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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화 > 차수빈 공략 (2)





차수빈과 나란히 사무실에 출근한 최고은은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어제의 과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우는 그 이유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잠시 회의실로 좀.”



“...알겠어요.”



현우는 그런 최고은을 조용히 회의실로 불러들인다.



- 딸깍



문을 닫자 업무로 분주한 사무실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다. 최고은은 항상 능글맞게 웃는 현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한다.



“이대리 그래서 무슨 일이야?”



사무실에서는 팀원들에게는 항상 존대를 하는 최고은이었지만, 현우와 단둘이 있을 때는 말을 놓는다. 공과 사가 명확한 그녀에게 그것은 그만큼 사적으로 그에게 깊은 감정이 있음을 의미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현우.



“팀장님. 도대체 우리 무슨 관계인가요?”



“...우리 관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우의 물음에 최고은은 말문이 막혀버리고 만다.



‘나와 이대리의 관계?’



팀장과 팀원. 아니 매일같이 몸을 섞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를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분명 현우를 보면 가슴이 뛰고 몸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호감, 애정, 사랑. 무엇으로 정확히 자신의 감정을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가 자신의 마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 현우의 마음도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 최고은은



“사...사귀는 사이 아니야?”



뭔가 낯뜨겁고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녀가 조금만 연애경험이 있었다면. 은설처럼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왜 먼저 고백도 안 하냐며 현우의 질문에 오히려 타박을 줬을 테지만, 최연소 팀장이 될 때까지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던 최고은이었다.



연애도 섹스도 현우가 처음인 그녀는 현우를 리드하기에는 너무나도 경험이 부족했다.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그럼...다행이다.”



현우의 성욕을 완전히 받아주겠다는 내기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뒤, 너무나 싫지만 현우와 은설과의 관계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최고은.



그 때문에 좀 불안했지만 현우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마음이 살짝 놓인다.



- 쾅



“근데 이건 뭐에요?”



현우는 거칠게 회의실 테이블에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



화면 안에는 놀랍게도 같은 침대에서 다정하게 껴안고 잠이든 자신과 차수빈의 모습이 있었다.



“이...이건...”



얼마나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는 최고은.



‘어...어째서...저 사진이 이대리에게 있는거야?’



“어제 회식자리에서 팀장님이 갑자기 사라지셨더군요. 걱정되는 마음에 집에 가봤더니... 이런 상황이었어요.”



“저건... 그...그래. 서로 너무 취해서 그냥 잠이 든 거야. 같은 여자끼리 그럴 수도 있잖아?”



자신이 다른 남자와 한 침대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최고은은 현우의 질문에 애써 당당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방금까지도 계속 차수빈의 묘한 눈빛과 행동이 마음에 걸렸던 최고은이었다.



“그럼 은설 대리와는요?”



“은설 대리는 왜?”



“제가 모르는 거 같아요?”



- 쿵



차수빈에 이어 은설까지 언급하는 현우의 말에 최고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다 알고 있었어. 은대리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가 어떻게 자신과 은대리의 은밀한 관계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무실은 물론 화장실에서까지 은설에게 애널을 쑤셔지면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과 어젯밤 차수빈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던 자신의 모습이 현우에게는 분명...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최고은. 지금 자신의 말은 전부 이대리에게는 변명처럼 들릴 터, 그저 고개만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을... 믿어주면 안돼?”



“이런 모습을 2번이나 보고 어떻게요? 그냥 솔직해 지는게 어때요? 팀장님. 여자를 좋아한다고 레즈라고 말이에요.”



“지금까지 연애 한번, 안 한 처녀라는 말이 돼요? 결국 그런거였어.”



- 꾸우욱



테이블 아래에 최고은의 주먹에 꽉 힘이 들어간다.



억울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마음을 연 것은 눈앞에 있는 현우뿐이었다. 자신은 분명 이대리를 보면 가슴이 뛰고 안기고 싶은 여자인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레즈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결국 최고은은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믿어주겠어?”



현우가 준비한 덫에 완벽히 걸려들고 만다.



‘큭큭큭...’



최고은의 입에서 그 말을 듣기 위해 현우는 무고한 그녀를 억지로 몰아붙인 것이었다.



