 [중상모략]을 할 때는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는데, 발표를 맡기면서 쓸쓸한 표정을 짓는 최고은의 얼굴을 보니 현우는 약간의 죄책감이 생긴다.



‘공략 완료되면 원래대로 해 놔야겠다.’



평판을 다시 회복시키려면 많은 다시 많은 [근로계약서]가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겠다고 현우는 생각한다.



“그럼... 발표준비를 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 드려요.”



그래서 급하게 맡은 보고회 발표. 대본을 받아든 현우는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그렇게 현우가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어느새 최종보고회 발표 시간이 임박했다.





“그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 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단에 선 현우는 최종 보고회의 시작을 알린다.



정신이 없었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중압감에 압도된다. 새삼 최고은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그토록 막힘없이 유창하게 발표를 하다니.



다행인건 최고은 만큼은 아니지만 자신 역시 보고서에 많은 부분을 작성했고, 시작 전 충분한 내용숙지 덕분에 막히는 구간은 없었다. 스스로 평가해보자면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발표였다.



“그럼 이상으로 최종보고회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짝짝짝짝



회의장에는 한동안 계속 청중들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금까지 계속 정해진 규정 내에서만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해왔던 이현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신입사원 때일까? 뭔가 조직에서 인정받고 회사를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포부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었다. 이미 사라진지는 오래였지만.



처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한 날. 그 날의 신입사원 이현우가 바라던 자신의 모습. 지금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어때요? 이대리. 기분 좋죠?”



어느새 현우 옆에 다가온 최고은이 그에게 묻는다.



“뭐...나쁘진 않네요.”



현우는 연단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아주 살며시 미소 짓는 최고은.



팀장을 맡은 지 아직 6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현우를 포함한 팀원 모두에게 완전히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현우는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뒷풀이 회식 해야지?”



“넵! 가시죠. 팀장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두 사람은



- 철컥



문을 닫고 회의장을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