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보기
< 102화 >





“으으...음...”



‘손 하나 까딱 못하겠어...’



연속으로 3일 내내 현우에게 괴롭힘당한 탓에 서진아의 몸은 젖은 솜처럼 축축 늘어진다.



그러나 침대로 비추는 햇볕 때문에 잠에서 깬 그녀는 알고 싶지 않은 어제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벌떡



“그...그이는 어떻게 됐어요?”



어제 남편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서진아는 남편의 안부를 묻는다.



“뭘 어떻게 돼? 옆방에서 잘 쉬고 있지.”



먼저 잠에서 깬 현우가 옆에서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하아...”



‘다행이야...’



“그럼...혹시... 여행 내내 병주씨가 저흴 따라다녔나요?”



“맞아. 그게 이병주의 조건이었으니까.”



“...”



서진아는 현우의 지시였지만 끈만으로 된 야릇한 모노키니를 입고 해변을 거닐었다. 그의 타액까지 받아먹으며 진한 키스를 나눴고, 모래사장에 엎드려 태닝오일을 발라준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온몸을 희롱당했다.



그 모든 장면을 봤을 자신의 남편.



“아!”



그 사람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남자. 바지 아래로 빳빳하게 자지를 세우던 남성이 이병주임을 서진아는 깨닫는다.



‘그렇게... 흥분했어요? 병주씨?’



정상적인 부부관계도 갖지 못하면서, 다른 여자로 분장한 자신의 몸에는 그토록 흥분을 느끼다니. 서진아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동시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지난밤 허벅지를 쫙 벌린 채, 자신의 보지에 현우의 자지가 들락날락거리는 적나라한 모습까지 모두 봤을 이병주.



만약 현우와 온갖 변태 같은 행위를 하며 붙어먹는 여자가 김지나가 아닌 자신의 아내라는 걸 알게 되면 남편은 무슨 반응을 보일까?



‘싫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서진아는 지난밤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후회와 지독한 죄책감에 좌절한다.



온몸에 낙인처럼 새겨진 격렬한 정사의 흔적들. 얼마나 빨아댔으면 젖가슴과 복부, 허벅지와 엉덩이에 멍이 든 것처럼 시커먼 입술 자국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마치 수십 명에게 동시에 겁탈이라도 당한 것만 같다.



“읏...”



아직도 보짓살은 수차례의 삽입 때문에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서진아가 움직일때마다 왈칵 쏟아지는 허연 정액이 그녀에게 불쾌한 감각을 선사한다.



‘한달...은 병주씨에게 보여줘선 안 되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느꼈던 극상의 쾌감.



현우와 잠자리를 가질 때도 그의 엄청난 정력에 항상 수차례나 절정을 느꼈던 서진아지만 남편 이병주의 욕망 어린 시선까지 받으며 느꼈던 쾌감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마약중독이 이런 기분일까? 이미 중독되어 버린 탓인지 몸은 완전히 탈진상태였지만 벌써 그때의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서진아는 생각한다.



‘미쳤어...정말’



자신의 그런 변화에 서진아는 큰 충격을 받는다. 완전히 일그러져 버린 자신의 성욕. 사랑하는 남편의 사랑과 정상적인 부부생활만으로도 행복했던 서진아였다.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는 서진아의 모습에 현우는 그제야 약간은 미안한 감정이 든다.



“크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괜찮아요...”



“하고 싶은게 없으면 옆방에 병주랑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안돼에! 안돼요! 그건 싫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생각해봐. 강릉까지 왔는데 짐승처럼 섹스만 하다 가는 것도 그렇잖아?”



원래 정말로 현우는 3일 동안 섹스만 하며 서진아의 [성향강화]를 시킬 생각이었지만, 어제 남편에 앞에서 그렇게 서진아를 박아댔는대도 [성향강화] 성공 메시지를 띄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냥 우울해진 그녀의 기분이나 풀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전...요트를 타고...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싶어요.”



* * *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중년의 선장은 선착장에서 요트의 돛을 올리며, 바다로 출항한다.



“저... 호텔도 그렇고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스위트룸 3일 숙박에 프라이빗 요트투어까지.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서진아도 잘 알고 있었다.



‘뭐 이 정도야.’



