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은밀한 바캉스 (3)
- 삐비빅
“휴우...”
끝까지 쫓아가서 혜리에게 뒤치기를 해댄 현우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들어왔다. 아무리 [정력]이 9라곤 하지만, 이틀 내내 쉬지 않고 박아댄 탓인지 조금 피로가 느껴진다.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 거에요?”
숙소 침대에는 어젯밤에 최고은과 함께 현우의 품에서 앙앙거리던 은설이 새초롬하게 앉아있었다. 아침에 기다리라는 문자 하나만을 덜렁 보내놓고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온 그에게 그녀가 따지듯 묻는다.
불쾌한 기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은설. 그러나 숙소에서 홀로 남아 현우를 애타게 기다렸는지, 풀메이크업의 얼굴과 깔끔하게 세팅된 헤어, 현우가 좋아하는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까지 입고 있었다.
원피스 아래로 드러나는 늘씬한 각선미, 다리까지 꼬고 도도하게 앉아있는 탓에 미끈한 허벅지 사이로 살짝 팬티가 보인다.
게다가 어젯밤 현우에게 물고빨리고 스팽킹까지 당한 탓에, 목덜미와 허벅지 곳곳에 붉은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 스르륵
현우가 보라는 듯 반대편으로 다리를 꼬는 은설. 관능적인 그녀의 움직임에서 오늘 밤 반드시 유혹하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큭큭...”
최고은이라는 경쟁자 때문일까?
평소라면 천박하다고 하지 않을 행동을 자진에서 하는 은설. 이제는 최고은보다 더 현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쓸데없는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듯하다.
- 뚜벅뚜벅
조금 피곤한 상태였지만 현우는 걸어오는 도발을 피할 마음은 없었다. 천천히 침대에 걸터앉은 은설에게 다가간다.
그때, 그녀가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틀어놓은 TV에 현우의 시선이 닿는다.
TV에는 한창 예능프로가 방영 중이었다.
‘이제는 출근.’
현우도 몇 번 너튜브에 짧은 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 프로였다.
플롯은 간단하다.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연예인들이 난생처음 회사에 입사하여 주5일을 리얼로 근무한다. 그리고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사실 이런 류의 예능은 어느 것보다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하지만 야동에 등장하는 동정 배우가 사실은 수천 번 넘게 여배우들과 섹스를 한 베테랑인 것처럼, ‘이제는 출근’ 역시 리얼 관찰 예능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전부 대본이 있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구조이긴 하다. ‘이제는 출근’에 촬영을 의뢰한 광고주는 자사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텐데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평소처럼 부하직원을 갈구고, 업무를 떠넘기고, 지저분한 정치질 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6개월에서 1년씩 일하는 인턴들도 갈 사람이라고 업무도 잘 주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고작 2주 길어야 4주를 촬영하는 연예인들에게 리얼한 오피스 라이프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글러 먹은 기획이었다.
그런 문제점들 때문인지 ‘이제는 출근’의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럼에도 폐지되지 않는 것은 너튜브에 올리는 클립 비슷한 짧은 영상들의 조회 수가 꽤 짭짤했기 때문이다.
너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 때문에 ‘이제는 출근’의 짧은 클립 영상 몇 개를 시청한 현우. 덕분에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
‘이런 병신...’
TV에는 처음 출근해서 사원증을 받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보통 남녀 1쌍 2명이 출연해 각자의 다른 부서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이름과 사번, 부서가 기재된 사원증을 건네받았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하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아무리 촬영 때문에 임시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지만 그동안에는 엄연한 직원 아닌가? 그렇다면... 업무시스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하하...시발.”
스탯 중에 [지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력]도 제쳐두고 곧바로 10까지 찍었을 텐데. 업무시스템의 관리자 권한으로도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의 지능에 현우는 지독한 자괴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업무지시가 갱신됩니다.]
※ 업무지시 (과장급)
[심리 메시지를 활용하여, 매력포인트 9 이상(보정 제외) 여직원을 공략완료 하세요. 업무지시일로부터 6개월 안에 완수해야 합니다.]
[성공 시 1포인트 지급]
[실패 시 파면, 모든 스탯 초기화]
그제야 그는 업무지시가 어떤 기준으로 발생 되는지 깨닫는다.
