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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화 >





“흐읏...그냥... 인사만 했어요...하읏...”



보지뿐만 아니라 뒷구멍까지 동시에 비벼대는 현우의 공격에도 은설은 끝까지 오늘 본 최고은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질펀한 애액 때문에 보짓살이야 그렇다 쳐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검지를 삽입 당한 애널은 꽤 고통스러운 텐데, 이미 애무라도 볼 수 없을 정도의 괴롭힘에도 [진성M] 성향 때문인지 은설은 잘 버텨낸다.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녀가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현우는 은설이 최고은의 행동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괴롭히는데도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은설. 정말 그녀는 오늘 최고은의 치부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알았어. 그만 사무실로 돌아가.”



- 포옹



보지와 애널을 동시에 비벼대던 엄지와 검지를 밖으로 빼낸 현우.



“우웁...웁...”



잔뜩 그녀의 속살을 희롱한 손가락은 빨간 틴트가 정성스럽게 발린 입술을 우악스럽게 벌리곤 입안으로 침입한다.



방금까지 자신의 더러운 곳을 휘저은 현우의 손가락이지만 은설은 오히려 그런 가학행위에 잔뜩 흥분해 몸을 떨며 정성스럽게



- 츄웁...춥...쪼옥



그의 손가락을 빨아댄다.



‘으윽... 이상한 맛.’



자신의 것이라곤 하지만 보지와 항문을 마구 후벼댄 손가락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혀와 입술을 이용해 말끔하게 그의 손가락을 청소한 은설.



- 스윽 슥슥



현우는 그녀의 타액이 잔뜩 묻은 손을 살색 티팬티와 스커트에 대충 문질러 닦는다. 계단실 바닥에 마구 뒹굴던 그녀의 스커트는 이제 끈적거리는 타액으로 더럽혀진다.



스커트에 자수로 정성스럽게 새겨진 로고만 보아도 한눈에 명품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은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흥 각오하는 게 좋을거에요. 최고은 팀장님.’



회사에서 천박하게, 그것도 자신의 부하 직원의 지시로 항문에 무언가를 박아 넣은 채로 돌아다니는 최고은.



- 찌이이익



추잡한 그녀의 약점을 잡은 은설은 자신의 타액과 계단실 바닥의 먼지로 더럽혀진 스커트의 지퍼를 다시 채우며 어떻게 최고은을 괴롭힐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 있었다.



* * *



- 또각또각

- 뚜벅뚜벅



최고은이 신은 하이힐과 현우의 구둣발이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과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주변으로 퍼트린다.



두 사람은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평범한 팀장과 팀원의 거리를 유지한 채로 회사를 빠져나간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팀장님.”

“네 고생했어요. 이대리”



사무적인 끝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흩어진다. 현우는 주차장 쪽으로, 최고은은 회사 정문 쪽으로.



‘으음...’



사무실에서부터 몰래 두 사람을 뒤쫓던 은설은 누구를 계속 따라갈지 잠시 고민한다. 그리곤 이내 결정했는지, 최고은의 뒤를 계속해서 밟는다.



정문을 지나 회사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최고은. 그녀는 버스를 타려는 듯 버스정류장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 끼익



그러나 잠시 뒤에 아직 새차 티가 조금 남아있는 SUV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버스 대신 선다. 최고은은 기다렸다는 듯 익숙하게 조수석에 탑승한다.



‘저 차는...’



분명 현우의 것이었다. 처음 그가 차를 뽑았을 때 외제 차도 아닌 국산 차라며 핀잔을 줬던 은설이었다. 그러나 내심 속으로는 자신을 태워주려고 그가 급하게 차를 산 줄 알고 기분이 좋았었다.



물론 현우에게 그런 스윗함을 기대한 것은 은설의 완전한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유심히 번호판을 봐둔 탓에 최고은을 태운 차가 현우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택시!”



급하게 택시를 잡은 은설은



“기사님 저 앞에 SUV을 좀 따라가 주세요.”



현우와 최고은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계속 추적한다. 다른 여자를 만나는 현우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인정하긴 싫지만 자신보다 매력적인 최고은에 대한 질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 꽈악



앞에 있는 현우의 SUV를 바라보면 은설은 꽈악 아랫입술을 깨문다. 자존심이 상했다.





현우의 차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피스텔 앞에서 멈춘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함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두 사람. 최고은은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안돼!’



택시에서 내린 은설은 급하게 뛰어 오피스텔 현관문이 닫히기 전에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 위이이잉



허무하게 바로 앞에서 자동문은 닫혀버린다.



“으으...”



오피스텔 입구컷을 당한 그녀는 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주민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10층!’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이 바로 최고은이 사는 오피스텔의 층일 것이 분명했다. 그 층수를 기억한 은설은 곧바로 같은 층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오른쪽과 왼쪽 두 개의 현관문이 그녀를 반긴다.



‘어디지? 어디야.’



“하아”



한숨을 깊게 내쉰 은설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변을 살펴 인적이 없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에 몸을 밀착하고 귀를 가져다 댄다.



뭐가 아쉬워서 다른 여자와 함께 오피스텔로 들어간 현우에게 집착하는지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오기가 치밀었다. 정말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지. 확실하게 확인 하고 싶었다.



- 두근두근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킬까 그녀의 심장은 마구 뛴다. 심장박동 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엘리베이터 모터 소리 사이로



- 하아하아...

- 잠깐만...이대리 좀... 씻고...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여기야!’



정말 뭔가 예리한 감이 있는지 은설이 고른 오른쪽 문에서 최고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읏...하으응...으으응...