[사용자 : 최고은]

[나이 : 33] [키 :171] [체중 : 61]

[체력 : 9/10] [매력 : 9(+1)/10] [성욕 : 10(+8)/10] [멘탈 : 10/10]

[만족도 : 10/10] [애정도 : 10/10] [프라이드 : 0/10]

[성향 : 카리스마, 워커홀릭, 애널(양구멍 쾌락주의자)]

[대상과의 관계 : 연인]



[심리 메시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만족감]

회사의 성공적인 혁신에 [기대감]

능력 없는 직원에 대한 [업신]

자신감 없는 이성에 대한 [경멸]

팀원 이현우에 대한 [애정] - 증폭 활성화



성향인 [애널]이 조금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다른 여직원들의 [성향]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었다. 현우에 대한 [애정]과 [연인 관계].



당연히 최고은이 레즈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우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수빈을 공략할 무기는 바로 최고은이었다.



그 때문에 현우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굳이 따지자면 술에 취해 차수빈과 함께 자신의 오피스텔로 들어간 것 죄 밖에 없는 그녀를 몰아붙여야만 했다.



[사용자 : 차수빈]

[만족도 : 1/10] [호감도 : 9/10]

[심리 메시지]

최고은에 대한 [호감] - 증폭 활성화(New!)



레즈인 차수빈이 최고은에 대해 느끼는 [호감]을 업무시스템으로 증폭시킨 현우. 이미 그녀에 높은 [호감도]에서 볼 수 있듯, 차수빈은 최고은에게 완전히 푹 빠진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호감]을 더욱 증폭시킨다면, 차수빈은 안날이 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으리라. 그래서 더욱더 최고은이 차수빈 공략에 필요했다. 그녀를 몰아붙여 현우의 지시에 따르게 해야 한다.



- 씨익



“그럼 팀장님 제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그럼 팀장님의 마음 믿을게요.”



현우는 살짝 미소지으며,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던 이야기를 최고은에게 꺼낸다.



그의 말을 들고 있던 최고은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러나 업무시스템으로 현우에 대한 [애정]이 증폭된, [연인 관계]의 최고은은 그의 제안을 받아드려야만 했다.



[사용자 최고은의 애정도가 7 감소합니다.]



큰 폭으로 그녀의 [애정도]가 감소했지만 당장 현우에게는 차수빈의 공략이 더 중요했다.



* * *



“수빈씨. 잠시만요.”



“네에~ 팀장님.”



퇴근시간이 다 돼서 최고은은 자리에 앉아있던 차수빈을 부른다. ‘이제는 출근’ 촬영팀도 하루분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철수를 하고 있었다.



퇴근시간 직전에 부르는 팀장의 목소리만큼 싫은 것은 없었지만, 차수빈의 목소리는 밝기만 하다.



“저번 회식 때 신세 진 것도 있어서, 제가 저녁을 살까 하는데 오늘 시간 괜찮아요?”



“정말요? 네! 좋아요. 팀장님. 가요가요.”



그래도 연예인인데 이토록 쉽게 승낙하다니, 내심 그녀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리라 기대했던 최고은은 살짝 안타까운 표정이다.



그렇게 회사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룸이 준비된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두 사람.



“그래서요. 권대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얼마나 황당했던지. 호호호.”

“저기 회사 건너편에 한식당 가보셨어요? 촬영팀이랑 갔는데 진짜 맛있더라구요.”



대화의 대부분은 잔뜩 신이 난 차수빈이 주도하고 있었다. 업무 관련이라면 모를까 이런 사적인 대화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최고은은 그저 적당히 그녀의 말에 리액션을 할 뿐이다.



“정말 잘 먹었어요. 팀장님. 정말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제가 너무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



- 꿀꺽



최고은의 얼굴이 살짝 경직된다. 도저히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말이 입안을 맴돈다.



“카페도 다 문을 닫았는데, 제 방에서 커피 한잔 할래요?”



이 뻔한 수작은 항상 현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단 한 번도 커피만 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현우. 그와의 뜨거운 시간이 떠올라 최고은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표정을 읽은 차수빈은 특유의 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분명히 최고은의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오늘 아침까지 최고은과 함께 잠들었던 그녀의 오피스텔이 떠올라 차수빈은 흔쾌히 그녀의 제안을 승낙한다.



