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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화 >





- 여보!



- 당신...지금 뭐...뭐 하는 거에요?



- 그게 아니라...



- 그만! 그만하고 나가욧!



“큭큭큭큭...”



“하아하아... 아... 너무 웃어서 눈물 날 것 같네.”



현우는 이병주가 보낸 동영상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다가 마지막으로 전송된 파일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어댄다.



화면에는 잠이 든 서진아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벌리고 촉촉이 젖은 그녀의 핑크빛 보짓살을 손가락으로 벌리는 이병주의 모습이 보인다.



‘저 슬립과 티팬티도 항상 착용하라고 지시 했었는데 잘 하고 있잖아?’



가슴부분이 깊게 파인 망사재질의 검정색 슬립은 젖꼭지와 속살이 그대로 노출되어 오히려 입지 않은 것 보다 더 야릇한 느낌을 준다.



중요부분만 간신히 덮는 티팬티 역시 음모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된 보짓살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브라질리언 왁싱부터 티팬티, 슬립까지 모두 현우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었고, 자신을 만나지 않는 날에도 항상 착용하라고 서진아에게 지시 했었다.



현우가 그녀에게 시켰을 때는 별다른 의도는 없었고, 밤마다 야릇한 슬립을 입은 아내를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발기부전의 남편을 자극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이병주는 [멘탈]도 무너지고 자신의 아내인지도 모르는 김지나에게 [집착]까지 보이며 현우에게 완전히 휘둘러지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나비효과 지리네.’



가뜩이나 업무시스템으로 증폭한 자신의 성기능에 대한 [절망] 때문에 자격지심이 가득 차 있던 이병주는 밤마다 아내의 야릇한 옷차림에서 무언의 압박을 받으며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업무시스템을 통해 한 사람의 심리를 조작하는 현우의 행동은 이렇듯 종종 예상치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제법 무서운 표정으로 화도 낼 줄 알잖아?”



평소에도 항상 나긋나긋한 말투의 서진아를 보면 도저히 화를 내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러나 오늘 동영상으로 보니 또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앞으로 한동안 거실에서 자야겠네? 큭큭큭”



이병주가 편집도 하지 않고 보낸 마지막 동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보는 현우.



아내의 보짓살을 살짝 벌렸을 때 예상치도 못하게 축축하게 젖은 애액에 흠칫 놀라는 이병주, 몰래 몸을 찍은 남편에 대한 분노가 담긴 서진아의 표정, 당황했는지 멍청한 핑계를 대는 이병주까지. 뭐 하나 거를게 없는 빵빵 터지는 타선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아내의 나체를 직접 찍어 보내는 남편이라니... 서진아는 따먹고 싶을 때마다 불러서 박아댄 현우였지만 이건 또 색다른 흥분을 준다. 병주의 영상 덕분에 빳빳하게 선 현우의 자지.



‘내일은 칭찬 좀 해줘야겠는 걸?’



기대도 안했는데 자신의 지시를 잘 지키고 있는 서진아가 조금은 대견스럽다. 그리고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자신이 업무시스템으로 강화시킨 감정 때문에 매일 밤 뜨거운 몸을 허벅지만 비벼가며 달랬을 그녀.



현우는 발기부전의 남편 대신 자신의 커다란 자지로 뜨겁게 달아오른 서진아를 기절할 때까지 마구 따먹어 주기로 한다. 그것이 현우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었다.



* * *



“야 이현우. 어제 진짜 니가 시킨대로 다 했다... 약속은 확실히 지키는 거지?”



침실에서 쫓겨난 이병주는 밤새 한숨도 못 잤는지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현우를 바라본다.



“큭큭큭... 아 물론 잘 봤지. 걱정마라. 조만간 일정 잡아서 알려줄게.”



“그래...꼭 약속 지켜라.”



이병주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김지나와 이현우의 섹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우의 승낙에 기뻐해야 하는데 이병주는 갑자기



아내에게 실망감만 가득 안겨주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아냐!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꼭 극복해야지 병주야!’



