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 하응...흐으응...하윽...
“개새끼...개새끼...”
해변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경포대에 위치한 5성급 호텔. 그 중에서도 탑층에만 위치한 몇 없는 스위트룸을 잡은 이병주.
그는 안락한 스위트룸을 놔두고 발코니 한쪽에 쭈그려 앉아 계속해서 현우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이러려고 하루에 60만원짜리 스위트룸을 잡았나...”
3박을 했으니까 200만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그동안 모아놨던 비상금을 몽땅 털어 넣은 병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현우와 꾸민 원래의 계획은 이러했다. 호텔 탑층에 있는 스위트룸 중에서도 가장 끝 쪽의 방을 현우가 예매하고, 그 옆방을 자신이 예약한다. 그렇게 된다면 현우가 테라스에서 뭔 짓을 하든 이병주의 방 외에는 다른 투숙객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렇게 발코니에서 섹스하는 광경을 자신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한 이현우였다. 그러나 자지러지는 김지나의 신음소리는 몇 시간째 들려오는데 도통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이현우.
언제 두 사람이 발코니로 나올지 몰라 몇 시간째 계속 대기하는 이병주로서는 충분히 열이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 언제 나와?
- 야
- 야 이현우
- 대답하라고!
“하아...”
무슨 불침번 경계근무도 아니고, 심지어 교대시간이 지나도 한참이나 지났다.
“개새끼...무슨 밤새도록 하냐...”
부러웠다. 자신도 분명 어디 가서 밤기술로 꿀리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발기부전을 해결하기 위해 관음증 환자처럼 다른 커플의 행위를 엿봐야 한다.
지독한 현타가 밀려온다.
- 드르륵
그때였다. 현우와 김지나가 투숙하고 있는 객실 쪽에서 창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시...시러요... 누가...보기라도...하면...하읏... 움직...이면서...흐읏... 넣으며언...”
현우의 파트너인 김지나의 달뜬 목소리가 발코니 쪽에서 들린다. 다른 투숙객이 듣기라도 할까봐 신음소리를 최대한 참아보지만, 이 순간만을 위해 쭈그려 앉아있던 병주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 내가 이 정도까지 했는데, 약속을 지켜야지.’
“어? 뭔가...”
병주가 직접적으로 김지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오늘 처음이었다. 나이트에서는 너무 시끄러운 탓에 현우와 귓속말을 했었고, 공원에서 펠라를 할 때는 말없이 자지만을 빨았을 뿐이었다.
‘뭔가 익숙한데...’
불쾌하게도 그녀를 볼 때마다 자꾸만 사랑스러운 아내가 떠오른다. 풍만한 가슴도 그랬고, 이번에 목소리도 그렇다.
‘말도 안 되지... 뭔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냐? 이병주.’
항상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 하던 아내가 이렇게 천박하게 달뜬 신음소리를 내뱉을 리가 없다. 지금껏 함께 살면서 아내에게서 단 한 번도 저런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괜한 생각을 지워버린 병주는 두 객실 발코니 사이에 놓인 칸막이 앞에 의자를 놓고, 그 위로 올라가 고개를 내밀어 현우의 발코니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불. 시바 불을 켜라고.’
그러나 짙은 어둠 때문에 김지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 쩌걱쩌걱
“하읏...흑...제...제바알... 누가 보면...하윽...”
상상력을 자극하는 살과 살이 부딪치는 찰진 사운드와 야외에서 정사가 부끄러운지 연신 애원하는 김지나의 신음 섞인 목소리만이 들린다.
발코니에 있는 조명 하나만 켜면 해결되는데, 현우는 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젠장...스위치...스위치 하나만 올리면 되는데.’
그렇게 이병주는 어둠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신음소리 외에는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그 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객실로 들어가자 사라졌다.
- 하응...흐흣...아아아앙...
밤새도록 옆 객실에서는 김지나의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하아...”
발코니에 쪼그려 앉은 이병주의 얼굴은 짜증과 분노로 잔뜩 구겨져 있었다.
* * *
“발코니에 불을 안 켜면 어떻게 보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옆 객실에 현우를 호출한 이병주는 잔뜩 독기가 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으르렁거린다. 붉게 충혈된 눈과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아마도 밤을 꼬박 샌 듯하다.
“허허... 단계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한 번에 하냐고. 그렇게 무리하다가 싫다고 집에 가버리면 어쩌려구. 안 그래?”
“...”
