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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화 > 외전 - 완전한 정복 (3)





“네? 말도 안 돼요. 그...그건 병주씨에 대한 배신이에요...”



현우에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 썅... 이제와서 무슨 죄책감이야?’



이병주가 발기부전이 된 후로 수백번 넘게 자신의 품에서 가버렸던 서진아다. 현우는 그녀가 느끼는 죄책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발의 김지나로 변장해 자신의 여자친구인 척 연기까지 하며 남편을 흥분시켰던 주제에, 이병주가 아닌 자신의 아이 따위가 뭐가 문제란 말인가.



- 남편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야 하는 유부녀



자신에 말을 듣지 않는 서진아에게 짜증이 났던 현우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업무 시스템의 조작으로 부여한 그녀의 롤(Role) 안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아... 아기는 좀 오버였나?’



[사용자 서진아의 복종도가 1 하락합니다.]

[사용자 서진아의 복종도가 2 하락합니다.]

[사용자 서진아의 복종도가 3 하락합니다.]

...



제안을 승낙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하락하는 서진아의 [복종도]. 그것으로 남편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김혜리와 3P까지 했던 그녀가 느끼는 충격을 잘 알 수 있었다.



“뭐 싫으면 말고.”



“...네?”



현우의 성격상 이렇게 빨리 포기할 리가 없는데, 그의 빠른 포기에 오히려 서진아는 불안하기만 하다.



디테일하게 이병주를 속일 계획을 설명해 줬는데도, 자신의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 서진아. [복종도]가 급락하는 것을 봐서는 0이 되더라도 설득은 불가능해 보였다.



‘쓰라고 있는 건 써야지.’



[사용자 이현우]

[등급 : 상급 관리자]

[근로계약]

...

...

7. 직권남용 - 갑은 을에게 관리자의 업무와 무관한 어떠한 지시도 내릴 수 있다. (대상별 1회)



대상의 의지나 성향, 심리 상태 따위를 무시하는 절대복종. 그가 상급 관리자가 되며 얻은 [직권남용]이었다.



[사용자 서진아에게 직권남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직권남용]의 필요 근로계약서는 무려 50개. 확실히 성능만큼이나 필요한 조건도 다른 근로계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뭐 이정도야.’



근로계약서는 여직원들의 [만족도]가 최고수치에 도달하면 한 개씩 생성된다. 그러나 섹스레이를 통해 그녀들을 하룻밤에도 수십번씩 절정에 보내버리는 현우에게는 손쉽게 수급 가능한 자원이었다.



[주의! 같은 대상에게 더 이상의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정말 사용하시겠습니까? (Y/N)]



혹시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한 번 더 관리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 그러나 현우는 결정은 변함이 없었다.



- 톡



[근로계약 체결]



“으음...”



그 순간 서진아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버린다. 마치 넋을 놓은 듯 움직임마저 잠시 멈춘다.



“내가 시킨 대로 하는거야? 알겠어?”



“네... 알겠어요. 대리님.”



대답과 동시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린다.



놀랍게도 현우의 아이를 출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오히려 발기도 하지 못하는 남편 대신 건강한 그의 정자를 받아들인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큭큭큭...”



현우는 만족스러운지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품 안으로 집어넣는다. 지금 그에게는 업무시스템 앱이 설치된 이 스마트폰이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물건이었다.





* * *





“나 왔어.”



내일까지 마감인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한 이병주. 주방에는 먼저 퇴근한 아내가 그를 위해 늦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좀 늦으셨네요. 병주씨.”



“팀장이 갑자기 뭘 시켜... 헉!”



반가운 마음에 현관까지 한걸음에 달려 나온 아내.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진아의 의상에 이병주는 황급히 현관문을 닫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 위에는 새하얀 순백의 앞치마만이 위태롭게 중요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



“하아... 놀랐잖아. 오늘 현우 오기로 했어?”



예전이었다면 파격적인 아내의 의상에 저녁이고 뭐고 현관에서 그녀를 덮쳤을 병주였겠지만 알몸 에이프런이라는 이벤트 의상에도 그는 덤덤하기만 하다.



