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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





“으읏...흣...”



밤새 현우에게 보지는 물론이고 애널까지 스틱으로 마구 후벼진 탓에 은설은 부자연스럽게 쩔뚝거리며 호텔 로비를 빠져나간다.



언제나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며 패션모델처럼 당당하게 워킹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현우가 부축하지 않으면 혼자서 걷지 못할 정도였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지난밤 셀 수 없을 만큼 가버리면서, 허리와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 또각또각



항상 그녀가 착용하는 높은 하이힐 때문에 더욱 걷기가 어렵다.



“그러게 워터파크 오는데 힐은 왜 신고와?”



“이게 다... 이...이대리님 때문이잖아요.”



현우에게 툴툴거리지만 은설은 넘어질까 자신의 허리를 꽉 붙잡은 그의 손이 싫지만은 않다.



- 스으윽



그의 손이 엉덩이까지 내려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뭐...뭐해요! 사...사람들이 본다구요.”



질책에도 불구하고 현우의 손은 거침없이 짧은 기장의 원피스 치마 아래로 침입해 탄력 있는 그녀의 둔부를 주물러댄다. 티팬티를 입은 탓에 맨 엉덩이가 그대로 그의 손에 닿는다.



- 웅성웅성



두 사람이 묵었던 호텔은 워터파크 근처에 위치한 덕분에 가족단위의 투숙객이 많았다. 현우의 애정행각에 아줌마들의 곱지 못한 눈초리와 중년 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녀는 하체에 안간힘을 줘보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결국 현우의 손은 호텔을 빠져나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정말 끝까지... 그러실 거에요?”



간신히 호텔 밖으로 빠져나온 은설이 옆에서 투덜거리지만 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어제부터 계속 영정을 당한 SNS 계정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시바... 진짜 개 아깝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십만 단위까지 팔로워를 늘릴 수 있었는데, 공들여 키운 RPG게임의 캐릭터가 삭제당한 기분이다.



“차에 타기나 해.”



“흥!”



현우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은설은 토라졌는지



- 털썩



조수석에 거칠게 앉는다.



“히윽!”



그러나 곧바로 용수철처럼 다시 위로 튀어 오른다. 어제 처음 애널을 개통당한 탓인지 마치 치질환자처럼 엉덩이에서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푸훗”



그 모습에 현우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웃... 웃지말아요. 이대리님 때문이잖아요!”



빼액 소리를 질러대는 은설. 그러나 이내 어제의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 부우웅



옆자리에 안절부절 못하는 은설을 태우고 출발하는 현우의 차.



- 덜컹



“꺄아악!”



- 덜컹덜컹



“운전을... 꺄앗... 살살... 하읏!”



차가 흔들릴 때마다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그녀는 비명을 질러댄다.



그런 은설의 반응에 재미가 들렸는지 현우는 일부러 방지턱을 더욱 거칠게 넘으며 엑셀을 꽈악 밟아댄다.



- 덜컹덜컹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위아래로 마구 출렁거리는 현우의 SUV. 그의 난폭한 운전 때문에 은설은 도착할 때까지 차안에서 계속 비명을 질러대야만 했다.



“꺄악... 악!”



‘시....러어...진짜로.’



현우가 자신의 엉덩이에 또 손을 댄다면 절대절대 거부하리라 다짐하는 그녀였다.



* * *



은설과 워터파크에서 바쁜 주말을 보낸 뒤, 현우는 모든 직장인의 숙명처럼 월요일 다시 출근을 했다.



항상 팀원들보다 먼저 사무실에 출근한 최고은에게 살짝 눈인사를 한 뒤, 그는 한 대 빨기 위해 흡연실로 향한다.



흡연실에는 전산팀 영혼의 듀오 재훈과 태성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이 변주임.”



성은 변. 이름은 태성. 닉값하는 변태성은 출근한지 얼마나 됐다고 슬쩍 봐도 살색이 가득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보냐? 또 회사에서 야동보지?”



“아닙니다. 이대리님. 절 뭘로 보시고.”



“뭘 멀로 봐. 변태로 보지.”



“이새끼 보는 게 뻔하지. 발가벗은 년들 말고 있겠냐?”



태성 옆에서 담배를 빨던 재훈이 한마디 거든다.



“뭘 이렇게 많이 보냐?”