프라이빗 요트투어 한 시간 20만원. 3시간을 빌렸으니 60만원이다. 호텔 숙박비도 200만원 정도였지만 현우에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 이현우]

[월 추가급여 : 6,624,000원]



근로계약 – 금품제공으로 상당한 월 추가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급관리자]로 승급하면서 그 금액이 2배가 뻥튀기된 덕분에 쥐꼬리만 한 월급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현우였다.



지금까지 서진아에게 왁싱부터 옷, 타투, 숙소예약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현우로서는 뭐 한 번은 그녀에게 생색 정도는 낼 수 있었다.



쏴아아



금세 해변을 뒤로하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온 요트는 푸른 바다 위에서 잔잔하게 떠 있다.



“와아~”



요트 선미에 서서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는 서진아. 드넓게 동해바다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자신의 뒤틀려버린 성욕과 사랑하는 남편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다른 여자에게 집착하는 이병주. 현우와 자신의 야외섹스를 몰래 훔쳐보며 자위하던 그의 모습.



그 모든 자신의 고민들이 넓은 바다 앞에서는 참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남편과 자신에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던 서진아는 그 광경에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눈앞에 놓인 풍경을 즐긴다.



“호텔에만 계속 있는 것보단 훨씬 낫네.”



“네. 맞아요. 이대리님. 너무 좋아요.”



서진아의 기분이 풀린 것을 확인한 현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럼 할건 마저 해야지.’



“옷 안에 비키니는 잘 입고 있지?”



흠칫



“네에...”



잠시 평화를 즐기던 서진아는 현우의 음흉한 눈빛에 다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럼 겉옷 벗고 누워. 마저 태닝 해야지.”



첫날 해변에서 어느 정도 하긴 했지만 두 번은 해야 태닝도 더 오래간다. 현우는 요트 위에서 그녀의 피부를 다시 태닝 시키기로 한다.



금방 사라진다면 아쉬울 정도로 서진아의 건강미 넘치게 태닝된 피부 사이로 드러난 흰 비키니 자국은 현우를 꼴리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룻밤을 줄창 박아댈 정도였으니, 태닝자국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은 굉장했다.



- 스르륵



입고 있던 펑퍼짐한 원피스를 벗자, 여러 개의 얇은 끈으로 아찔하게 서진아의 몸을 감싼 모노키니가 드러난다.



“여기 누워봐. 태닝오일 발라줄게.”



“네에...”



엎드려 있는 서진아에게 태닝오일을 발라주는 현우. 천이 얼마 있지도 않은 모노키니건만 그 안쪽으로 태닝오일를 바르는 척 집요하게 가슴과 엉덩이 안쪽으로 손을 넣어 전신을 주물러댄다.



몰캉몰캉



3일 내내 만지고 비벼댄 그녀의 몸이었지만 그 촉감을 결코 질리지 않는다.



“하응...흥... 그마안... 이대리님... 봐요...저분이 본단말이에요...”



현우는 평소라면 중년의 요트 주인이 음흉하게 서진아를 훑는 것을 그냥 뒀겠지만 조금은 서진아의 기분을 배려해 주기로 한다. 아직은 어제 일의 충격이 남아있는 그녀다.



“잠깐 둘만 있게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쓰읍...”



대답은 하지만 내심 아쉬운지 요트주인은 연신 입맛을 다셔댄다. 그가 조타실로 들어가자 요트 위에는 둘만이 남게 된다. 한동안 서진아의 몸을 주무르며 감촉을 즐기던 현우도 이내 그녀 옆에 드러눕는다.



“이번 여행 어땠어?”



“이대리님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래도 어제는 기절할정도로 좋아보이던데?”



“아...아니에욧!”



부정하지만 서진아 역시 자신이 느꼈던 극상의 쾌감을 떠올리며 얼굴이 붉게 물든다. 어느새 뜨겁게 비추던 태양은 그녀의 얼굴처럼 붉게 물들며, 몸을 뉘이고 있었다.



“이대리님이... 지금까진 절 마음대로 하셨으니까...”



“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세요...”



한동안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어렵게 입을 뗀다.



“제 부탁은....”