아내가 이런 야릇한 옷차림일 때면 어김없이 이현우가 자신의 신혼집으로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펀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섹스.



부부의 소중한 침실이 현우에 정액으로 여기저기 더럽혀지는 것은 끔찍하게 싫었지만, 그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그의 흉폭한 자지에 자지러지게 느껴대는 아내의 모습에서 잔뜩 흥분하는 자신이었다.



현우에게 더럽혀지는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니, 싫으면서도 동시에 빳빳하게 발기가 될 정도로 흥분이 된다.



“이대리님이요? 듣기론 2주 동안 출장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입고 있어?”



“이런 차림은 당신 취향이 아니에요? 갈아입을까요?”



“아냐아냐... 너무 좋지. 당신의 이런 모습.”



“후후 그래요? 그럼 오늘은 남편을 유혹해 볼까요?”



아내가 다가올수록 앞치마로는 다 가려지지 않는 커다란 가슴이 리드미컬하게 흔들린다.



그리곤 일부러 그의 앞에서 뒤돌아서는 아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매끈한 둔부가 그대로 병주의 눈앞에 드러난다.



“흐흥... 와줘요... 여보오...”



두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쥔 서진아는 좌우로 벌려 적나라하게 자신의 핑크빛 보짓살을 벌린다.



- 쯔어억



이미 잔뜩 흥분했는지, 보짓살에 달라붙어 있던 애액이 천박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



병주의 두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박아달라고 가랑이를 벌리는 것은 물론 구릿빛으로 태닝된 피부에 남겨진 하얀 비키니 자국과 천박하기 짝이 없는 핑크빛 날개모양의 타투.



신혼 초의 청순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인 천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아내의 뒤태는 남자라면 누구나 당장이라도 자지를 박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남자도 아닌지, 유혹하는 아내의 모습에 자지는 허망하게 발기가 풀려버린다. 역시 현우에게 따먹히는 아내의 모습이 아니면 자신의 자지는 발기가 되지 않는다.



- 콰앙



“크으윽...”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이병주는 식탁을 주먹으로 내려친다. 지독한 좌절감에 고개를 힘없이 떨군다.



”괜찮아요... 병주씨...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에요. 걱정 말아요.”



고개 숙인 남편을 위로하는 서진아.



“그러니 오늘은 기분 좋게 우리 한 잔 해요. 네?”



병주의 처참한 기분을 달래려는지 진아는 그에게 위스키 한잔을 건넨다.



“고마워...”



현우의 부재와 동시에 다시 깨달은 자신의 발기부전. 그 비참한 현실에 이병주는 연신 술잔을 비운다.



“크으윽...”



그렇게 그는 기절하듯 쓰러진다.





* * *





“으음...응?”



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리고 몸 전체에서 축축한, 아니 불쾌할 정도로 끈적한 감촉이 느껴진다.



‘뭐...뭐지? 분명 아내가 준 술을 마시다가 잠들었는데...’



자신의 옆에는 알몸으로 잠이든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침실을 가득 채운 비릿한 냄새. 진아의 몸에는 여기저기 허연 정액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으음.... 일어났어요? 병주씨?”



아내는 게슴츠레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본다.



“어제... 기억이 없는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몰라요... 갑자기 그렇게 달려들어서, 저... 얼마나 놀랐는데요.”



“달려들어? 내가?”



“그럼 절 이렇게 만든 사람이 당신 말고 있겠어요? 흥!”



그제야 아내의 피부 여기저기가 빨갛게 부어올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평소라면 앙증맞게 입을 꼭 다문 아내의 보짓살이 완전히 엉망으로 벌어져 아직도 끈적한 정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 주르륵



“흐응... 찝찝해...”



아내는 허벅지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끈적한 백탁액을 티슈로 닦아낸다.



“그...그래? 어젯밤에 내가 그랬단 말이지? 하하하하...”