“병주야. 너무 안달 좀 내지마. 그래서 3박을 잡은 거 아냐. 어제 적당히 빌드업 했으니까 오늘은 발코니를 환하게 하고 할 수 있을 거야? 오케이?”
“하아... 알겠어...”
현우에 말에 딱히 반박할 것이 없는 이병주는 이내 꼬리를 만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성에 개방적인 성격처럼 보여도 현우와 김지나가 사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노출증이 있지 않고서야 다짜고짜 야외섹스를 할 이유가 없다. 그의 말대로 적당히 어르고 달랠 빌드업이 필요했다.
“오늘은 일정이 어떻게 되는데?”
“큭큭큭 어제 밤새 못 들었냐? 새벽까지 박아대다가 기절하듯 잠들었다고.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쉬어야 할 거 같다.”
“그럼 저녁때나 돼서 하겠네?”
“그래 그러니 너도 좀 쉬어.”
- 철컥
잔뜩 흥분한 이병주를 달랜 현우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객실로 들어온다.
‘큭큭큭 병신.’
사실 [주종관계]의 서진아와 발코니를 환히 밝힌 채 야외섹스를 하는 것은 현우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종도]가 조금 깎이겠지만 그녀를 몇 번 따먹는 것으로 금방 복구가 가능하다.
그것은 단순한 장난이었다. 자신의 아내인 줄도 모르는 김지나의 섹스장면을 보기 위해 혼자서 옆 경포대까지 따라온 이병주. 마지막까지 애간장을 녹인 뒤에 보여줄 생각이다.
“으으음...”
침대에서 잠이 든 서진아가 뒤척거린다. 스위트룸의 침실은 그야말로 폭풍이 휩쓸고 간 듯 했다. 현우와 서진아가 입고 있던 옷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고, 이불과 배게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테이블 위, 쇼파 가릴 것 없이 장소를 옮겨가며 몸을 섞은 탓에 곳곳에 말라비틀어진 허연 정액과 서진아의 애액, 두 사람의 타액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
물론 새벽까지 현우의 지치지 않은 [정력]을 혼자서 받아내야 했던 서진아의 몸은 말이 아니었다.
착용했던 갈색가발은 진즉에 벗겨져 카펫에서 뒹굴고 있었고, 몸에는 부카케라도 당한 듯 멀끔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현우의 정액이 달라붙어 있었다.
목덜미, 가슴, 복부, 허벅지 할 것 없이 적나라한 키스마크와 벌건 손자국들이 비키니자국을 제외하고 건강미 넘치게 태닝된 그녀의 피부를 더럽혀 놓았다.
- 꿀럭
매끈하게 음모가 정돈된 앙증맞은 보짓살 역시 영원히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제멋대로 마구 벌어져 지금까지도 계속 현우의 끈적한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좀 심했나?”
정력수치를 8로 올린 뒤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본 현우는 야릇하다 못해 처참하게 범해진 서진아를 보고 조금 죄책감을 느낀다.
‘사정을 8번인가 했나?’
5번을 넘어서는 재대로 말도 못하고 동공이 풀린 채 헐떡거리던 서진아였다.
사실 현우도 핑계거리가 있었는데 태닝된 피부색과 대조적으로 하얗게 남은 야릇한 비키니 자국은 적당히 하고 말 정도가 아니었다. 뒷골반에 새겨진 타투 위에 덧씌운 검정색 나비문양의 헤나도 현우를 꼴릿하게 하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아...어제 밤 생각하니까 또 꼴리네.’
몇 시간 휴식을 취하지 않았지만 곧바로 빳빳하게 고개를 드는 현우의 자지. 그러나 서진아를 더 괴롭히다가는 완전히 실신할 지도 몰라 저녁까지는 쉬게 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날 밤. 이병주와 한 약속대로 현우는 약속대로 발코니의 등을 켰다. 그러나 달뜬 김지나의 신음소리는 들렸지만 두 사람은 발코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새벽까지 헐떡거리는 소리가 벽을 타고 이병주의 귓가에 전달되었다. 그는 첫날밤과 마찬가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3일째 밤. 다시 발코니의 불이 환하게 주변을 밝힌다.
- 드르륵
하얀 샤워가운을 두른 두 사람이 마침내 발코니로 모습을 드러냈다. 반쯤 포기상태로 칸막이 너머를 지켜보던 이병주의 눈빛이 살아난다.
‘드...드디어...’