그녀의 부탁을 말없이 듣고 있던 현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를 털어 내서인지, 여행 내내 따라다녔던 이병주가 따라오지 못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짙은 화장과 가발을 완전히 벗어 던진 서진아는 오랜만에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시원한 바람과 바다를 즐긴다.



해가 완전히 바다 위에서 사라지고, 다시 선착장으로 도착한 요트.



요트투어를 끝으로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강릉 여행은 끝이 났다.



* * *



“금요일, 월요일 휴가셨던데. 토일까지 껴서 4일 동안 어디 갔다오신거에요?”



4일이나 푸욱 쉬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하자 기다렸다는 듯 은설이 다가와 현우를 추궁한다. 반드시 그 이유를 듣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렬한 눈빛에서 드러난다.



“니...니가 나 휴가인지 어떻게 알아?”



“흥! 회사 하루이틀 다니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에 이대리님 사번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너...너너 그 인사 권한 함부로 검색해도 되냐? 인사팀도 아닌데.”



“이대리님! 말 돌리지 마시구요. 저 대답 아직 못 들었어요.”



‘얘는 꺾어놔도 꺾어도 금방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단 말이야.’



스팽킹은 물론, SNS 섹스영상 유출, 회식자리에서 바이브레이터로 괴롭히기, 개처럼 묶고 산책시키기, 안대 씌우고 구속하기 등 은설이 [진성M] 성향인 덕분에 다른 어떤 여직원보다도 더 하드한 플레이를 했던 현우였다.



자지만 박으면 꼼짝 못하고 앙앙거리면서, 또 며칠 뒤에는 금세 원래에 도도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으로 돌아온다.



‘뭐 그것도 매력인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확 풀이 죽은 은설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어쨌든 지금은 적당히 핑계를 대서 돌려보내야겠다.



“그냥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갔다 왔어.”



“부모님이랑 바닷가 가셨나봐요?”



“어...응... 잘 아네.”



찌릿



은설은 뚫어지게 현우의 얼굴을 쳐다본다.



“근데 얼굴이 좀 많이 탔내요? 이대리님.”



“해수욕을 했으니 당연하지...”



“그렇게 탈 정도면 몇 시간은 있어야 할텐데, 부모님과 얼굴이 까맣게 탈 정도 해수욕을 하셨군요. 이.대.리.님. 부모님이 정.말.로 체력들이 좋으신가봐요. 호호호호”



“...”



‘쓸데없이 예리한 년.’



몇 번에 추궁만으로 현우의 거짓말을 알아챈 은설은 잠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 저도 물놀이 좋아해요.”



그녀답지 않게 쥐죽은 듯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뭐?”



“나도 물놀이 좋아한다고!”



“읏... 알았으니까 조용히 말해.”



“칼리반베이 티켓을 갑.자.기 친구가 2장 선물로 줬어요.”



현우의 눈앞에 흰 봉투를 흔드는 은설. 봉투에는 ‘칼리반베이’의 로고가 박혀있다.



“...”



“생겼다구요. 2장. 네? 이대리님?”



“근데 뭐?”



“하아... 정말로...”



자존심을 구겨가며 현우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은설이었다. 그렇게나 남자들이 자신에게 질척거리던 것을 싫어하던 그녀였는데, 지금 누구보다도 더 현우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짜증나 진짜로!’



“자 봐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갔었다구요. 저.”



SNS에는 비키니를 입고 잘 관리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은설의 사진이 수없이 업로드 되어 있었다.



“보정도 하나 안 했다구요. 전부 다 몸매 좋다고 난리인데...”



실제로 꽤나 많은 좋아요와 칭찬일색의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딴 놈들이랑 간거 아냐?”



“아니라구요! 여자친구들이랑 갔거든요? 서로 몸매 관리해서 비키니 입고 놀자고 한거라구요!”



조금만 더 트집 잡으면 손에 든 스마트폰을 집어던질 것 같아 현우는



“알겠어. 가자 가.”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드린다.



“흥! 어차피 갈 거면서. 제가 세부일정은 깨톡으로 보내드릴게요.”



또각또각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은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서진아 부탁도 들어줘야 하는데...’



최고은도 그렇고, 은설, 서진아에, 박현민 문제도 처리해야 하는 김혜리까지.



업무시스템의 [업무지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바쁜 일정의 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