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으윽...”
지끈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병주는 침대에서 눈을 뜬다.
‘어제 어떻게 된 거지?’
자신의 신혼집으로 현우를 초대해 진아와 함께 저녁을 대접 했다. 같은 동기였지만 현우가 최근에 아내의 알몸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그로서는 썩 내키는 자리는 아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진아는 준비해 온 위스키를 꺼냈고, 연거푸 잔을 비워댄 병주였다.
‘분명...’
현우 옆에 딱 붙어 앉아 잔도 따라주고 안주도 먹여주던 아내의 애교 넘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다정하게 둘이 팔짱도 꼈던 거 같다.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지?’
적당히 취기가 오른 술자리였지만 두 사람의 스킨쉽은 병주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팔짱까지만 했겠지?’
그 뒤로는 알콜 때문에 기억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병주였다.
‘조심하라고 해야겠어.’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현우의 사생활은 꽤나 문란했다. 나이트에서 만나 곧장 원나잇을 하질 않나, 파트너인 김지나와의 섹스를 자신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모습까지. 분명 정상은 아니었다.
그런 이현우가 자신의 순진한 아내를 어떻게 물들일지 모른다. 병주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둘 사이의 조금 거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
“으음... 당신... 일어났어요?”
그때 병주 옆에 누워 있던 서진아가 눈을 뜬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아내의 나신.
‘헉!’
몰카 촬영 이후 서진아는 침대, 자신은 쇼파에서 따로 잠을 잤던 터라 이병주는 오랜만에 보는 아내의 알몸에 화들짝 놀란다.
끈처럼 얇은 수영복 자국이 건강미 넘치게 태닝된 피부와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대체 어떤 비키니를 입은 건지 그 라인이 아슬아슬하게 가슴과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다.
비키니 자국만이 아니다. 목덜미부터 풍만한 가슴, 복부와 허벅지까지 키스마크와 붉은 손자국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탐스러운 허벅지에 말라붙어 있는 허연 자국들. 분명 그것은 정액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격렬한 정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진아의 몸.
“어...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
“흐응... 다 아시면서 왜 물어봐요... 부끄럽게...”
“뭐?”
“어제에... 이대리님이 가시자마자... 그렇게 절... 가만히 두지 않으셨잖아요... 밤.새.도.록.”
자신의 알몸을 손으로 가려가며 얼굴을 붉히는 아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모양이다.
순수했던 그녀가 이제는 능청스럽게 연기까지 하며 남편에게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그래? 하하하하!”
식탁에서 위스키를 마신 뒤로 전혀 기억이 없는 이병주였지만, 자신 외에 누가 아내에게 이런 애정행위를 하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어댄다.
‘역시 효과가 있었던 게 분명해.’
돈과 시간, 아내와의 관계까지 위태롭게 만들며 현우커플을 쫓아간 강릉 여행. 이현우와 김지나의 질펀한 섹스를 감상하며, 무려 3번이나 자위를 했던 이병주였다. 더 이상 그에게 발기부전 따위는 없었다.
자신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었다면 아내의 저 모습도 충분히 납득이 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몸에 새겨진 흔적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병주.
‘근데 진아 몸이 이렇게 섹시했나?’
완벽한 모양의 참젖은 분명 이병주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잘록한 허리부터, 풍만하게 벌어지는 골반, 쭉 뻗은 탐스러운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도무지 시선을 땔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아니면 태닝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병주는 아내의 몸매를 감상하며, 불끈 자지에 힘이 들어간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아내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발기를 한 것이.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 덥썩
그는 아내의 팔목을 잡아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긴다. 휴일이겠다, 아침부터 부부관계를 갖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데
- 스르륵
자연스럽게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버리는 아내.
“병주씨... 다음... 다음에요.”
“어? 왜에? 진아야 아직... 나한테 기분이 안 풀린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어제 너무 격렬하게 해서 저... 힘들어요. 우리 다음에 해요. 네?”