* * *
‘피곤해애....’
이틀 내내 현우에게 한계까지 박혀댄 서진아는 아직도 서 있는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마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물론 발가락 끝까지 저릿저릿하게 힘이 들어간 탓이였다.
‘몇 번인지도 모르겠어...’
20번 정도까지는 절정을 느낄 때마다 카운트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절하듯 잠든 후 눈을 떠보니 컴컴한 저녁이었다. 해가 뜨기 직전에 잠이 들어서 잠에서 깨니 다시 어두운 밤. 시간관념이 희미해짐을 느낀다.
“준비하라고 한건 다 했어?”
“네에... 이대리님.”
하루 종일 호텔의 스위트룸에만 머물고 있는데, 갈색가발과 짙은 화장을 지시하는 현우. 정확한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지만 그의 취향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서진아였다.
“그럼 벗어봐.”
“여... 여기서요?”
밖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스위트룸의 발코니는 환한 조명으로 대낮처럼 밝았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불안한지 서진아는 몸에 걸친 샤워가운을 꼬옥 두 손으로 움켜쥔다.
“그래. 여기서.”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현우의 명령을 절대적이었다.
[사용자 서진아의 복종도가 1 감소합니다.]
떨어지는 서진아의 [복종도]. 그러나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하락에 불과했다.
- 투툭
서진아의 몸을 감싸던 샤워가운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으읏...”
초여름이지만 차가운 밤바람이 그녀의 몸을 스친다.
서진아의 몸에는 잠자리날개처럼 얇은, 속이 전부 비치는 망사슬립 만이 걸쳐져 있었다. 그 슬립조차도 가슴아래 부분부터 양쪽으로 오픈된 구조였는데, 바닷바람에 흩날리며 적나라하게 매끈한 복부와 맨들맨들하게 음모 하나 없는 보짓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두 손으로 망사슬립을 붙잡아보려 하지만 매정하게도 서진아의 손에 잡히지 않는 슬립.
“하읏...”
아무리 가발과 짙은 화장을 했다지만, 밖에서 자신의 알몸이 노출되자 서진아의 얼굴은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다.
- 추웁
그녀가 당황하든 말든 현우는 빨간 틴트가 발려있는 먹음직스러운 입술을 거침없이 탐한다.
- 몰캉몰캉
그와 동시에 얇은 슬립 위로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고 떡 주무르듯 손 안에서 마구 희롱하는 현우의 오른손. 나머지 손은 쉬지 않고 오픈슬립 아래로 드러난 매끈한 보지둔덕을 비벼댄다.
“우웃...흐으음...”
이틀간 수없이 그에게 범해진 서진아의 육체였지만 놀랍게도 현우의 애무에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다.
‘밖에선...실어어...싫은데...’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현우의 손 안에서 흥분되는 음란한 자신의 몸뚱아리가 서진아는 저주스러웠다. 그러나 이미 가랑이 사이에서는 끈적하고 투명한 애액을 칠칠치 못하게 흘려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충분히 달아올랐음을 확인한 현우는 발코니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갑자기 애무가 멈추자 서진아는 어쩔 줄 몰라 멍하니 현우를 쳐다본다.
“뭐에 위에 올라오지 않고.”
현우의 자지는 역시나 빳빳하게 고개를 든 채였다. 남성의 위에 올라타는 대면좌위는 여자가 더 섹스에 적극적인 모습이라 수치스러웠지만, 현우의 명령에 서진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몸 위로 올라탄다.
“아니 뒤 돌아서 올라와.”
“네? 네에...”
그러나 더 나아가 현우는 더욱더 수치스러운 자세를 서진아에게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내밀어 스스로 현우의 자지에 애액으로 질척거리는 보짓살을 가져다 대는 서진아.
- 푸우욱
“흐으읏...”
보짓살이 잔뜩 벌어지며 간신히 그의 자지를 받아드린다.
“——!”
“히이익!”
그러나 그 자세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현우는 양 손으로 서진아의 허벅지를 쫘악 벌린다. 다리가 양쪽으로 벌어진 탓에 자지를 받아드리는 그녀의 보짓살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배면좌위였다.
‘부...부끄러워...’
발코니인 탓에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현우는 자신의 가랑이를 가장 잘 보이게 하는 부끄러운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녀에 귓가에 속삭인다.
“놀라지 말고, 저쪽을 봐.”
그의 말에 서진아의 가슴이 순간 철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