수많은 태성의 팔로워. 그들의 공통점은 노출이 많은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아 요즘 여울이 막혀서 방황하는 중입니다. 이대리님. 아 그립다...여울이.”



“그때? 몸매 쩔던 걔 맞지? 걔 왜 막혔냐?”



재훈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지 태성에게 묻는다.



“모르겠어요. 쿵쾅이들인지... 누가 신고해서 차단당한 거 같아요. 거기 신고도 잘 안 당하는 플랫폼인데... 검색해도 아이디도 안 나오고.”



“아아... 큰 별이 졌구나...”



두 사람의 아쉬운 표정을 보며 현우 역시 마음이 찢어진다. 그 만큼 키워가는 맛이 있는 계정이었다.



“뭐야? 얜 왜 안 막혀. 팔로워도 팔만 인데?”



그때 태성이 보고 있던 계정이 현우의 눈에 띈다. 거기에는 여울이 뺨치는 노골적인 사진들이 가득했다. 이런대도 얜 안 짤린다고?



“아 얘요? 얜 막힐 때마다 자기 방송에서 다음 SNS 주소 알려줘요.”



“뭐? 성방?”



“벚꽃TV니 그런 성방 있잖아요. 모르세요? 이대리님.”



현우도 남자인지라 업무시스템의 관리자 권한을 얻기 전까지 커뮤를 돌며, 후방주의 움짤을 보곤 했었다. 그때 야릇한 움짤의 오른쪽 상단에 있던 로고가 벚꽃TV라는 것을 떠올린다.



“그래... 성방이 있었지.”



“너 요즘 성방까지 보냐? 진짜 한결같이 닉값하는 새끼라니까.”



재훈은 자신의 직속 후임을 벌레 보듯 쳐다본다.



“변주임. 솔직히 말해봐. 너 얼마 썼냐 여기?”



“아... 얼마 안 썼습니다... 이백 정도?”



“지랄났네. 지랄났어. 그 돈으로 그냥 오피를 가 병신아... 제발.”



진심으로 변태성이 한심한지 재훈은 얼굴을 잔뜩 구긴다.



“아 석대리님도 저번에 저랑 같이 잘 봤는데 너무하십니다.”



“그건 그냥 SNS고. 이걸 돈 주고 왜보냐고 병신아.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별창남이었네. 별창남.”



연신 성방에 후원을 가지고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두고 현우는 사무실로 복귀한다.



‘성방이라...’



은설의 [성향강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떠오른 그였다.



* * *



“이... 이건 또 뭐에요?”



현우 손에 들린 새로운 아이템을 본 은설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란다. 그에게 수없이 시달린 탓에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았다.



“보면 몰라?”



눈과 코까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검정 레이스 장식의 오페라 가면. 미리 준비한 가면을 현우는 그녀에게 건넨다.



“뭐해 안 쓰고?”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언제나처럼 은설은 현우의 지시를 투덜거리면서도 따른다.



“오...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가면 사이로 드러난 눈을 빼고는 완전히 얼굴의 절반이 가려진다. 그러나 화려한 가면의 디자인 때문인지 꽤나 고혹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은설의 얼굴을 수백번도 더 본 현우였지만 가려진 부분을 상상하며 쳐다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됐...됐어요?”



“안대도 써.”



가면 위로 눈을 가리기 위한 안대까지 착용시키는 현우. 오늘의 계획을 처음부터 그녀가 알 필요는 없었다.



- 철컥



은설이 눈까지 안대로 가리자 현우는 두 손을 등 뒤로 넘겨 수갑으로 구속시킨다.



“읏...”



몇 번이나 당해왔던 것이지만 은설은 흠칫하고 몸을 떨며 놀란다.



그리고 현우는 가방에서 굵직한 끈을 꺼내든다. SM을 목적으로 제작된 새끼줄이기 때문에 피부가 쓸리거나 벗겨질 염려는 없었다.



‘자꾸만 장비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수갑, 로터, 딜도, 개목걸이, 스팽킹 패들, 애널스틱에 이제는 SM 전용 끈까지. [진성M]의 은설을 괴롭히기 위해 하나둘 사 모은 장비들은 이제 가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



은설을 괴롭히다보니 점점 세디스트가 되어가는 현우. 그는 이내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은설을 묶는데 전념한다.



먼저 고리모양으로 해서 목을 묶은 현우는 천천히 매듭의 개수를 늘리며 은설의 몸을 새끼줄로 묶기 시작한다.