얼핏 보면 맥락 없이 발생하는 업무지시는 다소 가혹해 보이지만 완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인턴급 업무지시는 [매력] 5의 김지영이었다. 그다음 사원급 업무지시는 [매력] 7 이상의 여직원 공략. 서진아와 은설, 혜리를 모두 공략하자 등장한 대리급 업무지시는 [매력] 8 이상의 여직원의 공략이었다.
당시에는 분명 세 사람의 [매력] 수치인 7을 넘은 여직원이 회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업무지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력] 8의 최고은이 해외파견에서 다시 국내로 복귀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등장한 과장급 업무지시. 분명 현재 회사에는 최고은보다 높은 [매력]을 지닌 여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력] 9의 여직원을 꼭 회사에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현우는 이제 ‘이제는 출근’에서 그 방법을 깨닫는다.
광고든 저런 예능프로든 어떻게든 섭외만 해서 출근시키면, 공략할 방법이 생긴다. 그리고 잠시라도 직원이 된 연예인은 현우의 관리자 권한에 타겟이 된다.
연예인이라니. 평생 TV가 아니면 실제로 볼일도 없는 그들을 자신의 관리자 권한으로 조작할 생각에 현우는 동정을 이제 막 떼려는 애송이처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유혹하는 은설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잠깐 은설...은설! 홍보팀이잖아!’
무려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회사의 대외 홍보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직원이 눈앞에 있다.
- 흠칫
멍하니 TV를 쳐다보던 현우와 은설의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오한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떤다.
‘이대리님의 저 표정...’
음흉하게 빛나는 눈동자 뒤에서 그녀는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보았다.
* * *
‘그건 그렇고’
아무리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파면에 더해 스탯 초기화라니. 나중에는 정말 사망 같은 패널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체감보다도 역체감에 훨씬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120hz의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이 다시는 60hz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초능력? 섹스레이라는 능력까지 [정력] 9을 찍으며 얻은 현우에게 다시 관리자 권한을 얻기 전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쩍쩍 갈라진 근육과 지치지 않는 [체력] 역시 평균 이하의 3으로 내려간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6개월이라는 업무 수행 기간이 넉넉해 보이긴 하지만 공공기관의 느려터진 일처리와 신속하지 않은 의사결정 때문에 섭외하기도 전에 몇 달이 지나갈지도 모른다.
‘당장 연예인을... [매력] 9의 여자를 홍보든 뭐든 데려와야 해.’
초조함을 느낀 현우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은설에게 당장 광고모델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데,
“안돼요. 다음 광고모델은 벌써 진작에 정해졌다구요. 이대리님.”
“광...아니, 아직 말도 안 꺼냈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현우의 의중을 파악한 은설이 곧바로 거부의 의사를 밝힌다.
뛰어난 업무능력만큼이나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지, 그녀의 표정은 완고하기만 하다.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하는 스타일. 은설이 듣는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최고은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흥! 제가 모를 줄 알고요? 분명 여자 연예인 캐스팅하라고 할 거 아니에요?”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아니 근데 어떻게 안 거지?’
평소 자신의 행동을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현우는 귀신이라도 본 듯 은설을 쳐다본다.
시작부터 그녀의 반대에 부딪힌다. 분명 은설은 여자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것에 질투를 하고 있었다.
“네가 뭔 걱정을 하는지 아는데, 아직 광고모델 안 정한 거 아냐? 계약서 안 찍었으면 바꿀 수도 있는 거지.”
“일개 팀원이 그걸 어떻게 바꿔요?”
“이번 광고모델은 박원준 전 아나운서로 정했는데, 엄격한 선정기준을 통과한 거라구요. 그 사람은 회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청렴과 고객 중심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와 호감도를 가지고 있구요. 물론 그것들은 전문 리서치 기업에서 나온 통계를 기반으로 했어요. 또 내부에 선정심의회까지 구성해서 최종으로 의결된 거구요. 심사위원 중 한 분이셨던 최고은 팀장님도 모델별로 광고효과까지 검토하시고 박원준 전 아나운서에 표를 주셨다고요.”
장황하게 늘어놓는, 그러나 반박하기 힘든 설명에 현우의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
‘분명 하기 싫어서 그런 거 같은데...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네.’
“그래서 진.짜. 안돼? 담당자의 재량으로도?”
“당연히. 절대절대로 안돼요. 이제와서 못 바꾼다구요. 이대리님.”