그녀의 말에 병주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아내의 몸에 남겨진 자국들을 보건데 분명 격렬했던 밤이 분명했다. 진아가 피곤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그래. 다음에 하자 우리.”
“네... 그럼 아침 준비할게요. 병주씨.”
분명 성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기뻐해야 할 이병주인데,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멀어지는 아내의 모습에 뭔가 가슴 한 구석이 찜찜하다.
‘아오...’
물론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뒷골반에 새겨진 핑크빛 날개모양 문신과 아찔한 비키니 자국, 늘씬하게 뻗은 아내의 뒤태에 병주는 쓸 일도 없는 자지만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다.
* * *
“으음...”
신혼집에서 즐거운 금요일 저녁을 보낸 현우는 자취방 침대에 누워 휴일아침의 여유를 즐긴다.
[사용자 : 서진아]
[나이 : 25] [키 :166(+3)] [체중 : 48]
[체력 : 8/10] [매력 : 8(+1)/10] [성욕 : 10(+4)/10] [멘탈: 8/10]
[만족도 : 9/10] [복종도 : 10/10]
[성향 : 청순, 기품, 보수주의, 배덕(타락한 유부녀)]
[대상과의 관계 : 주종 관계]
[심리 메시지]
이병주에 대한 [사랑] - 증폭 활성화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배덕감 넘치는 섹스에 대한 [욕망]
‘어떻게 할까?’
업무시스템에서 서진아의 상태창을 분석하며, 현우는 고민을 한다.
[심리 메시지]에 남편에 대한 [죄책감] 대신 새로 생긴 섹스에 대한 [욕망]. 이것을 증폭시키면 더욱 꼴릿한 섹스를 그녀와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리 메시지 조작은 한 번에 두 개까지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증폭시켜 놓은 감정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나랑 하고 싶다는 [열망]을 빼?’
그것은 곤란했다. 자신에게 [호감]도 없는데, 정사에 대한 [열망]을 뺏다가는 자칫 인형처럼 감정 없는 섹스를 할 위험이 있었다.
‘그럼 이병주에 대한 [사랑]을?’
원래 남편에 대한 [사랑]을 강화시킨 이유는 자신에게 몸을 허락하면서도 죄책감에 고민하는 서진아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남편에게 술을 먹이고, 그 앞에서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서진아의 모습에서 죄책감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럼 이제는 필요 없겠네.’
현우는 서진아의 어제의 행동을 분석해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감정의 조작을 중단한다. 그리고 새로 생긴 그녀의 추접한 [욕망]을 강화한다.
[사용자 : 서진아]
[심리 메시지]
이병주에 대한 [사랑]
이현우와 정사에 대한 [열망] - 증폭 활성화
배덕감 넘치는 섹스에 대한 [욕망] - 증폭 활성화(New!)
“과연... 지금에 와서도 이병주에 대한 [사랑]이 유지될 수 있을까?”
어제 모습만 봐서는 조만간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성향]에 [청순], [기품], [보수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성적으로 타락하긴 했지만, 그녀의 타고난 성향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계속 남편과의 정신적인 사랑은 유지될 가능성도 있었다.
‘뭐 뭐든 난 상관없지만...’
완전히 타락해 버린다면 그것대로, 그렇지 않고 이병주와 계속 부부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현우가 아쉬운 것은 없었다. 각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즐기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서진아가 알아서 하겠지.”
귀찮은 생각은 접어두고 현우는 스케줄 없는 여유로운 주말을 좀 더 즐기기로 한다.
- 우우우웅
“아 또 뭐야?”
- 오늘 약속 까먹은 건 아니죠?
은설의 메시지가 없었다면 말이다.
* * *
주제도 모르고 이현우는 항상 약속시간에 늦었다.
게다가 헤어부터 메이크업, 코디까지 새벽부터 일어나 풀세팅을 한 자신과는 완전히 비교되었다. 언제나 편안한 복장에 머리도 감지 않아 모자를 대충 눌러 쓴 모습으로 나타나던 현우. 오늘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분명 또 까먹은 게 틀림없어.”
