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뭘 보여줘?”
이병주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부정하며 현우에게 되묻는다.
“제수씨 말이야 제수씨. 아 척 하면 알아들어야지.”
- 쾅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병주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새끼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남자라고는 오직 자신밖에 모르는 청순하고 사려 깊은 아내, 혹시라도 다른 남자들이 찝쩍거릴까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이병주에게는 소중한 서진아였다.
현우에게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비굴할 정도로 부탁하는 것도 전부 다시 사랑하는 아내와의 정상적인 잠자리를 갖기 위함인데, 이현우는 지금 그런 아내를 요구하고 있었다.
“다신 그딴 소리 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둔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이병주였지만 정색한 표정으로 현우를 노려본다.
‘이 새끼봐라? 그래도 아내는 건드리지 마라?’
그러나 이병주의 [심리 메시지]를 모조리 업무시스템으로 꿰뚫고 있는 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자존심 부려봐야 그는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하... 지는 몰래 숨어서 다 즐겨놓고 어이가 없네... 내 여친은 되고 니 아내는 안 되는 거냐?”
“...”
현우의 말에 대답할 가치도 없는지 이병주는 휙 몸을 돌려 흡연실에서 빠져나간다. 그런 이병주의 뒤통수에 대고 현우는 이야기 한다.
“마음 바뀌었으면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 그걸로 봐준다. 잘 생각하라고. 병주야”
- 쾅
이병주는 현우의 그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흡연실의 문을 닫고 사라진다.
* * *
‘개새끼개새끼개새끼’
‘감히 진아를 건드려? 건들게 따로 있지 어? 어디서 술집에서 일할 거 같은 년 가슴이나 좀 보여줬다고’
아무리 현우의 파트너 김지나가 매력적이더라도 그렇게 싼티 나는 년과 청순하고 우아한 아내를 같은 취급하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병주는 화가 치민다.
‘근본이 다르다고 근본이.’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서진아와 현우의 파트너 김지나가 같은 인물임을 알리 없는 이병주는 김지나를 술집여자 취급한다.
나이트에서 입었던 홀복 같은 의상, 처음 만난 현우와 몇 시간 만에 원나잇 한 것, 웬만한 오피녀는 명함도 못 내밀 엄청난 펠라스킬까지. 이병주의 기준에서는 아무리 몸매가 좋던 얼굴이 이쁘던 김지나는 딱 술집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현우가 서진아를 동급 취급하는 것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그만두자. 다른 방법이 있겠지.”
가뜩이나 아내에게 죄책감이 생기던 찰나에 차라리 잘 되었다고 이병주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 * *
“하아...”
도무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야동을 봐도, 업소를 가 봐도, 심지어 예전에 섹파로 지냈던 여자들과 오랜만에 연락해 잠자리를 가져보려고 해도 자신의 축 쳐진 자지는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더 머릿속에는 현우의 파트너 김지나만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녀의 풍만하고 물방울 모양의 완벽한 가슴, 이현우의 자지를 뿌리 끝까지 정성스럽게 빨아대는 펠라스킬과 환상적인 파이즈리까지.
원래도 그랬지만 현우가 업무시스템으로 김지나에 대한 [집착]을 증폭시킨 탓에 그 집착이 더욱더 심해진 상태였다.
‘젠장젠장... 정말 이 방법뿐 인가...’
[사용자 : 이병주]
[나이 : 29] [키 :183] [체중 : 93]
[체력 : 4(-5)/10] [매력 : 4(-4)/10] [성욕 : 10(+2)/10] [멘탈: 1(-8)/10]
업무에 집착하며 약간 회복했던 그의 [멘탈]은 계속되는 발기 시도 실패로 다시 최저수치에 도달했다. 멘탈이 무너짐과 동시에 이병주는 결국 현우의 유혹에 굴복하고 만다.
이병주는 자신에 옆자리에 누워있는 아내의 옆모습을 응시한다.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리 없는 서진아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에 빠져 있었다.
잠든 모습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서진아.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만의 것이었던 아내의 몸을 오늘 현우에게 공유해야만 한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서진아를 스스로 더럽혀야만 한다.
‘미안해... 여보...’