평소 최고은의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야릇한 신음소리가 현관문 밖에 은설의 귓가에 들린다. 의심할 수 없는 너무나 명백한 것이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두 사람의 관계를 두 눈으로 확인한 은설. 짐작이 확실한 진실로 바뀐다.



- 털썩



허탈한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최고은의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나쁜놈...’



현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예전보다 더 빡센 운동과 식단으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은설. 정말이지 군살이라고는 1그램도 없는 완벽한 라인을 집착에 가까운 엄청난 관리로 만들어 냈다.



그가 시키면 부끄러운 속옷은 물론이고, 하트모양의 왁싱, 심지어 수시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이브레이터까지 질벽에 넣고 현우에게 복종했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로프와 수갑 등으로 온몸을 구속하고, 여기저기 손과 스틱으로 스팽킹 당하고, 촛농까지 전신으로 받아냈다.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SNS와 성인방송에서 발가벗고 음탕한 암캐 취급까지 받았었다.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고통스러웠다. 누구도 자신을 이렇게 함부로 대한 적이 없었다. 스스로의 프라이드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따끔따끔한 엉덩이의 감촉이,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폭력에 가까운 현우의 섹스가. 모두 찌릿찌릿하게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나니 다른 여자와 살을 섞는, 자신만을 바라봐 주지 않는 현우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업무시스템의 [연인 관계]로 묶인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현우에게 빠져 버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있어야 할 그의 옆자리를 뺏은 최고은에게 느껴지는 질투였다.



그녀가 밉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팀장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남모르게 사무실에서 음탕한 물건을 애널에 꽂고 다니는 최고은이 가증스러웠다.





왜 바람을 핀 현우에게 향할 은설의 분노가 최고은을 향하는 것일까?



SNS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원래 타고난 관종인 은설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는 현우가 자신 외에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초창기에 은설은 그런 질투를 노골적으로 그에게 드러냈었다. 그러나 그런 질투를 현우가 강압적인 조교로 많이 죽여 놓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성향이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는다.



그래서 현우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은설은 자신의 질투를 현우가 아닌 그에게 꼬리 치는 다른 여직원들에게로 돌렸다.



분명 화풀이가 맞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그녀의 마지막 자존감까지 완전히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다. 은설의 무의식은 다른 여직원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려가며 스스로 보호하고 있었다.



- 스윽



생각을 정리한 은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최고은의 오피스텔을 빠져나간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최고은의 애처로운 신음소리는 밤새도록 현관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 * *



- 삐비빅 삐비빅



침대 옆에 놓인 디지털 시계가 날카로운 기계음을 토해낸다.



- 탁



“으...으으...”



신경질적으로 알람을 끈 최고은은 젖은 솜처럼 침대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지금 준비해서 바로 집을 나서야만 새벽 수영을 하고 사무실로 출근 할 수 있다. 365일 일년 내내 빠짐없이 해 오던 정해진 루틴이었지만, 최근에 그녀는 자신과의 약속을 점점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하암...”



최고은의 규칙적인 삶을 방해하는 존재인 현우도 알림음을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의 비해 훨씬 상쾌한 표정이다.



“일어났어? 누나.”



잠이 덜 깼는지, 아니면 뜨거운 지난 밤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현우는 팀장이라는 딱딱한 호칭 대신 처음으로 친근하게 그녀를 불러본다.



“누...누나?”



“누나 맞잖아요. 나보다 나이도 4살이나 많은데.”



“뭐...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고 하지만...”



- 빠직



사실 현우보다 4살이나 많은 최고은은 내심 자신의 나이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곳을 생각 없이 현우가 건드리자 그녀의 이마가 살짝 구겨진다.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되잖아.”



최고은도 당연히 여자다. 늘어가는 나이 따위 자꾸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눈치도 없는 현우는 그녀의 나이를 들먹거린다.



“이름? 어... 아직 좀 어색한데.”



- 쾅



현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경질적으로 옷장을 여는 최고은. 간단한 운동복을 입고 수영가방을 챙긴다.



“수영하고 출근할 테니 알아서 해.”



- 삐비빅



뒤돌아선 채로 현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오피스텔을 빠져나가는 최고은. 화가 단단히 난 것이 분명했다.



“풋”



토라진 최고은이라니.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정말 감정이 없는 냉혈한인줄 알았는데, 가까워질수록 그녀 역시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업무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남자는 자신이 처음인 팀장님을 사무실에서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현우는 최고은의 오피스텔 바닥에 마구 흩어져 있는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 * *



“흐읏...흣...하앙...”



이병주는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 서진아의 신음소리에 오늘도 잠에서 깬다.



- 부스럭 부스럭



최대한 숨죽인 채 남편 몰래 무언가를 하는 서진아였지만, 같은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이병주가 그녀의 행동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심지어 벌써 몇 주째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는 달뜬 신음소리와 함께, 이불 안쪽에서 무엇을 하는지 연신 손과 두 허벅지를 비벼대고 있었다.



‘하아... 시발.’



주체하지 못하고 달아오른 몸을 달래기 위해 매일 밤 남편이 잠들고 스스로 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고 어설픈 자위를 해대는 서진아.



그녀가 언제부터 이런 자위를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우를 불러 조촐하게 집들이를 한 뒤부터가 아닐까 병주는 추측하고 있다.



“하읏...흣...흐으윽...”



아내의 신음소리가 거칠어질수록 이병주가 느끼는 좌절감도 커져만 간다. 그렇게 오늘도 서진아의 자위가 끝날 때까지 이병주는 눈을 감고 잠이 든 척을 한다.



깊은 좌절감에 시달리는 이병주와 어설픈 자위로는 끓어오르는 성욕을 해소할 수 없는 서진아. 두 사람은 깊은 새벽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