‘팀장님이 이렇게까지 귀엽게 노력하는 데, 빼면 안 되겠지? 호호호’



이미 최고은을 자신과 같은 성향으로 판단한 차수빈은 살짝 그녀의 손을 잡는다.



- 흠칫



손가락 하나하나 깍지까지 끼는 차수빈의 끈적한 스킨쉽에 최고은의 몸이 살짝 떨린다. 그러나 그 손을 쳐내지 않고 두 여자는 오피스텔로 향한다.



* * *



- 삐비빅



현관문을 연 최고은은 어두운 자신의 방에 불을 켜, 손님을 맞을 최소한의 준비를 한다.



아침에 분주하게 출근준비를 하느라 깔끔하기만 했던 그녀의 방은 조금 지저분했지만, 그럼에도 현우가 지적한 것처럼 개인적인 짐이라곤 전혀 없는 모델 하우스 같았다.



“그럼 수빈씨 들어...”



- 쪼옥



“잠...우웁...까안...만”



현관문을 끝까지 닫기도 전에 최고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는 차수빈. 그녀의 예상치 못한 스킨쉽에 당황한 최고은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뒷걸음질을 친다.



- 쾅



최고은의 몸이 현관에 있는 신발장과 부딪친다. 등 뒤가 완전히 막혀버려, 차수빈의 스킨쉽을 피할 수 없다.



“잠시...츄읍...마안...”



- 꽈악



그녀를 떼어내려고 최고은은 두 팔로 안간힘을 써본다. 그러나 신장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밀리는 차수빈은 마치 문어처럼 능숙하게 최고은의 품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입술을 빼앗기는 최고은



- 츄웁츕츕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연 것이 화근이었는지 그 순간에 입안까지 침입한 차수빈의 혀. 현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살덩이가 최고은의 혀와 입안을 희롱한다.



‘싫...어어...’



아무리 차수빈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하지만 최고은은 분명한 이성애자였다. 키스라고는 거칠고 뜨거운 현우의 입술과 혀밖에 모르는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달라붙는 차수빈의 스킨쉽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탐스럽다 못해 농염하게 익은 최고은의 음탕한 육체는 같은 여자의 타액이 아닌, 임신을 시킬 수 있는 튼튼한 정자를 잔뜩 자궁까지 보낼 수 있는 수컷의 타액과 체취를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최고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의 끈적한 키스는 십여 분 넘게 이어진다. 그리고



- 쯔어억



“하아하아...”

“하읏...아아아...”



남자였다면 눈을 떼지 못할 매력적인 두 개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진다. 최고은은 거친 호흡을, 차수빈은 약간 느끼는 듯 야릇한 숨결을 뱉어낸다.



“수빈씨. 잠시 진정하고...”

“왜요? 팀장님. 집까지 불러놓고 이제와서... 부끄러운거에요?”

“그게 아니라...”

“귀여워어...팀장님.”



차수빈은 최고은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녀의 몸을 침대 쪽으로 민다.



- 탁



“아앗!”



하이힐도 벗지 못한 최고은은 차수빈의 육탄공격에 밀려, 현관 턱에 그만 발을 걸리고 만다.



휘청거리는 최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수빈은 그녀를 침대 위로 확 밀어버린다.



- 풀썩



피지컬로는 차수빈을 압도하는 최고은은 속수무책으로 침대 위에 쓰러져버린다. 그리고 능숙하게 침대 위, 최고은의 몸 위에 올라타는 차수빈.



그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최고은은 어느 순간 완전히 차수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 몰캉



“거...거기는!”



차수빈에 희고 긴 손가락이 터질듯하게 자켓 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최고은의 가슴을 움켜쥔다.



“팀장니임...가슴 너무 커요. 한손으로... 다 못 잡을 정도야.”



자신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차수빈. 그녀의 다른 한 손은 천천히 매끈한 복부와 가녀린 허리, 허벅지를 지나 가랑이 사이로 뱀처럼 움직인다.



‘싫어. 더 이상은...그만해...제발’



차수빈의 두 손이 최고은의 탐스러운 몸을 마구 희롱하려는 찰나



- 끼이익



닫혀있던 오피스텔 문이 천천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