그녀는 현우의 지시에 콤플렉스인 함몰유두가 그대로 보이는 망사 브래지어와 같은 색상의 티팬티만을 착용한 상태였다.



“아읏... 아파... 뭐...뭐하는 거에요...”



새끼줄이 탄탄한 은설의 몸 위에 몇 개의 마름모 모양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정 중앙에는 정확하게 그녀의 가슴이 위치한다. 가랑이까지 타이트하게 압박한 탓일까? 은설이 살짝 비명을 지른다.



‘좋아.’



오늘을 위해 너튜브를 보며 독학으로 익힌 귀갑묶기였다. 야릇한 속옷과 그 위로 귀갑 모양으로 묶인 새끼줄이 시각적인 자극과 함께 묘한 정복감마저 현우에게 선사한다.



‘뭐...뭐야 이거...’



앞이 보이지 않는 은설은 현우가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정확한 모양이나 매듭의 상태는 확인 할 수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가슴부분과 가랑이 사이가 당겨지며 찌릿찌릿 자극이 느껴진다. 반항하면 할수록 더욱 조여 오는 매듭. 마치 자신이 애무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자 그럼 준비는 끝났고.’



현우는 침대 위에 있는 은설의 몸이 잘 나오게 자신의 모니터 위에 잇는 캠의 각도를 잘 조정한다. 이날을 위해 준비한 꽤나 비싼 캠 카메라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현우는 상단에 있는 방송하기 버튼을 응시한다.



물론 자신 역시 얼굴을 절반이상 가리는 가면을 착용한 상태였다.



* * *



“아 볼거 존나 없네...”



지겨웠다.



요즘 계속 성방만 봐서 그런가 상위에 있는 순위권 BJ들은 전부 질렸다. 가슴수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가슴을 잔뜩 강조하며 하트를 받을 때마다 가식적인 애교를 날리는 BJ들.



“야동이나 볼까...”



성형도 같은 곳에서 했는지 비슷비슷한 얼굴들.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변태성이 어플을 끄려는 찰나



- 여울이의 두드림



순위 아래쪽에서 병신 같지만 왠지 낯익은 방송제목이 보인다.



‘여울이? 그 여울이인가?’



SNS 계정이 한순간에 폭파되면서 모습을 감춰버린 그녀. 아직도 변태성은 가끔 캡처한 그녀의 사진으로 성욕을 해결하곤 했다.



망설임 없이 그녀의 방으로 접속하는 변태성. 그리고 그 방에는 그가 그토록 기대하던 여울이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 * *



촬영준비를 완전히 끝낸 현우는 시작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무턱대고 방송을 하는 사실을 은설에게 말했다가는 곧바로 [애정도]가 0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과는 완전히 다른 방송 송출. 그것도 얼굴은 가렸다지만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전신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은 자존심 강한 은설이 쉽게 받아드리기 힘들 터였다.



‘으음... 어쩌지...’



충격을 줄일 방법을 떠올려보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이유는 당연했다. 다짜고짜 성방을 찍겠다는데 쿨하게 승낙해줄 여자가 있을까? 게다가 상대는 은설이다.



‘그래 시발... 내가 언제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고.’



현우는 은설의 성향인 [진성M]을 믿으며, 귀갑묶기 상태로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안대를 풀어준다.



“이... 이대리님. 이게 무슨...”



자신의 몸이 생전 처음 보는 기묘한 모양으로 묶인 것을 확인한 은설. 그녀가 놀라거나 말거나 현우는 모니터 위에 매달린 캠을 손으로 가리킨다.



“지금부터 저걸로 니 모습을 생중계할 거야.”



“——!”



[사용자 은설의 애정도가 8 감소합니다.]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애정도가 곤두박질친다. 시작도 전에 0까지는 단 2포인트밖에 않은 상황.



현우는 잠시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음에도 이러겠지. 물러설 순 없다.’



그녀에게 끌려 다닐 바에 그냥 이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으니 걱정하지마. 다만 목소리는 신경 써야 할 거야. 들키기 싫으면.”



“...”



아무 말이 없었지만 자신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눈동자로 현우를 쳐다보는 은설.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그는 마우스로 ‘방송하기’ 버튼을 클릭한다.



- 딸깍



가면을 쓰긴 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모두에게 방송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