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은밀한 바캉스 (4)
“저...저기 앞에 사...사람 온다구요. 이...이대리님.”
목줄을 차고 네발로 기던 은설이 다급하게 그의 가랑이를 붙잡는다. 물론 현우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달빛 외에 해변에는 조명이 없는 탓에 그들이 은설의 알몸을 보려면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동안 그녀와 딜을 하기에는 참 절호의 기회였다.
“그럼 광고모델 내가 시키는 대로 할거지?”
“으윽...”
내키지 않는지, 잠시 갈등하는 은설. 그러나
- 저벅저벅
발소리가 점점 더 귓가에 선명해진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이지만 현우라면 여기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몸을 노출 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 분명 SNS와 성인방송에서도...’
현우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웹상에 자신의 알몸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얼굴은 다행히 가려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치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은설의 성향이 [진성M]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얼굴도 드러낸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완전히 발가벗은 자신의 몸을 노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SNS나 성인방송의 경우 익명의 남성들이 쓴 천박하고 음란한 댓글들이 그녀의 피학심을 자극한 탓에 약간 흥분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인 야외노출은 은설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마 [노출증] 성향의 혜리였다면, 자신의 알몸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상상에 흥분해 질질 애액을 싸질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의 은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알...알았어요! 할게요. 그러니까...제발...제발 빨리요.”
“큭큭큭...알겠어. 그만 일어나.”
현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은설을 곧바로 일어나 두 발로 선다. 흉터 하나 없는 뽀얀 무릎이 마치 뒤치기 당하며 쓸린 듯 빨갛게 부어올라 야릇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어선다고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은설의 알몸을 보기 직전에, 현우는 손에 든 얇은 겉옷을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가 황급히 자켓의 지퍼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남성 두 명이 그녀를 쳐다본다.
말라깽이의 눈이 좌우로 찢어져 비열한 인상의 남자와 잔뜩 살이 접혀 출렁거리는 돼지. 짧은 형광색 반바지와 몸을 마치 도화지라고 생각하는지 여기저기 정신없이 새겨진 타투.
비실이와 퉁퉁이가 연상되는 두 남자는 딱 봐도 헌팅하러 바다에 놀러 온 양아치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와이 씨...”
눈이 찢어진 비실이가 은설을 보더니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대기 시작한다.
- 흠칫
발가벗은 몸 위에 현우의 얇은 자켓 한 장만을 걸친 은설은 그런 비실이의 벌레 같은 눈빛에 본능적으로 자켓을 아래로 힘껏 끌어내린다.
그러나 상의 하나로는 하체까지 전부 가릴 수 없었고, 간신히 가랑이까지만 가릴 수 있었다. 결국 그녀의 탐스러운 허벅지와 늘씬한 다리 라인이 비실이의 눈에 훤히 드러난다.
“야야...야!”
“왜 이 새끼...오우야...”
비실이의 손짓에 옆에 있던 퉁퉁이까지 은설을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옆에 있는 현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둘은 그녀의 몸매를 끈적한 시선으로 훑어대기 바쁘다.
방금까지. 아니 지금도 두 구멍을 쑤셔대는 전동딜도 탓에, 얇은 자켓 위로 평소라면 안쪽으로 함몰되어있어야 하는 젖꼭지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비실이는 가슴 쪽에 살짝 튀어나온 꼭지를 보고는 은설의 상태까지 눈치챘는지.
- 쩝쩝
더러운 표정으로 입맛까지 다시고 있었다.
“야 이게 그... 무슨 야외플인가 그거냐?”
“몰라 시발 와 존나 꼴리네”
주위를 살피던 비실이와 퉁퉁이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곤, 띠꺼운 표정으로 현우를 야리기 시작한다.
“어이 형씨 지금 꽤 재밌는 거 하는 거 같은데. 좋은 건 같이 즐깁시다? 어?”
“그래 시발... 몇 번 따먹는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하아... 시발”
자신들이 쪽수가 더 많다고 생각해서일까? 노골적인 시비를 거는 비실이와 퉁퉁이.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가만히 듣고 있을 은설이 아니었다. 음탕한 그들의 시선이 닿자, 마치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너네 뭐야! 저리 안꺼...하읏...져....당장...흐윽 신고...하앙...”
언제나처럼 앙칼진 발톱을 드러내려는 찰나, 절묘하게 양구멍을 긁어대는 딜도의 진동에 야릇한 신음이 섞이고 만다.