자신 외에는 어떤 남자에게도 알몸을 보인 적이 없는 순수한 도화지 같은 아내를 더럽혀가며 얻은 천금 같은 기회였다.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발기부전을 극복하고자 마음먹으며 이병주는 사무실로 복귀한다.



* * *



- 부우웅



“가즈아~”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과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그야말로 휴가를 떠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날씨까지 이렇게 완벽하다니. 아직은 새 차인 자신의 SUV를 운전하는 현우는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



그러나 조수석에 앉은 서진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팀장 최고은이 마음껏 휴가를 쓰라고 선언한 덕분에 현우는 아무런 부담 없이 토일을 낀 금요일과 월요일 이틀을 자신의 연차에서 사용했다.



- 이대리. 4일 동안이나 뭘 하려구요?



쿨한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휴가지를 물어보던 최고은. 요 몇 주 동안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던 현우가 최근 며칠 자신에게 소홀해지자 조금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 팀장님. 원래 개인적인 휴가 사유는 휴가신청서에 기재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만?



- 크음... 기간이 기니까 무슨 일이 수도 있잖아요? 팀... 팀장으로서 그 정도도 못 물어보나요?



괜히 찔리는지 어울리지 않게 더듬거리는 최고은.



- 부모님 댁에 오래 못가서 효도 좀 하고 오려고 합니다.



- 아... 그럼 잘 갔다가 와요. 이대리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는 현우의 핑계에 그제야 이마에 주름을 펴고 시원하게 휴가를 승인해 준 최고은이었다.



갔다 와서 귀여운 팀장과 놀아주기로 하고 현우는 당장에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서진아에게 관심을 돌린다.



“챙기라는 건 빠짐없이 다 챙겼지?



강릉에 위치한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



여름 휴가시즌도 아닌데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초에 쓰기에는 3박4일의 일정은 제법 긴 편이었다.



서진아 역시 현우의 지시에 못 이겨 팀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를 사용했다. 남편에게는 적당히 친구들과 기분전환 겸 여행을 간다고 핑계를 댔다. 최근 사이가 좋지 않아 이병주는 그녀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남편이 분명 자신에게 잘못은 하긴 했지만 쇼파에서 새우처럼 구부리고 잠에 든 모습을 보면 서진아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거짓말까지 한 탓에 죄책감 역시 느껴졌다.



“네... 다 챙겼어요.”



3박4일 동안 입을 옷과 신발은 물론 속옷까지 전부 하나하나 골라 준비시킨 시킨 현우. 캐리어에 넣은 그 옷들을 생각하자 서진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다.



‘정...정말 그것들을 입으라는 거야?’



이병주 몰래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옷들은 혹시나 들킬까봐 장롱 구석에 꽁꽁 숨겨놔야만 했다. 그 정도로 평소에는 절대 입을 수 없을 정도의 의상들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브래지어가 그대로 보이는 얇은 시스루 크롭티와 허벅지는 물론 엉덩이 밑살까지 살짝살짝 보이는 초미니 핫팬츠를 입은 상태였다.



브래지어 역시 일반적인 시스루 의상을 입을 때 착용하는 평범한 모양이 아니라 레이스와 망사재질이 섞인 그야말로 야한 란제리였다. 심지어 컵 사이즈도 조금 작아서 인지 윗가슴이 평소보다 더 노출되어 상체라도 숙이면 가슴이 그대로 쏟아질 것만 같다.



‘분명 이대리님은 시스루 복장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틀림없어.’



보일 듯 말 듯 살짝살짝 속옷이 보이는 게 일반적인 시스루 코디인데, 지금 자신의 차림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야릇한 브래지어와 윗가슴을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가슴만 문제는 아니었다. 짧은 크롭티의 기장 때문에 배꼽은 물론 복부 대부분이 드러났고, 조금만 더 짧으면 팬티라고 해도 믿을 법한 핫팬츠는 몸이라도 숙이면 엉덩이까지 전부 드러날 것 같았다.



‘싫어어...’