그런 주제에 약속시간까지 지키지 않는다. 그런 그의 불성실한 태도에 은설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거야 정말?’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자존심 상하게도 매달리는 쪽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 우우우웅
- 오늘 뭔 약속 했었나?
“으드득”
가뜩이나 더운 날씨인데 전신에 열이 화악 오른다.
- 오늘 분명
- 칼리반베이
- 가기로 했잖아요.
폭발 직전의 은설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스마트폰에 한자 한자 꾹꾹 눌러가며 메시지를 보낸다.
- 아!
“아? 아아라고?”
분명 현우는 자신과의 약속이 뭐였는지 지금 깨달았을 것이다.
- 우리집 앞으로 와.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 이대리님이 차가 있으시니까 이쪽으로 오시면...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숫자 1.
“정말이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으로 제멋대로인 남자였다.
도대체 이런 남자에게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가꾼 자신의 몸매를 보여줘야 하는가. 다른 남자들이라면 자신과 수영장에 가기 위해 새 차라도 뽑아왔을 터이다.
그러나 정말정말 자존심 상하지만 은설은 택시를 타고 현우의 집으로 향한다.
* * *
“어어~ 많이 기다렸어?”
“약속시간은 12시. 지금은 정확히 1시네요. 이.대.리.님”
“회사에서처럼 빡빡하게 왜 그래?
“하? 빡빡하게요?”
“자 언능 타. 늦었으니까 빨리 가야지.”
사과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뻔뻔한 현우의 태도에 은설은 어이가 없다.
“흥!”
- 콰앙
참고 참은 분노를 애꿎은 문짝에 화풀이 하는 은설. 덕분에 차문이 떨어질 듯 거칠게 닫힌다.
‘애도 참...’
현우는 몇 번이나 은설의 이 성질머리를 죽이려고 노력했지만, 앙앙거리면서 울고불고 해봐야 그 때 뿐이었다.
‘그래도 뭐... 선은 안 넘으니까.’
예전 같았으면 누구랑 바다에 놀러갔냐고 끝까지 추궁했을 질투의 화신 은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나아져서 그렇게는 하지 않고, 자기랑도 놀러가자고 앙탈을 부리는 정도다.
“그건 그렇고... 오늘 엄청 신경 썼네?”
어깨와 등이 시원하게 드러난 홀터넥 원피스를 입은 은설. 얇은 끈만으로 앞판과 연결된 탓에 늘씬한 그녀의 넥라인이 우아하게 강조된다. 또한 허리 라인은 타이트하게 잡아주면서 아래쪽의 치마는 A라인으로,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짧은 기장의 원피스였다.
확실히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몸매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늘씬한 각선미를 강조하면서도 허리라인을 꽉 조여 볼륨감까지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큰 키에도 불구하고 높은 하이힐까지. 다른 사람이 본다면 전문모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커다란 눈을 더욱 강조하는 마스카라와 아이라인. 적당한 쉐딩은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물론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 조금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흥! SNS에 올린 사진 찍으려고 입은거에요. 누가 이대리님한테 잘 보이려고 신경 쓴 줄 알아요?”
아직도 약속시간에 늦은 것에 화가 났는지 은설은 현우에게 차갑게 쏘아붙인다.
“하하하...”
평소 현우의 성질 같았으면 그대로 조수석에 앉은 은설에게 자신의 자지를 물리게 했을 테지만, 어제 서진아 신혼집에서의 환상적인 섹스와 성공적인 그녀의 [성향 강화] 덕분에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 정도의 츤츤거림은 충분히 봐 줄 수 있었다.
“...”
‘이사람... 뭔가 또... 꾸미는 걸까?’
은설은 평소와는 다른 현우의 너그러운(?) 태도에 뭔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말수가 줄어든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SUV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반베이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