조금 얼떨떨하지만 아내의 몸에는 명백하게 지난밤 자신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술을 마시면 당신... 뭔가 마음이 편해지나 봐요. 그쵸?”



“그런가? 하하하...”



‘그래. 술이었어. 취하면 심리적인 압박감이 사라지는 거야!’



드디어 발기부전 극복을 위한 희망을 찾은 것 같았다.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저 씻을게요. 병주씨.”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진아의 다리가 부르르 떨린다. 아마도 어제의 격렬한 정사 때문이리라.



“후후후...”



이병주는 침대에 여유롭게 누워 오랜만에 아내를 만족시켰다는 뿌듯함을 즐겼다.



그렇게 신이 난 이병주는 저녁마다 아내가 권유하기도 전에 스스로 잔뜩 술을 마셔댔다.



그리고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끈적이는 자신을 정액을 온몸에 묻힌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 재수 없는 이현우 따윈 필요 없는 거야.’



항상 침대를 현우에게 뺏긴 채, 자신은 쇼파에서 잠들어야만 했다. 마치 진아의 남편이라도 된 듯 당당하게 부부의 침실을 차지하고, 아침밥까지 얻어먹는 이현우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그가 없는 2주 동안 이병주는 예전처럼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완전히 되찾은 것만 같았다.





* * *





“병주씨... 할 말이 있어요. 저...”



“응 뭔데?”



“저 임신했어요. 여보.”



- 툭



손에 쥔 젓가락이 힘없이 테이블로 떨어진다.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아마 저저번주가 가임기였던거 같아요. 병원에서 이제 4주라고 해요.”



분명 부부로서는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내의 몸에 마구 질내사정을 해대던 이현우의 모습이 떠오르자 과연 누구의 아이인지 이병주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계속 피임약 먹고 있던 거 아냐?”



“당신이... 오랜만에 그렇게 왕성해져서... 혹시나 해서... 이번 달은 안 먹었어요...”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히는 아내. 그런 순수한 모습에 그녀를 의심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마침 2주 동안 이현우도 출장으로 없었고 그 뒤로 2주가 지났으니, 아내의 말대로 술에 취해 부부관계를 가진 뒤 아이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고미워! 정말 고마워 진아야...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잘할게.”



병주는 감정이 복받쳐 아내의 손을 꼭 움켜쥔다.



“다음 주엔 병원 같이 가자. 응?”



“알겠어요. 여보.”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짙은 애정이 묻어난다.





* * *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 병주와 진아.



“이제 아이는 7주 정도로 되어 보여요.”



“네? 7주요? 분명 저번 주에 4주라고 했는데...”



아내가 저번 주에 4주 차라고 했으니 한 주가 지난 오늘은 5주 차여만 했다.



“...”



옆을 보니 아내 역시 불안한 표정이다.



“아... 잠...잠시만요 호호호... 다시...으음... 다시 보니까 5주차가 맞네요. 원래 초기에는 태아의 크기가 작아서... 간혹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잘못 봤네요. 5주차 맞습니다!”



뭔가 당황하는 여의사의 모습이 이상하긴 했지만,



“하하하... 그럴수도 있죠.”



‘휴우...’



병주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옆에 있는 진아의 손을 꼭 잡아준다.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태아의 모습이 보이는 초음파 사진에 집중한 탓에 병주는 아내와 의사 사이에 미묘한 눈빛 교환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기는 잘 크고 있어서 다행이야 그치?”



“아! 맞...맞아요... 다행이에요 정말...”



불안한 아내의 눈빛과 표정 역시 그저 갑작스러운 임신에 놀란 탓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먹고 싶은 거 있어?”



“어... 그럼 우리 소고기 먹으러 가요. 병주씨.”



“그래 그럼 오늘은 한우 먹으러 가자!”



“네 좋아요.”



‘설마 진아가 이런 걸로 거짓말은 하진 않겠지. 아까 선생님도 분명히 5주차라고 말씀해주셨으니까.’



마음속에서 약간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 쓸데없는 의심을 억누르며 병주는 아내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한다.