지독한 죄책감에 손까지 덜덜덜 떨던 이병주는
- 딸깍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작은 무드등의 전원을 켠다. 주황색의 불빛이 어둡던 침실 한쪽을 부드럽게 밝힌다.
- 스르륵
이병주는 조심스럽게 아내가 입은 슬립의 어깨끈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예전에는 파자마 같은 편안한 잠옷을 선호했던 거 같은데 최근에 얇은 망사재질의 원피스형 슬립만을 고집한다. 발기에 문제가 있는 이병주를 도와주려는 배려인 것 같았지만 그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근데 슬립이... 이렇게 야했나?’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탓인지 아내의 잠옷을 재대로 본 적이 없는 이병주는 이제야 그녀가 입은 옷을 재대로 본다.
깊게 파인 가슴라인은 아슬아슬하게 유두를 가릴 정도로 절반 넘게 가슴골을 드러내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안이 비치는 망사재질이라서 안쪽의 피부와 팬티가 그대로 드러난다. 오히려 가리지 않는 것보다 더 야한 느낌이다.
팬티 역시
‘티팬티...’
아내가 착용한 팬티는 보지둔턱의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적은 면적의 티팬티였다. 심지어 그 작은 면적도 망사재질이라서 깨끗하게 민 보짓살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꼭 다문 핑크빛의 두 살덩이.
- 꿀꺽
아내의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인 잠옷에 잠시 동안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병주는
- 스르륵
본래의 목적을 위해서 슬립을 배 아래쪽으로 당겨 서진아의 가슴을 꺼낸다.
- 출렁
누워 있으면 옆으로 퍼져서 작아질 법도 한데 그 존재감을 잃지 않는 서진아의 가슴. 푸딩처럼 부드러운 살결과 중앙에 소담스럽게 매달려 있는 핑크빛 유두. 투명한 피부 때문인지 무드등이 비추는 불빛에 가슴의 실핏줄까지 훤히 드러난다.
가슴 하나로 결혼까지 했을 정도로 아내의 가슴은 정말 예술작품 같았다.
“으으음...”
‘히익!’
- 후다닥
서진아가 뒤척거리자 이병주는 재빨리 누워 잠든 척을 한다.
“으음...”
그러나 다행히 아내는 깨지 않고 잠꼬대만 할 뿐이었다.
“휴우...”
- 찰칵
그렇게 아내의 맨가슴을 촬영하는 이병주. 그 상태로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현우에게 사진을 전송한다.
- 이제 됐냐?
- 뭐야 누구 가슴인데? 얼굴도 안 나왔는데 어케 앎? 얼굴이랑 가슴 같이 나오게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
“하아...”
현우의 답장에 이병주는 다시 아내의 잠든 얼굴과 맨가슴을 함께 10초가량의 동영상으로 촬영해 메신저로 보낸다.
- 와우... 역시 예상대로 가슴은 진짜 예술이네. 핑두 보소.
- 이제 진짜로 됐지?
- 무슨 소리야? 가슴은 너도 다 봤잖아. 이제 쌤쌤이지.
- 섹스하는 거 보여 달라면서 가슴가지고 퉁 치기엔 너무 노양심 아니냐?
- 엉덩이도 빨리 찍어서 보여줘바
“하아...이 개새끼...”
계속해서 현우의 농간에 놀아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미 아내의 가슴 동영상까지 전송한 마당에 이병주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는 살짝 서진아를 엎드리게 해서 망사재질의 원피스형 슬립을 위로 젖힌다.
사실 아내의 엉덩이를 현우에게 보여주는 게 꺼려지는 이유는 서진아가 최근에 엉덩이 바로 위에 새긴 음탕한 날개모양의 핑크색 문신 때문이었다.
예전에 원정녀라고 일본에서 몸을 팔던 한국 창녀들이 했을 법한 문신을 한 자신의 아내. 아무리 자신을 위해 했다고 이런 저급한 문신을 새긴 아내의 알몸을 현우에게 보여주긴 싫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는 이병주는 결국 음탕한 문신과 야릇한 티팬티를 착용한 아내의 엉덩이를 촬영한 영상을 현우에게 전송한다. 찍는 자신이 봐도 정말이지 음탕한 뒤태였다.