“야. 큭큭큭 들었냐?”
“레알 찐이네. 저년 가랑이에 딜도라도 박은 거 아냐? 무슨 야동인 줄.”
오히려 은설의 반응에 비실이와 퉁퉁이가 더 흥분하기 시작한다.
- 저벅저벅
점점 둘 사이에 간격이 좁혀진다. 딜도 때문에 기세가 완전히 꺾인 은설은 몸을 떨며 현우의 등 뒤로 숨는다.
‘으음...’
현우 역시 사실 지금 상황에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기껏 해봐야 부부나 커플일 줄 알았는데, 현팅하러 나온 양아치들이라니.
‘인파가 몰리는 휴가철도 아닌데, 이새끼들은 왜 지금 기어 나온 거야?’
살짝 짜증이 난다.
관리자 권한을 얻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온 현우. 보통 이렇게 시비가 붙으려는 경우에는 적당히 눈을 깔고 지나쳤을 텐데, 오늘은 딜도까지 가랑이에 끼운 채 자켓을 제외하면 알몸으로 서 있는 은설이 옆에 있었다.
‘경찰에 신고해? 아냐. 너무 늦어. 어쩌지?’
같은 회사 직원이 아닌 탓에 관리자 권한으로 저들의 스탯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자신의 [체력] 수치보다 비실이와 퉁퉁이의 수치가 낮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혜리를 두고 최현민에게 멱살이 잡히는 수모를 당했던 현우. 그것을 계기로 [매력]이 아닌 [체력]에 남은 포인트를 투자해 왔다.
지금 자신의 체력수치는 8. 한 손으로 자신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던 최현민의 체력 7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큭큭큭 그래도 여자 앞이라고 시바 가오 존나 잡네. 어?”
- 퍼억
퉁퉁이의 주먹이 아랫배에 꽂힌다. 생전 싸움이라곤 해본 적 없은 탓에 현우는 얼떨결에 먼저 선빵을 허용하고 만다.
“꺄악!”
고요한 해변에 은설의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진다.
‘어?’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생각 보다 맞을만하다. 아니 견딜만하다고 할까?
현우는 고개를 들어 퉁퉁이를 쳐다본다. 자신보다 큰 키와 덩치. 그러나 [체력]은
‘나보다 낮나?’
크기만 컸지 별거 아닌 지방 덩어리였다. 자신보다 약자라는 판단이 들자 현우의 눈빛이 자신감으로 물든다.
- 빠악
“크악!”
그의 오른 주먹이 퉁퉁이에 얼굴을 가격한다. 찰진 효과음과 함께 얼굴을 감싸곤 주저앉는 퉁퉁이.
- 빠악
그때 옆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비실이가 현우의 오른뺨을 주먹으로 가격한다.
퉁퉁이의 펀치보다 훨씬 충격이 약한 주먹. 그래도 자꾸 맞다 보니 기분이 더럽다.
- 퍼억 퍽퍽
수적이 열세에도 불구하고 현우의 주먹과 발이 연신 퉁퉁이와 비실이의 몸을 짓밟는다.
“크윽...그...그만.”
“형...형님. 잘...잘못했어...요. 크으윽...”
그렇게 공평하게 비실이와 퉁퉁이에게 참교육을 시켜준 현우. 모래사장에 쓰러진 두 양아치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에게 빌기 시작한다.
“후우...”
그제야 주먹을 내리는 현우. 살짝 달아오른 몸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늦여름의 바닷바람이 정말 상쾌했다.
‘역시 남자는 [체력]이다.’
[매력]과 [체력]에서 고민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매력]에 올인해 곱상한 외모였다면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험난한 헬조선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더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현우였다.
달빛 아래 울룩불룩하게 성이 난 그의 근육들이 드러난다. 퉁퉁이와 비실이가 은설만이 아니라 현우도 자세히 관찰했다면, 그의 몸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을 텐데,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괜찮아?”
“아...네!”
예상도 못했던 현우의 피지컬에 그를 쳐다보던 은설이 화들짝 놀란다.
넓은 현우의 등판을 멍하니 바라보는 은설. 자신의 몸을 두들기던 스팽킹이 여간 매서운 것이 아니었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제야 전신이 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인 현우의 몸이 눈에 들어온다. 항상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괴롭힘만 당해오던 탓에 자세히 그를 관찰할 틈이 없었다.