“그래? 그렇게 은대리가 비협조적이면... 나도 어쩔 수가 없네.”
“...”
은설의 목덜미와 허벅지 그리고 지금은 원피스에 가려져 있지만 가슴 곳곳에는 어젯밤 현우의 괴롭힘으로 붉은 자국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멋대로 최고은을 괴롭힌 것에 대한 벌을 준다고 줬지만 [진성M]인 그녀에게는 그저 짜릿한 밤이었으리라.
“잘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이러면... 어제 받지 않은 벌을 받아야겠네.”
- 흠칫
지금까지의 당당한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놀라서 몸을 떠는 은설. 항상 질투를 부릴 때마다 배로 현우에게 괴롭힘을 당한 탓이었다.
그렇게 그는
“다 벗어.”
말을 듣지 않는 그녀에게 확실한 벌을 주기로 한다.
* * *
- 쏴아아
어둠이 짙게 깔린 해변에서 파도소리와 야릇한 신음이 들려온다.
“하윽...싫어어...이대리님...으으읏...그만...하으읏...부탁이에요...”
“그럼 광고모델 바꾸라니까?”
가녀린 목덜미에 어울리지 않는 매니악한 가죽 목걸이가 채워진 은설. 그녀는 발가벗겨진 채 네발로 모래사장을 기고 있었다.
“아무리...하윽... 그래도 그건...하아...안돼요.”
아직 꺾이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 현우는 강하게 목줄을 당긴다.
“하윽!”
어기적거리며 기던 은설의 나신이 힘없이 현우 쪽으로 끌려간다.
- 우우우웅
- 질걱질걱
목줄만이 아니라 보짓살과 엉덩이에는 그녀가 최고은을 괴롭혔을 때 썼던 전동딜도가 박혀있었다. 업보는 이렇게 돌아오는 법이었다.
애널 성향도 없는 탓에 잔뜩 윤활유를 발랐음에도 딜도가 격렬하게 몸을 떨어 댈 때마다 항문 안쪽에서 지독한 통증이 느껴진다.
인적이 드문 해수욕장이라고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천박한 모습을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은설은 신음을 참으려 안간힘을 쓴다.
“아으윽! 흐읏! 흐으응!”
그러나 양구멍을 동시에 쑤셔대는 딜도의 자극에 그런 의지는 바사삭 무너지고 만다.
“큭큭큭...”
호텔 복도에서 이렇게 은설을 암캐마냥 산책시킨 적이 있었지만, 야외에서 완전히 발가벗긴 채로 끌고 다니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달빛이 새하얀 은설의 알몸을 비춘다. 두 팔과 무릎으로 모래사장에 기는 그녀의 실루엣은 뒤치기를 해달라는 엉덩이를 흔들어대듯 남자를 유혹하는 음탕한 모습이었다.
풍만한 골반 덕분일까? 탐스러운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삼각형의 틈이 앞으로 한 발자국씩 움직일 때마다 눈앞에서 흔들리며 현우를 유혹한다. 정말이지 천박한 암캐가 따로 없었다.
“그만...그마안...하으응...흥...”
그만해달라고 입으로는 애원하지만 [진성M]인 탓인지, 칠칠치 못하게 흘린 애액이 보지에 박혀있는 분홍빛 딜도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린다.
- 찰싹
“히익!”
함께 준비해온 스팽킹 패들이 씰룩거리며 흔들리는 탐스러운 엉덩이를 두들긴다. 맞을 때마다 고통보다는 쾌감이 더 큰지 그녀는 온몸을 야릇하게 떨어댄다.
사실 이렇게 은설이 괴롭히지 않아도 다른 방법은 있었다. 광고모델 선정 자체가 홍보팀 은설의 업무이기 때문에, 현우는 근로계약 중 [업무협조]를 이용해 단숨에 그녀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었다.
[근로계약]
1. 업무협조 - 을은 갑이 요구하는 모든 업무 관련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보다는 벌을 줘서 스스로 해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느새 마조인 은설만큼이나 가학성애자가 된 현우였다.
- 저벅저벅
그때 반대편에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발가벗은 것뿐만 아니라 딜도에 목줄까지 차고 있는 은설의 마음이 다급해진다. 당장이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천박한 이 모습을 볼지 모른다.
“이...이대리님. 이대리님!”
그녀는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현우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