- 와 미친 문신 저거 레알임? 제수씨 존나 청순해 보이더니 우리 지나보다 더 야하잖아? 개꼴린다. 시발
아내를 평가하는 현우의 저급한 말에 부르르 손이 떨리는 이병주. 비록 현우의 여친인 김지나의 섹스를 관람하기위해 아내의 알몸 동영상을 보내곤 있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 그런 말 하지마라 진짜
- 어 화났구나? 미안미안 근데 중요한 걸 안 보냈어. 거기까지 전부 보내줘야지
- 거기?
- 알잖아 병주야
- 너 정말 거...거기까지 해야겠어 정말?
- 야 너도 지나랑 나랑 섹스하는거 보면 보지도 다 볼 꺼 아냐? 난 동영상으로 보겠다는데 그것도 못해?
- ...
- 여기서 그냥 끝낼까?
- 아냐... 보낼게
- 그래. 보짓살 벌려서 안쪽까지 나오게 보내라 그래야 인정해준다.
“...”
결국 마지막까지 전부 요구하는 현우.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업무시스템의 감정 증폭 때문인지, 아니면 [멘탈]이 무너져서 인지 이병주는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지 못했다.
“하아...”
아내의 허벅지 사이의 보지를 촬영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양쪽 다리를 벌린다. 티팬티까지 옆으로 젖히자 매끈하게 음모가 정리된 보짓살이 드러난다.
- 쯔어억
현우의 지시대로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보짓살을 벌리는 이병주. 핑크빛의 속살이 수줍게 밖으로 드러난다. 한 손으로는 보짓살을 벌리고 나머지 손으로는 그 절경을 촬영하는데
‘엇!’
그런데 놀랍게도 이미 흥건하게 애액으로 적셔진 아내의 보지. 질질 흐른 애액이 병주의 손가락에 묻어 끈적하게 투명한 실선을 만들어 낸다. 그때
“여보.”
“으아악!!!”
귓가에 울리는 아내의 목소리에 이병주는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른다.
“당신...지금 뭐...뭐 하는 거에요?”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가슴에 엉덩이 그리고 팬티까지 젖히고 예민한 속살까지 벌려댄 탓일까? 잠에서 깨어난 서진아의 목소리는 마치 이병주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들린다.
“그...그게..”
“지...지금 설마... 제 몸을 촬영한 거에요?”
병주에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본 서진아는 평소에 나긋나긋하고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와는 전혀 다르게 싸늘한 어투로 그를 추궁한다.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화가 나면 무섭다더니,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내...내가 요즘 잘 안되잖아? 그래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일단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핑계를 대는 병주. 당연히 아내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아무리 부부사이지만 병주씨... 이거 범죄에요. 저 정말... 병주씨한테 실망했어요...”
망사재질의 슬립을 정돈하며 이병주가 노출시킨 자신의 몸을 가리는 서진아. 그러나 속이 훤히 비치는 재질 때문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남자였다면 더욱 흥분했을지도?
“흑...흐윽...”
그리고 울먹거리기 까지 하는 서진아
“그...그게 미안해... 진아야...”
“됐어요! 저 병주씨랑 이제 같은 침대에서 못 잘 것 같아요... 병주씨에게 너무 실망했어요. 그리고 또 이런 행동을 할까 봐 무서워요.”
“아냐... 진아야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그만! 그만하고 나가서 주무세요.”
부부의 침실에서 축객령을 내리는 서진아. 단호한 그녀의 표정에서 더 이상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아...미안해...”
이병주는 더 이상 변명을 하지 못하고 거실 쇼파에 몸을 눕힌다. 정말이지 되는 게 하나 없는 최악의 날이었다.
“휴우우...”
다행이라면 아내에게 걸리기 직전까지 촬영한 영상을 현우에게 발송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자도 아니고 자신의 아내의 알몸을 직접 찍어 모조리 다른 남자에게 발송했지만 병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것으로 현우와 김지나의 섹스 장면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병주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다시 자신의 성기능 문제가 해결되면, 오늘과 같이 사소한 부부사이의 문제들은 모두 해결될 것이다.
이병주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