이대리님의 차량에 탑승하기 전부터 남자들은 물론 여자와 어린이, 노인들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자신의 몸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뒤에서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 서진아는 그것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지금까지 현우의 지시에 따라 야릇한 오피스룩이나 나이트클럽 복장을 입기도 했었지만 오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조수석에 앉아서도 계속 몸을 가리려고 뒤척거려 보지만 입은 옷이 워낙 천이 없다보니 손을 올려 가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가디건이라도 있었으면...’



당연히 서진아에게 몸을 가릴 다른 옷은 허락하지 않는 현우. 그녀의 얼굴이 어두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밝은 갈색머리의 가발과 짙은 화장 덕분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수치심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두 시간 반 정도를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왔을까? 드디어 차량은 목적지인 경포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와아아...”



현우의 손에 억지로 끌려온 서진아였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탁 트인 모래사장을 보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6월초. 강릉 경포대의 기온은 30도 안팎에 머물렀지만 바닷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우리도 놀아야지.”



“네? 네에...”



현우는 모래사장의 파라솔이 모여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한쪽에 꽂혀 있는 빈 파라솔을 하나 빌린다.



“안 갈아입을 거야? 수영복?”



“지...지금요?”



현우가 준비시킨 수영복을 떠올린 서진아는 설마 인파가 이렇게 많은 이곳에서 그걸 입힐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화들짝 놀란다.



“당연히 지금 입어야지.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입지 다른데 입을 곳이 있어?”



파라솔 아래 그늘에 앉아 능글맞게 웃는 현우. 그러나 서진아는 알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지시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말이다.



“저기 탈의실 있네. 갈아입고 와.”



“네에...”



결국 서진아는 캐리어에서 수영복을 꺼내 탈의실로 이동한다.



* * *



“와...오우야”

“워우...”

“미춌다...”



해수욕장 한 곳에 마련된 작은 간이 탈의실에서 비키니로 환복한 서진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남성들의 시선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인 채 모래사장만 바라보며 현우가 있는 파라솔 쪽으로 걸어온다.



가슴라인이 깊게 파인 모노키니는 서진아의 풍만한 가슴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리고 등과 허리, 엉덩이에는 거미줄처럼 얇은 끈 여러 개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골반에는 끈으로 수영복 팬티 부분을 묶어놓았는데 그 나비모양의 매듭마저 섹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중요 부위만 가리는 노출이 많은 마이크로 비키니도 충분히 섹시한 그녀의 몸매를 드러낼 수 있었겠지만, 보다 더 남자들을 미치게 하는 것은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진아의 모노키니는 여기저기 묶여있는 끈들을 풀러버리고 싶은 남성들의 욕구를 최대로 자극하고 있었다.



‘죽고 싶어어...’



수영복 위로 가릴 가운하나 허락하지 않은 현우 때문에 서진아의 몸은 오직 끈으로 묶인 모노키니만이 입혀져 있었다.



- 휘익



“잠깐만요!”



그 때 누군가 거칠게 자신의 손목을 낚아챈다.



“와아 몸매 진짜 좋으시다. 오늘 저희랑 같이 놀래요?”



피부를 짙게 태딩한 근육질의 남성이 그녀를 위아래도 대놓고 훑으며 작업을 건다.



“일...일행이 있어서 죄송해요...”



“아... 잠깐만요.. 잠깐... 아 씨바... 존나 비싸게 구네.”



그래도 저번에 나이트에서 이런 헌팅을 겪어본 탓일까? 서진아는 태닝남의 손을 뿌리치고 뒤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 뒤로도 서진아는 열 발자국을 옮기지 못하고 한 번씩 남성들의 헌팅을 당해야만 했지만 결국 무사히 현우가 앉아있는 파라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늘 경포대 해변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한 번씩 그녀의 몸을 훑거나 집적거린 듯 했다.



현우의 지시 때문에 입었지만 도저히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남편도 있는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둘이서 바다로 놀러와 이런 야한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다니. 아무리 밉다고 해도 집에 있을 이병주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다.



“어 왔어?”



그러나 파라솔 아래 앉아있는 현우 역시 해변가의 남성들처럼 자신을 음흉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서진아는 눈빛에서 자신에게 닥칠 불운을 예상했는지, 커다란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녀의 마음도 모르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