‘이대리님...언제... 이렇게 몸을 만든거야?’
아직도 생생한 현우와의 첫 만남.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비실비실한 약골이었다. 자기관리를 빡세게 하는 탓에 저런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은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두근두근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항상 비겁하고 여자나 더럽게 밝히는 색골인 줄만 알았는데, 그런 그의 반전매력에 은설의 눈빛이 달라진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 혹여나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볼까 은설은 황급히 고개를 아래로 내린다.
“그럼, 가자.”
“네... 꺅! 이...이대리님 얼굴에 피...피나요.”
비실이에 손톱에 긁힌건가? 입술이 살짝 따갑긴 했는데, 피가 난 것 같다.
- 스윽
“뭐 됐어. 이 정도야.”
대충 손으로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현우.
“괜찮다뇨. 빨리 봐봐요. 네? 여기 까졌잖아요. 어떡해...흉터 남겠다.”
그녀답지 않게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이다. 은설의 독촉에 못 이겨 황급히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
숙소에 있는 구급상자를 꺼낸 은설은 조심스럽게 그의 상처 부분을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다.
상처 위에 반창고까지 정성스럽게 붙이는 진지한 그녀의 얼굴에
‘뭐 벌은 이쯤이면 됐나.’
광고모델 변경도 승낙받았겠다, 현우는 멋대로 최고은을 괴롭힌 은설을 이제 그만 용서해주기로 한다.
“꺅! 잠...잠깐만요. 이대리님. 아직 덜 붙였는데...”
그렇다고 밤새 그녀를 그냥 둘 생각은 없다.
- 찌이익
현우의 얇은 자켓 하나만을 걸친 탓에 지퍼를 내리자 은설의 알몸이 곧바로 드러난다. 아직도 몸 여기저기에 남은 어젯밤 정사의 흔적들이 현우의 가학심을 자극한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는 보짓살 사이에 박혀있던 전동 딜도까지 단숨에 뽑아버린다.
“하아아앙!”
아까 숙소를 나설 때부터 간신히 딜도의 자극을 참고 있던 은설은 단숨에 가버렸는지 침대에서 야릇하게 몸을 꼬아댄다. 질척거릴 정도로 가랑이를 적힌 애액과 현우의 시선을 자극하는 하트모양의 음모.
- 푸욱
더 이상 참을수도, 참을 마음도 없었다. 현우는 이미 빳빳하게 선 자신의 자지를 하트 아래쪽의 핑크빛 보짓살에 쑤셔 넣는다. 은설은 그에게 안긴 채 전신을 부르르 떨어댄다. 달콤하게 내뱉는 그녀의 숨결이 현우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렇게 워크샵으로 시작했던 바캉스의 마지막 밤이 뜨겁게 타오른다.
* * *
“으음...으으...”
몸이 나른나른하게 축축 늘어진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밤새 현우에게 괴롭힘당한 탓에 은설은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스르륵
자신의 옆에서 잠든 현우의 몸을 살짝 터치한다. 지방이라곤 조금도 찾아보긴 힘든 탄탄한 근육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아아...”
항상 자신의 이상형이 적당한 근육이 붙은 슬림한 몸매라고 생각했는데, 현우의 무식할 정도의 커다란 근육들이 이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은설이었다.
“아 맞다. 어제 따로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잠에서 깬 현우.
“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계속 최고은 팀장을 괴롭혀 알겠지?”
이제 그만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지시를 내린다.
“네? 그게 무슨... 아!”
역시 눈치 빠른 그녀답게 현우의 음흉한 계획을 단번에 알아챈다. 최고은이 괴롭힘당하는 틈에 어제처럼 자신과 그녀를 함께 안을 꿍꿍이가 분명했다.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긴 싫었지만, 어차피 전부 들킨 마당에 은설은 맘에 들지 않는 최고은을 잔뜩 괴롭히기로 한다.
“알겠어요. 그런데...어... 그게...그게.”
“무슨 말을 하려고 답답하게 그래?”
“그래도 제가... 크음... 이대리님과 먼저니까. 최팀장이 세컨드 맞죠?”
어차피 바람둥이인 현우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하다못해 서열이라도 명확히 하고 싶은 은설이었다. 본처, 후처를 나누려는 생각이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물론 현우가 서진아와 김혜리까지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겁하겠지만 당장에 은설은 눈앞에서 거슬리는 최고은을 꺾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